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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책자 C Jul 31. 2024

목동은 왜 엉터리 별자리를 말했을까?

다시 읽는 알퐁스 도데 「별」

   오늘은 알퐁스 도데의 「별」을 소재로 읽기 방법에 대해 말하려고 합니다. 지난 글에서 읽기 방법에는 내용 확인, 추론, 평가, 창의, 점검과 조정의 5가지 방식이 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이는 2022 개정교육과정의 내용입니다. 2015 교육과정에는 조금 다르지만 좀더 우리에게 익숙한 용어로 5가지 읽기 방법이 제시되어 있었습니다. 사실적 이해, 추론적 이해, 비판적 이해, 감상적 이해, 창의적 이해입니다. 읽기=독해=이해의 관계라는 점을 기억하고 이 글을 읽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별」의 줄거리


   주인공 '나'는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뤼브롱산의 목장에서 홀로 지내는 양치기 소년입니다. 몇 주일씩 양떼와 사냥개만 상대하며 혼자 지내다가 보름마다 한번씩 식량을 가져다주는 농장식구들에게 마을 소식을 듣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죠. 마을 소식 중에서도 목동이 제일 궁금해 하는 것은 주인집 딸 스테파네트에 대한 소식이었습니다. 어느날 뜻밖에 스테파네트가 식량을 싣고 목장에 나타납니다. 공교롭게도 그날 내린 소나기로 강물이 불어나 스테파네트는 마을로 돌아갈 수 없게 되죠. 갑자기 산에서 밤을 보내게 된 스테파네트는 당황하며 울먹였고 목동은 목장 안에 정성껏 잠자리를 마련해 주고 문 앞에 앉았습니다. 그런데 한참 뒤 울타리 문이 열리더니 스테파네트가 밖으로 나왔습니다. 목동은 무수한 별들이 빛나는 밤하늘을 바라보며 스테파네트에게 별에 관련된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야기를 듣고 있던 스테파네트는 목동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잠이 듭니다. 목동은 별들 중에서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별 하나가 길을 잃고 내게 기대어 잠든 모습을 지켜보며 밤을 지샙니다.





내용 확인: 사실적 읽기


   방금 이 글의 줄거리를 살펴봤는데요, 이렇게 글에 명시적으로 나타난 내용을 파악하며 내용을 간추리는 것도 가장 기본적인 읽기의 방법인 내용 확인(사실적 읽기)에 해당합니다. 사실적 읽기는 글로 쓰인 내용만 파악하면 되니까 쉽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사실적 읽기에 포함되는 내용을 보면 중심 낱말 찾기, 설명하는 대상 찾기, 인물/사건/배경 알기, 내용 간추리기, 주제 찾기, 사건의 순서 알기, 제시된 정보 파악하기, 갈등 파악하기, 제목 붙이기, 사실과 의견 구별하기, 주장과 근거 알기, 수사법 알기, 글의 짜임 알기 등입니다. 「별」의 줄거리를 읽으면서 소설 구성의 3요소라고 하는 인물, 사건, 배경은 줄거리에서 다루었으니 이미 파악하셨을 것입니다. 이 글에서는 「별」의 주제와 수사법 두 가지만 짚어 보겠습니다.


주제

    그러면 이 글의 주제는 무엇일까요? 목동의 순수한 사랑이겠죠. 순수한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 작가는 인물을 순박하고 성실한 성격으로, 배경을 파리 중심가가 아닌 프로방스의 뤼브롱 산에 있는 고립된 목장으로 설정했을 것입니다. 또 이 주제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대자연의 아름다운 풍경을 묘사하고 그 속에서 아름답게 밤하늘을 바라보며 아무런 사건 없이 밤을 지새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했죠.


나의 열정은 피가 끓듯이 뜨거웠지만, 맹세코 추호도 나쁜 마음은 품지 않았다. 단지 신기한 눈초리로 아가씨를 쳐다보고 있는 양 떼들 바로 옆에서, 세상의 어느 양보다도 소중하고 순결한 아가씨가 내 보호를 받으며 편히 쉬고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뿌듯할 뿐이었다. 밤하늘이 이렇게 깊고, 별들이 이토록 아름답게 빛나 보이기는 처음이었다.
아가씨는 리본과 레이스, 꼬불꼬불한 머리를 사랑스럽게 내 어깨에 기대어 별들이 아침 햇살을 받아 사라질 때까지 잠들어 있었다. 나는 가슴이 좀 두근거렸지만, 아름다운 생각만을 보내준 이 맑은 밤의 성스러움 속에서 잠든 아가씨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목동은 이렇게 스테파네트에 대한 열망을 종종 표현하지만 그녀를 소중하게 보호하는 것으로 자신의 사랑을 표현합니다. 정재찬 교수는 이를 두고 "사건이 없는 것이 사건인 소설"이라 평했죠. 다시 말해 젊은 남녀가 단둘이 고립된 산에서 밤을 지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 이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이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고 밤을 지새는 것도 '순수한 사랑'이라는 주제를 드러내기 위한 장치인 것입니다.


