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by 여행하는 과학쌤

4시간이나 되는 영상이 방송되었지만, 연출가의 시선을 담은 영상이 아니라 오롯이 내 시선을 담은 글을 남기고 싶었다. 모든 일이 그렇듯 3주 간의 촬영은 좋을 때도, 아닐 때도 있었다. 지치고 힘들어서 한국으로 돌아올 날만을 손꼽아 기다린 순간도 있었지만 웃음이 절로 나온 순간도 있었다. 그리고 시간에 희석된 기억은 대개 좋은 포장지로 감싸져 있기 마련이다. 지금 돌이켜보니 모든 순간이 나에게 찾아온 선물이었구나 싶다. 그 축복 속에 있을 때 더 감사히 행동하지 못한 것이 후회되기도 한다.


첫날에는 말투나 표정, 걸음걸이가 죄다 어색해서 같은 길을 몇 번이나 다시 걸었는지 모른다. 그나마도 완전히 잘못된 내용을 말하는 바람에 다음날 같은 장소에 다시 가서 재촬영하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어색함은 사라졌지만, 여러 번 반복되는 촬영과 무더위 속에서 처음처럼 텐션을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웃음기가 사라지거나 말투가 단조로워지면 피디님은 귀신 같이 알아채고 다시 촬영을 하게 했다.


카메라에 예쁘게 풍경을 담을 수 있는 적당한 장소와 적절한 시간을 찾아다니다 보면, 체력이 달리는 내 얼굴은 점점 못나졌다. 오지를 다닐 땐 더 그랬다. 그때는 내 한 몸 챙기기도 마냥 힘들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촬영팀 두 분은 얼마나 더 힘들었을까 싶다. 나는 멘트 촬영을 마치고 나면 주저앉아 있기라도 했지만 피디님과 감독님은 좋은 그림을 담기 위해 몇 배로 움직여야 했다.


모두의 노력 덕분에 완성된 영상 속의 나는 시종일관 하이텐션으로 웃고 있다. 시끄럽고 정신없어서 보기 불편하다는 댓글도 달렸고, 밝은 분위기 덕분에 같이 즐기면서 보게 되었다는 댓글도 달렸다. 안 좋은 말들이 더 깊게 뇌리에 남기 때문에 악플로 고통받는 연예인의 마음을 잠시 체감하기도 했지만, 좋은 댓글들을 보다 보면 피디님이 그렇게나 텐션을 강조하면서 밝은 모습을 담아 촬영한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모든 일에 좋은 순간도 아닌 순간도 있듯이, 모든 결과물은 좋아해 주는 사람도 아닌 사람도 있는 법이다. 다만 사람들의 마음을 알았으니, 다시 촬영한다면 좋아해 주는 사람의 비율은 더 늘릴 수 있을 것 같다. 다음에 어디선가 또 출연 제의가 오면 응할 생각이 있냐는 피디님의 질문에는 아직 대답을 못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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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기행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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