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중전망대라고 들어 봤어? 바다 한가운데에 설치된 전망대 계단을 따라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서 바다 밑에 도착하는 거야. 그리고는 수족관을 구경하는 것처럼 유리창 너머에 있는 "진짜 바다"를 관찰하는 거지. 나는 서호주 버셀턴에서 해중전망대에 처음 가 봤어. 어찌나 좋았는지 곧바로 우리나라 울릉도의 해중전망대도 알아보고, 괌의 해중전망대에도 다녀왔어. 그런데 역시 버셀턴의 해중전망대를 따라갈 수가 없더라고.
뭐가 그렇게 좋았냐고? 가장 특별했던 건 해수면에서부터 유리창 밖을 볼 수 있다는 거야. 해중전망대에 가지 않더라도 바다 깊숙한 곳을 보여주는 자료는 너무 많잖아. 그런데 해수면에 집중한 사진이나 영상을 본 적 있니? 그러니까 위에서 내려다본 바다 말고, 해수면과 같은 높이에서 옆으로 본 바다 말이야. 파도를 옆에서 본다는 것.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아?
그날은 바람이 많이 불어서 파도가 요동치는 날이었어. 파도가 시시각각 모습을 바꾸면서 네모난 유리창을 통해서 끊임없이 달라지는 영상을 보여줬어. 투명하게 푸른 물과 구름 낀 잿빛 하늘. 어떨 땐 푸름과 잿빛이 화면을 절반씩 나누어 가지기도 하고, 어떨 땐 화면 가득 푸른 물이 들어차 나를 덮치기도 했어. 구름 틈으로 가끔 햇빛이 나올 때는 반짝이는 전구를 단 커다란 천이 펄럭이는 것 같았어. 해수면이랑 정확히 같은 높이에 가만히 눈을 대고 앉아 있는 나는 한없이 고요했는데, 눈앞에 펼쳐진 세상은 너무나 역동적인 것이 좋았어.
게다가 그게 끝이 아니야. 역동적인 건 파도만이 아니었어. 전망대까지 길게 이어진 다리 기둥에 산호가 붙어 살더라고. 창 밖의 바다는 산호와 물고기들의 자유로운 놀이터였어. 바다 한가운데에 전망대와 다리를 건설하면 환경이 파괴되는 건 아닐까 싶었는데 그 반대였지. 물고기를 모으는 인공 먹이 없이도 전망대 유리창 너머가 활기차게 북적거렸거든. 수족관이랑 비슷한 느낌이면서도 본질은 완전히 달랐던 거야. 야생 그대로의 생태계와 인간의 즐거움이 공생하는 곳. 그게 바로 해중전망대야. 대체 왜 안 가겠어?
바다의 열대 우림, 산호초
산호는 촉수로 먹이를 먹는 자포동물이야. 스스로 먹이를 구할 수 있는데, 주로 광합성을 하는 조류와 공생 관계를 이뤄서 영양 물질을 얻어. 단세포 조류에게 안락한 서식처를 제공해 주고, 광합성 결과 만들어진 유기물을 공급받는 거야. 이 안정적인 공생 관계덕분에 산호 근처에는 다양한 생물 종들이 군집을 이루고 있어. 산호초는 열대 우림의 생물 다양성에 버금가는 생태계라 하더라고.
물 속의 열대우림을 만드는 산호는 따뜻하고 투명한 바다에 주로 서식해. 적도와 멀지 않은 바다, 그중에서도 깨끗한 바다에 사는데, 단단한 기질에 부착해서 살아가기 때문에 섬의 가장자리나 바위, 해중전망대의 기둥 같은 구조물에서 볼 수 있어. 물론 수질이 유지되는 곳이어야겠지. 산호는 수중 환경에 아주 민감하거든.
수온이 18도 이하로 떨어지거나 30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공생하고 있던 조류의 개체수가 감소하고 광합성 색소가 파괴돼. 산호는 공생 조류에게 유기물 섭취 대부분을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산호초생태계 전체가 무너지는 거야. 조류의 색소 밀도가 감소하면 산호가 하얗게 변하는데, 이렇게 백화 현상이 일어난 바다에서는 산호초특유의 활기찬 생물들을 볼 수가 없어.
산호가 정상적으로 생장하려면 온도뿐만 아니라 산소 농도도 중요해. 육지로부터 영양 물질이 흘러 들어오지 않는, 깨끗하고 투명한 바다에서만 산호를 볼 수 있는 것은 산소 때문이야. 영양 물질이 들어오면 플랑크톤이 번식하고 그 사체를 분해하는 미생물이 어마어마하게 증식하면서 산소량이 급격하게 낮아지거든.
버셀턴의 해중전망대에서는 산호초의 역동적인 생물들을 생생하게 볼 수 있었어. 무수히 많은 관광객들이 다녀가는데도 바다에 오염 물질이 흘러 들어가지 않도록 잘 관리한다는 거겠지? 생태계 속에서 인간만 즐거움을 누리는 것이 아니라 같이 공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면, 해중전망대에 정말로 왜 안 가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