수사법

   수사법은 문장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하여 문장을 꾸미는 방법을 말합니다. 비유법, 강조법, 변화법 등이 있죠. 영상 매체가 화면 구성, 샷이나 장면 전환, 음향이나 음성 등의 연출로 작품의 주제를 섬세하게 드러낸다면 작가는 이를 문장으로 드러내야 합니다. 작품의 분위기나 주제를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문장을 구사하기 위해 다양한 수사법을 사용하기도 하죠. 그러면 이 소설에 쓰인 수사법을 살펴보겠습니다.


그런 말을 하는 아가씨야말로 목을 뒤로 젖히며 사랑스럽게 웃는 모습이며, 갑자기 나타나 홀연히 사라져버리는 것이 에스테렐 요정이었다.

   > 은유법-스테파네트를 요정에 비유하여 스테파네트의 귀여움과 아름다움을 표현함

경사진 오솔길 끝으로 아가씨의 모습이 사라지자, 노새의 발굽에 차여 굴러가는 작은 돌멩이 하나 하나가 마치 내 가슴 위로 떨어지는 것만 같았다.

   > 직유법-스테파네트를 보내는 아쉬운 마음을 가슴에 돌멩이가 떨어지는 느낌으로 표현

아름다운 마그론느는 피에르 드 프로방스의 뒤를 쫓아가 7년마다 한 번씩 피에르와 결혼을 하죠.

   > 의인법-별을 사람에 비유하여 별자리 이야기를 낭만적으로 표현함

낮이 살아 있는 것들의 세상이라면, 밤은 죽은 것들의 세상이다.

   > 대조법-밤의 무서움을 강조하여 스테파테트가 갑자기 산에서 밤을 보내야 하는 상황이 두렵고 불안한 것임을 표현

가난한 양치기인 네가 그런 것은 알아서 무엇하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대답할 것이다. 그때 나는 스무 살이었고, 스테파네트 아가씨는 그때까지 내가 본 여자들 중에서 가장 아름다웠노라고.

   > 문답법-스테파네트의 아름다움에 빠진 자신의 상황을 강조함

내 어찌 넋을 놓지 않을 수 있을까?

   > 설의법-독자들도 이미 알고 있는 스테파네트에게 넋을 잃은 자신의 모습을 의문문으로 제시해 강조함

나는 생각했다. 이 별들 중에서 가장 예쁘고 아름답게 빛나는 별 하나가 길을 잃고 내 어깨에 기대어 잠들어 있다고…….

   > 도치법, 생략법-문장의 어순을 바꾸고 마지막 부분을 생략하여 아름다운 스테파네트가 어깨에 기대 잠든 모습을 바라보며 아침을 맞이하는 목동의 행복하고 아쉽고 아련한 마음을 표현함


   이렇게 내용 확인(사실적 읽기) 방법으로 「별」의 내용을 정리해 봤습니다. 단편 소설이라서 글의 구조가 복잡하지 않고 등장인물이 적은 편이라 비교적 파악하기가 수월하셨을 것입니다. 사실적 읽기는 글에 드러난 사실들을 정리하고 구조화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내용을 염두에 두고 읽는다면 누구나 비슷하게 글의 기본 내용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특히 내용 확인은 논픽션의 경우 매우 중요한 읽기 방법입니다. 그런데 이제부터 나올 읽기 방법들은 같은 책을 읽더라도 사람마다 다른 생각이나 느낌을 가질 수 있는 부분입니다.




