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알퐁스 도데 「별」
나의 열정은 피가 끓듯이 뜨거웠지만, 맹세코 추호도 나쁜 마음은 품지 않았다. 단지 신기한 눈초리로 아가씨를 쳐다보고 있는 양 떼들 바로 옆에서, 세상의 어느 양보다도 소중하고 순결한 아가씨가 내 보호를 받으며 편히 쉬고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뿌듯할 뿐이었다. 밤하늘이 이렇게 깊고, 별들이 이토록 아름답게 빛나 보이기는 처음이었다.
아가씨는 리본과 레이스, 꼬불꼬불한 머리를 사랑스럽게 내 어깨에 기대어 별들이 아침 햇살을 받아 사라질 때까지 잠들어 있었다. 나는 가슴이 좀 두근거렸지만, 아름다운 생각만을 보내준 이 맑은 밤의 성스러움 속에서 잠든 아가씨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그런 말을 하는 아가씨야말로 목을 뒤로 젖히며 사랑스럽게 웃는 모습이며, 갑자기 나타나 홀연히 사라져버리는 것이 에스테렐 요정이었다.
경사진 오솔길 끝으로 아가씨의 모습이 사라지자, 노새의 발굽에 차여 굴러가는 작은 돌멩이 하나 하나가 마치 내 가슴 위로 떨어지는 것만 같았다.
아름다운 마그론느는 피에르 드 프로방스의 뒤를 쫓아가 7년마다 한 번씩 피에르와 결혼을 하죠.
낮이 살아 있는 것들의 세상이라면, 밤은 죽은 것들의 세상이다.
가난한 양치기인 네가 그런 것은 알아서 무엇하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대답할 것이다. 그때 나는 스무 살이었고, 스테파네트 아가씨는 그때까지 내가 본 여자들 중에서 가장 아름다웠노라고.
내 어찌 넋을 놓지 않을 수 있을까?
나는 생각했다. 이 별들 중에서 가장 예쁘고 아름답게 빛나는 별 하나가 길을 잃고 내 어깨에 기대어 잠들어 있다고…….
나귀 등에 양쪽으로 얹은, 버들가지로 만든 광주리 사이에 똑바로 앉은, 방금 소나기가 지나간 산속 공기의 맑은 기운을 받아 장밋빛으로 볼을 물들인 그녀였다. …… 하지만 꽃무늬 리본과 화려한 레이스로 장식한 스커트 차림을 한 그녀의 자태는 숲에서 길을 잃고 헤맸다기보다는 어디선가 춤이라도 추다가 늦어진 것처럼 보였다.
아가씨는 리본과 레이스, 꼬불꼬불한 머리를 사랑스럽게 내 어깨에 기대어 별들이 아침 햇살을 받아 사라질 때까지 잠들어 있었다.
하지만 특히 듣고 싶은 얘기는 이 고장 인근 십 리 사방에서 제일 예쁜 우리 주인집 아가씨 스테파네트의 소식이었다. …… 가난한 양치기인 주제에 그런 것이 왜 궁금하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제 스무살의 건장한 청년이 되었고, 스테파네트는 이제껏 내가 본 여인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라 대답해 주리라.
나의 열정은 피가 끓듯이 뜨거웠지만, 맹세코 추호도 나쁜 마음은 품지 않았다. 단지 신기한 눈초리로 아가씨를 쳐다보고 있는 양 떼들 바로 옆에서, 세상의 어느 양보다도 소중하고 순결한 아가씨가 내 보호를 받으며 편히 쉬고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뿌듯할 뿐이었다.
"아무렴요, 아가씨. 자! 바로 우리들 머리 위를 보세요. 저게 '성 쟈크의 길(은하수)'이랍니 다. 프랑스에서 곧장 에스파냐로 통하지요. 샤를르마뉴 대왕께서 사라센 사람들과 전쟁을 할 때에, 바로 갈리스의 성 쟈크가 그 용감한 대왕께 길을 알려 주기 위해서 그어놓은 것이랍니다. 좀더 저 쪽으로 '영혼들의 수레(큰 곰 자리)'와 그 번쩍이는 굴대 네 개가 보이지요? 그 앞에 있는 별 셋이 '세마리 짐승'이고, 그 앞에 붙은 세 개의 별은 아주 작은 꼬마 별이 '마차부'예요. 그 언저리에 온통 빗발처럼 내리떨어지는 별들이 보이죠? 그건 하느님께서 곁에 두고 싶지 않은 영혼들이랍니다.
저편 좀 낮은 쪽에, 저것 보십시오. 저게 '갈퀴' 또는 삼왕성(오리온)이랍니다. 우리들 목동에게는 시계 구실을 해 주는 별이지요. 그 별을 쳐다보기만 해도, 나는 지금 시각이 자정이 지났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역시 남쪽으로 좀더 아래로 내려가서, 별들의 횃불인 쟝 드 밀랑(시리우스)이 반짝이고 있습니다. 저 별에 관해 서는 목동들 사이에 이런 얘기가 전해요.
어느 날 밤, 쟝 드 밀랑은 삼왕성과 '병아리장(플레아데스)'들과 함께 그들 친구별의 잔치에 초대를 받았대요. '병아리장'은 남들보다 일찍 서둘러서 맨 먼저 떠나 윗길로 접어들었다나요. 저 위쪽으로 하늘 한복판을 보세요. 삼왕성은 좀 더 아래로 곧장 가로질러 마침내 '병아리장'을 따라갔습니다. 그러나, 게으름뱅이 쟝 드 밀랑은 너무 늦잠을 자다가 그만 늦어버렸어요. 그래서 화가 난 쟝 드 밀랑은 그들을 멈추게 하려고 지팡이를 냅다 던졌어요. 그래서, 삼왕성을 '쟝 드 밀랑의 지팡이'라고도 부른답니다.
그렇지만, 온갖 별들 중에도 제일 아름다운 별은요, 그건 뭐니뭐니해도 역시 우리들의 별이죠. 저 '목동의 별'말입니다. 우리가 새벽에 양떼를 몰고 나갈 때나 또는 저녁에 다시 몰고 돌아올 때, 한결같이 우리를 비추어 주는 별이에요. 우리는 그 별을 마글론이라고도 부르지요. '프로방스의 피에르(토성)'의 뒤를 쫓아가서 칠년 만에 한 번씩 결혼을 하는 예쁜 마글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