추론: 추론적 읽기


   "행간을 읽는다."라는 말을 들어 보셨을 것입니다. 행간은 글줄과 글줄 사이를 말합니다. 글줄과 글줄 사이는 사실 비어 있는 공간이죠. 그러나 이 행간을 읽을 수 있을 때 우리는 글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추론적 읽기에는 인물의 모습 떠올리기, 인물의 처지와 마음 짐작하기, 인물의 성격 파악하기, 생략된 낱말이나 문장 짐작하기, 장면 떠올리기, 생략된 내용 짐작하기, 숨겨진 의미 파악하기, 작가의 생각 짐작하기, 뒷받침 문장 짐작하기, 시대 상황 짐작하기 등이 있습니다. 내용 확인이 글로 나타난 사실들을 수집하여 정리하는 단계라면, 추론은 드러난 사실들을 단서로 드러나지 않은 내용을 짐작하는 단계입니다.


   예를 들어 여러분은 「별」을 읽으면서 목동과 스테파네트의 이미지를 떠올려 보셨나요? 혹시 둘이 밤을 지샌 목장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 보셨나요? 제가 가진 책에는 삽화가 그려져 있었는데 저는 이 삽화가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제가 책을 읽으며 그렸던 이미지와 달랐기 때문입니다. 물론 삽화가 장면을 떠올리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은 성당과 장서관의 복잡한 구조를 독자들이 글로만 이해하기에 한계가 있어 목차 앞에 수도원 평면도를 삽입했습니다. 또 『어린 왕자』처럼 작가가 직접 삽화를 그려 넣는 경우도 있죠. 하지만 대부분의 문학 작품에 삽화를 자제하는 이유는 이것이 독자들의 자유로운 추론을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책으로 읽었던 작품을 드라마나 영화로 만났을 때 실망하는 이유 중 대부분이 내가 추론한 이미지와 영상 이미지 사이의 간극 때문이죠.


   다시 「별」로 돌아와, 이 작품을 읽으며 떠올린 인물과 배경의 이미지는 어떤 것이었나요? 인물들의 이미지를 떠올릴 정도로 충분한 사실이 작품에 나타나 있었나요? 책에는 스테파네트의 외모를 묘사한 부분이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나귀 등에 양쪽으로 얹은, 버들가지로 만든 광주리 사이에 똑바로 앉은, 방금 소나기가 지나간 산속 공기의 맑은 기운을 받아 장밋빛으로 볼을 물들인 그녀였다. …… 하지만 꽃무늬 리본과 화려한 레이스로 장식한 스커트 차림을 한 그녀의 자태는 숲에서 길을 잃고 헤맸다기보다는 어디선가 춤이라도 추다가 늦어진 것처럼 보였다.

아가씨는 리본과 레이스, 꼬불꼬불한 머리를 사랑스럽게 내 어깨에 기대어 별들이 아침 햇살을 받아 사라질 때까지 잠들어 있었다.


   이것이 스테파네트의 모습을 직접 묘사하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키나 얼굴, 몸매, 의상의 색깔이나 디자인 등을 직접 드러낸 부분은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합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 부분을 읽으며 스테파네트의 모습을 떠올렸을 것입니다. 이것이 인물의 모습 추론하기입니다. 이 작품뿐 아니라 어떤 소설을 읽어도 인물의 외모를 사진처럼 자세히 묘사하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몇 가지 단서로 우리의 머릿속에서 생성한 이미지가 있을 뿐이죠. 저는 제가 떠올린 이미지를 Microsoft Designer 프로그램에 텍스트로 입력해 그려 보았습니다. 수십 장의 결과물 중에 가장 비슷했던 이미지를 몇 장 추려 봤는데요, 여러분이 생각했던 이미지와 비교해 보시기 바랍니다.

 


   우선 좌측 상단 이미지는 순수한 목동과 주인집 아가씨의 사랑을 표현하기에 괜찮은 이미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양떼가 목장 안에 들어가 있어야 하는 시각인데 저렇게 많은 양들이 풀을 뜯고 있어서 탈락. 또 스무 살이라는 우리의 목동이 십대 청소년으로 보이는 것도 탈락 사유였습니다. 이에 비해 우측 상단의 이미지는 목동과 아가씨의 연령과 이미지가 잘 표현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바닥에 목동은 담요를 깔고 있고 아가씨는 풀밭에 앉아 있는 것이 작품과 거리가 있었지만요. 좌측 하단의 이미지는 목동이 순수해 보이지 않아 탈락했습니다. 이 둘은 왠지 능수능란해 보이는 것이 이 작품 속 인물들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이 네 장의 그림 중 하나를 고르라면 저는 우측 하단의 이미지를 고를 것 같습니다. 스테파네트의 발랄하고 귀여운 모습과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낮에 비를 잔뜩 맞았고 낯선 곳에서 밤을 지내야 하는 상황을 감안하며 저런 이미지도 괜찮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의 정면이 노출되지 않은 점도 좋았고요.


   이미지 떠올리기 외에도 인물의 성격이나 마음, 처지를 짐작하는 것도 작품을 이해할 때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다음 내용을 보며 목동의 성격과 마음, 처지를 짐작해 볼까요?


하지만 특히 듣고 싶은 얘기는 이 고장 인근 십 리 사방에서 제일 예쁜 우리 주인집 아가씨 스테파네트의 소식이었다. …… 가난한 양치기인 주제에 그런 것이 왜 궁금하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제 스무살의 건장한 청년이 되었고, 스테파네트는 이제껏 내가 본 여인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라 대답해 주리라.


  이 짧은 글 속에 우리는 목동에 대해 많은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주인집 아가씨를 짝사랑하고 있다는 것, 가난한 양치기의 처지라는 것, 하지만 스무 살의 건장한 청년이라 한창 사랑에 관심 많을 때라는 것 등등.


나의 열정은 피가 끓듯이 뜨거웠지만, 맹세코 추호도 나쁜 마음은 품지 않았다. 단지 신기한 눈초리로 아가씨를 쳐다보고 있는 양 떼들 바로 옆에서, 세상의 어느 양보다도 소중하고 순결한 아가씨가 내 보호를 받으며 편히 쉬고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뿌듯할 뿐이었다.


   이 부분에서도 목동이 정말 순수한 성격의 인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피끓는 청춘으로 사랑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소중하고 순결한 아가씨를 내가 편하게 보호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해 하고 있죠. 작가의 의도도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독자들이 남녀의 불꽃 같은 사랑보다 이런 순수한 사랑의 마음을 아름답고 소중하게 생각해 주기를 바라는 의도였을 것입니다.


   추론 부분에서는 다룰 내용이 많지만 여기서는 아직 갈 길이 멀어 이만 줄입니다. 독서에서 추론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끼게 해 준 책이 있었는데요, 관심 있는 분들은 이 책을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출판사 제공 책 소개: 책을 읽을 때 우리는 잘생긴 귀는 여기에, 헝클어진 곱슬머리는 저기에, 모자는 요기에, 한 면에다 따로따로 흩어놓은 모습을 조합하거나 아니면 다른 단서나 기표의 도움을 받아 소설 속 인물의 모습을 새롭게 그려낸다. 또한 머릿속으로 익숙한 장소를 그려놓고 그 지도에 작가가 묘사하는 소설 속 무대를 접목시킨다. 그러고는 거울나라를 돌아다니는 느낌으로 낯선 여러 세계와 여러 시대를 탐험한다. 그래픽 디자이너 피터 멘델선드는 눈으로 보는 이런 과정을 독특하게 그려내며 책을 읽을 때 일어나는 과정을 낱낱이 해부한다.

『책을 읽을 때 우리가 보는 것들』피터 멘델선드, 글항아리, 2016-09-06




평가: 비판적 읽기


   비판적 읽기는 문해력 분야에서 논쟁이 뜨거운 부분입니다. 먼저 우리나라 청소년의 문해력 저하를 논할 때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이 비판적 읽기입니다. 국제학업성취도평가 PISA의 결과 살펴보면 우리나라 학생들의 읽기 점수는 지난 2006년 556점을 기록한 뒤 꾸준히 하락해 2022년 조사에서는 514점에 그쳤습니다. 이 기간 높은 성취를 나타내는 5, 6수준 학생 비율은 변화가 거의 없었지만, 2수준 미만 학생 비율은 3배 가까이 늘어 상하위권의 격차가 커졌습니다. 특히 비판적 읽기의 기초가 되는 '사실과 의견 구별하기' 문항에서 우리나라 학생 25%가량만 정답을 맞춰 OECD 평균에 한참 미치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비판적 읽기에 특히 약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문해력 자체의 하락과 미디어의 영향입니다. 비판적 읽기는 내용 확인이나 추론에 비해 고급 사고력을 요구합니다.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고 사실 자체를 검증하고, 서로 다른 의견을 비교하며 읽어야 합니다. 그런 뒤 자신의 생각과 기준으로 이를 평가할 수 있어야 하죠. 이런 과정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배경지식이 풍부해야 하고 다양한 의견을 수용하고 검토할 수 있는 열린 사고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우리의 미디어 환경은 깊은 생각을 방해하고 이분법적 사고를 내세우는 경우가 많죠. 유튜브나 포털 게시판뿐 아니라 TV, 라디오, 신문 같은 레거시 미디어조차도 편가르기식 보도를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정치인들의 언행은 말할 것도 없죠.


   그렇다면 「별」 같은 문학 작품을 읽을 때에도 비판적 읽기가 필요할까요? 물론입니다. 이 부분이 아마 이 작품에 대한 독서의 결과물을 사람마다 전혀 다르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여러분은 이 작품을 읽으면서 사실 여부를 판단해 볼 필요가 있다고 느낀 부분이 있나요? 그런게 꼭 필요하냐고 물으신다면 저는 비판적 읽기를 하지 않아도 작품의 내용을 이해하고 시험을 치르는 데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그 이상을 읽어 내 자신만의 관점을 형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별자리 검증

   이 작품에서 제가 사실 검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부분은 별자리입니다. 목동이 너무 많은 별자리들을 얘기하고 있었고, 우리나라에서 쓰는 별자리 용어와 다른 부분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먼저 작품 속 별자리 이야기를 살펴보겠습니다.


   "아무렴요, 아가씨. 자! 바로 우리들 머리 위를 보세요. 저게 '성 쟈크의 길(은하수)'이랍니 다. 프랑스에서 곧장 에스파냐로 통하지요. 샤를르마뉴 대왕께서 사라센 사람들과 전쟁을 할 때에, 바로 갈리스의 성 쟈크가 그 용감한 대왕께 길을 알려 주기 위해서 그어놓은 것이랍니다. 좀더 저 쪽으로 '영혼들의 수레(큰 곰 자리)'와 그 번쩍이는 굴대 네 개가 보이지요? 그 앞에 있는 별 셋이 '세마리 짐승'이고, 그 앞에 붙은 세 개의 별은 아주 작은 꼬마 별이 '마차부'예요. 그 언저리에 온통 빗발처럼 내리떨어지는 별들이 보이죠? 그건 하느님께서 곁에 두고 싶지 않은 영혼들이랍니다.

   저편 좀 낮은 쪽에, 저것 보십시오. 저게 '갈퀴' 또는 삼왕성(오리온)이랍니다. 우리들 목동에게는 시계 구실을 해 주는 별이지요. 그 별을 쳐다보기만 해도, 나는 지금 시각이 자정이 지났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역시 남쪽으로 좀더 아래로 내려가서, 별들의 횃불인 쟝 드 밀랑(시리우스)이 반짝이고 있습니다. 저 별에 관해 서는 목동들 사이에 이런 얘기가 전해요.

   어느 날 밤, 쟝 드 밀랑은 삼왕성과 '병아리장(플레아데스)'들과 함께 그들 친구별의 잔치에 초대를 받았대요. '병아리장'은 남들보다 일찍 서둘러서 맨 먼저 떠나 윗길로 접어들었다나요. 저 위쪽으로 하늘 한복판을 보세요. 삼왕성은 좀 더 아래로 곧장 가로질러 마침내 '병아리장'을 따라갔습니다. 그러나, 게으름뱅이 쟝 드 밀랑은 너무 늦잠을 자다가 그만 늦어버렸어요. 그래서 화가 난 쟝 드 밀랑은 그들을 멈추게 하려고 지팡이를 냅다 던졌어요. 그래서, 삼왕성을 '쟝 드 밀랑의 지팡이'라고도 부른답니다.

   그렇지만, 온갖 별들 중에도 제일 아름다운 별은요, 그건 뭐니뭐니해도 역시 우리들의 별이죠. 저 '목동의 별'말입니다. 우리가 새벽에 양떼를 몰고 나갈 때나 또는 저녁에 다시 몰고 돌아올 때, 한결같이 우리를 비추어 주는 별이에요. 우리는 그 별을 마글론이라고도 부르지요. '프로방스의 피에르(토성)'의 뒤를 쫓아가서 칠년 만에 한 번씩 결혼을 하는 예쁜 마글론 말입니다."


   정말 천문학자가 아닌가 할 정도로 현란한 설명입니다. 스테파네트는 아마도 별자리를 바라보며 이야기에 푹 빠졌겠죠. 목동이 아주 믿음직하면서 낭만적인 인물로 보였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별자리, 맞는 걸까요? 별자리를 검증하기 위해서는 이곳의 위치와 시간, 즉 시공간적 배경을 알아야 합니다. 뤼브롱 산은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지역에 있는 곳으로 북위 43° 47′ 46″, 동경 5° 13′ 26″에 위치합니다. 이 글의 시간적 배경은 7월의 어느 일요일 자정 무렵이라는 것인데, 연대는 정확히 알기 어렵습니다. 알퐁스 도데가 1840년에 태어났고 목동이 스무 살인 것을 감안할 때 1800년대 중반을 배경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정보를 바탕으로 천문 앱에 넣어 보면 당시 밤하늘에 보이는 별자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저는 천문학적 지식이 부족하여 챗GPT와 Copilot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 결과 프랑스식 별자리 이름이 정확하지 않고 번역마다 별자리 이름이 조금씩 달랐지만 공통적으로 그 시공간에서 오리온 자리와 플레아데스는 관측이 어렵다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오리온자리 (Orion)**:

   - 오리온자리는 주로 겨울철에 가장 잘 보이지만, 여름철에는 지평선 근처에 위치할 수 있습니다. 여름이 끝나갈 무렵이나 초가을에 저녁 하늘에서 관찰할 수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플레아데스 (Pleiades)**:

   - 플레아데스는 여름에는 낮 시간에 위치하기 때문에 관찰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여름의 끝자락이나 가을 초에는 저녁 하늘에서 볼 수 있습니다. 여름철에는 해가 진 후에 잠시 동안 관찰할 수 있을 수도 있습니다.


   즉 목동이 얘기한 별자리 중에 일부는 엉터리였던 것입니다. 저는 이 지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단지 작가의 무지나 실수를 탓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만약 이 엉터리 별자리에 작가의 어떤 의도가 담겨 있다면 우리가 그것을 읽어 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가능성은 여러 가지입니다. 저는 이 가능성을 세 가지로 압축해 봤습니다. 첫째는 작가의 무지나 실수, 둘째는 미필적 고의, 셋째는 의도한 실수입니다.


1. 작가의 무지 또는 실수: 이 경우 작가는 문송하다고 사과라도 해야 할까요? 별자리에 대해 잘 몰라서 풍문으로 들은 별자리를 중심으로 채웠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렇다면 작품의 매력이 조금 반감되겠죠. 그런데 저는 단순한 무지나 실수는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2. 미필적 고의: 문학에서 별자리의 정확도 같은 사실 자체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별자리가 여름철 뤼브롱 산에서 보이거나 말거나 작품의 주제를 강화할 수 있는 이야기를 가진 별자리를 선별하여 넣었을 수도 있죠. 이런 것이라면 별자리의 정확도보다 각 별자리가 가진 스토리에 집중해야 합니다. 사실 마글론이라는 별자리는 어떤 별자리를 가리키는 것인지조차 알기 어렵습니다. 저는 이 별자리 이야기에 결혼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보고 작가의 미필적 고의를 의심하게 되었습니다.


3. 의도한 실수: 작가가 이것이 틀린 별자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독자도 이를 눈치채기를 바랐다면? 이건 너무 고도의 음모론인데요, 만약에 이런 거라면 작가는 목동의 말과 행동에 독자들이 더 집중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도 가능성은 있으므로 감안해 본다면, 목동은 지금 꿈에 그리던 스테파네트와 단둘이 아무도 없는 산속에서 밤을 보내고 있습니다. 자신의 욕망을 애써 누르고 있지만 사랑하는 마음을 완벽하게 감출 수는 없었겠죠. 평소에는 소문만 들어도 가슴이 뛰던, 닿을 수 없던 그녀가 지금 눈 앞에 있습니다. 과연 목동은 제정신이었을까요? 평소 별자리 박사라는 목동이라도 이런 상황이라면 정신을 차리고 논리정연하게 얘기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만약 정신을 바짝 차리고 떨리는 마음도 잘 다스린 상태인데도 저런 엉터리 별자리를 말한 것이라면 별들의 결혼 이야기를 소재로 아가씨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넌지시 표현하려고 했던 건 아닐까요? 고도의 플러팅으로 볼 수도 있는 부분이죠. 가능성은 적지만 이걸 의도한 것이라면 도데는 정말 어떤 작가인 걸까요?


순수한 사랑은 최선의 상태인가?

   이 작품의 주제는 목동의 순수한 사랑이라고 했습니다. 이것이 최선인가 의문을 품는 것에 의아해 하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저는 이 사랑이 정말 순수하고 아름답지만 목동과 스테파네트가 처해 있는 이 상황이 바람직한 것인가 생각해 봤습니다. 본인 입으로 '피끓는 스무 살'이라고 말했고 스테파네트 소식만 들어도 가슴이 떨리는 청년이었습니다. 목동은 왜 그렇게 열망하던 스테파네트와 단둘이 있는데도 고백조차 하지 못했을까요? 아마도 계급의 차이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19세기 중반,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라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프랑스 혁명으로 시민들의 위상이 높아졌지만 나폴레옹이 등장해 스스로 황제가 되고 몰락하며 다시 왕정복고를 거쳐 나폴레옹 3세가 프랑스의 대통령이 되었다가 다시 황제가 되는 복잡한 시절이었습니다. 계몽사상과 자유, 평등의 정신이 퍼져나갔다고 해도 정치적으로 혼란했고 계급 사회는 여전했습니다. 귀족은 여전히 귀족이었죠.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지역은 이런 혼란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었지만, 이런 곳일수록 신분의 차이는 더 공고했을 것입니다. 가난한 목동은 주인집 아가씨를 아무리 사랑해도 절대 이루어질 수 없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목동은 고백조차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렇게 감히 좋아한다는 표현조차 하지 못하는 이 젊은이의 상황이 저는 아름답게만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사건이 없는 것이 사건이라는 말의 의미는 여기에 있다는 생각도 들었죠.


   그래서 저는 이 작품이 순수한 젊은이들의 사랑을 담고 있는 아름다운 작품이지만 숨어 있는 주제, 독자가 발견할 수 있는 주제를 찾아본다면 이렇게 사랑하면서도 신분의 차이 때문에 고백조차 할 수 없는 당시 프랑스 사회를 돌아볼 수 있는 작품으로 읽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창의(창의적 읽기)와 점검·조정


창의: 창의적 읽기


   과거의 독서가 필자의 의도와 텍스트가 지시하는 것을 그대로 흡수하는 것이었다면 현대의 독서는 독자가 새롭게 의미를 재구성하는 것에 무게중심을 둡니다. 창의적 읽기는 바로 이런 독서 방식의 변화를 가장 잘 담고 있는 읽기 방식입니다. 작품 변형하기, 실생활에 활용하기, 표현방식 적용하기와 같은 방법과 주제 통합 읽기와 같은 확장 독서를 포함합니다.


   이 작품을 읽으며 변형하고 싶은 부분이 있었나요? 만약 목동이 고백을 했다면, 스테파네트가 목동에게 반했다면 하는 상상을 해 본다면 작품을 한층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짝사랑하는 상대에게 이 작품을 활용하여 고백한다면, 비슷한 주제의 다른 책을 읽어 본다면 이해의 범위가 더욱 넓어지겠죠. 이처럼 창의적 읽기는 정형화된 어떤 방식이 아니라 작품을 자신의 입맛대로 바꾸어 보고 자신의 생활에 적용해 보며 더 깊이 더 넓게 이해하는 것입니다.



점검과 조정: 읽기 과정과 전략 점검하고 조정하기


   지금까지 여러 가지 읽기 방법을 적용해 「별」을 읽어 봤습니다. 이런 방식들을 이미 잘 적용해서 읽었던 분들도 계실 것이고, 내용 확인이나 추론에 치우쳐 읽었던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물론 모든 글을 이렇게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문해력을 키우는 연습을 하는 분들이라면 이런 읽기 방식을 의식적으로 적용해 보고 자신이 잘 활용하지 않는 방법이 무엇인지 왜 활용하지 않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이 읽기에 대한 메타인지를 키우는 방법입니다. 이것이 파악되어야 내가 약한 부분을 강화하고 텍스트에 맞는 읽기 방식을 자유롭게 적용하여 읽을 수 있습니다. 이를 점검과 조정이라고 합니다.




   길고 지루한 글이었지만 끝까지 읽어 주신 분들께 감사와 응원을 보냅니다. 이런 이론적인 부분을 언급하지 않고 문해력이나 독서 스킬을 논하는 것은 사상누각이라는 노파심에 짚어 보았습니다. 앞으로는 이론을 넘어 여러분의 독서 생활에 좀더 실질적인 보탬이 되는 글을 연재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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