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주 로드 트립을 하면서 가장 많이 이름을 들었던 지역은 에스페란스야. 북쪽에서 남쪽으로, 아니면 남쪽에서 북쪽으로 비슷한 길을 따라 여행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면, 어디를 다녀왔는고 어디에 갈 계획인지 서로의 여행을 공유하게 되거든. 그런데 거의 모든 여행자들이 한결같이 에스페란스의 아름다움을 칭송하더라고. 이렇게나 모두의 마음에 드는 곳이라니 기대감이 높아졌어.
호주 여행과 관련된 SNS에도 에스페란스에 꼭 가고 싶은데 운전해서 갈 수 있을지 고민이라는 글이 꽤 많았어. 에스페란스는 퍼스에서 남동쪽으로 700km 정도 떨어져 있는 도시거든. 사실 그 글을 보고는 조금 웃음이 나기도 했어. 에스페란스로 향할 때는 촬영의 거의 막바지 단계였기 때문에 700km 정도는 우리에게 익숙한 거리였거든. 피디님이랑 감독님도 이젠 어찌나 능숙하게 운전하시는지 거의 쉬지도 않고 달리더라니까.
에스페란스는 잘 정돈된 휴양 도시라 첫인상부터 만족스러웠어. 세련된 신도시 같았달까? 심지어 바다까지 곁들인 신도시. 해가 질 무렵에 우리는 바다로 향했어. 러키 베이는 야생 캥거루가 출몰하기로 유명한 해변인데 운 좋게도 도착하자마자 두 마리의 캥거루를 만났지 뭐야? 바다와 모래 색이 너무 예뻐서 그 자체만으로도 반짝반짝 빛이 났는데, 예쁜 바다를 배경으로 캥거루가 주인공을 차지하니까 그 모든 장면이 동화 같더라고. 모두들 캥거루를 따라다니면서 카메라에 담기 바빴어. 그날의 연예인이었지.
캥거루 때문인지, 새하얀 모래 때문인지, 수영장 같은 바다 빛깔 때문인지, 아니면 노을이 찾아온 특별한 시간의 하늘 때문인지 모르겠어. 어쨌든 러키 베이는 내가 가본 바다 중에 정말로 최고였어. 왜 그렇게 모두가 에스페란스에 가고 싶어 하고, 또 에스페란스를 추천하는지 알겠더라니까. 나도 서호주 여행자들에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아.
"에스페란스는 꼭 가셔야 해요. 아무리 멀어도 후회 안 하실 거예요! 바다가 정말 예쁘다니까요! 게다가 바다의 캥거루라니 상상해 보셨어요?"
캥거루과의 동물들, 캥거루와 왈라비
우리가 만난 캥거루는 해변의 모래사장에 터를 잡고 앉아서 줄곧 무언가를 먹고 있었어. 모두들 궁금해하면서 사진을 찍었는데, 캥거루가 떠난 다음에 가까이 가보니 죽은 생선을 발라 먹었더라고. 캥거루는 풀이나 씨앗을 먹는 초식동물인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도 않은가 봐. 종에 따라서 잡식을 하는 경우도 있대.
캥거루과에는 워낙 다양한 종이 있어. 쥐처럼 생긴 쿼카도 캥거루과에 속하니까 말이야. 쿼카속 외에도 캥거루속, 바위왈라비속, 토끼왈라비속 등으로 아주 다양하게 분류되어 있는데, 캥거루속에 왈라비 종이 포함되어 있기도 해서 분류 체계가 복잡해. 보통 덩치가 크고 근육이 우람한 것이 캥거루고, 작고 귀여운 것이 왈라비라고 많이들 알고 있는데 꼭 그런 것도 아니야. 긴꼬리왈라비는 왈라비 중에 큰 편이라 작은 캥거루 종들이랑 크기가 비슷하거든.
우리가 만난 건 에스페란스를 포함한 호주 남서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서부회색캥거루였어. 왈라비와 캥거루의 가장 큰 차이는 이빨 구조래. 그래서 캥거루의 얼굴이 뭉뚝하게 네모져 보인다면 왈라비의 얼굴은 뾰족하게 세모나 보여. 그리고 캥거루가 왈라비보다 점프력이 월등히 좋은데, 뒷다리의 발목부터 무릎까지 길이가 상당히 긴 것을 볼 수 있어.
그래, 사실은 캥거루나 왈라비나 대충 비슷한 친척이야. 종, 속, 과 그런 분류를 누가 궁금해 하겠어. 풀숲의 주인공인 캥거루보다 바다의 주인공인 캥거루가 훨씬 예뻤다는 것, 그것만 다들 알아줘. 그런데 여기까지 읽었다면 이 사진에서 어느 쪽이 긴꼬리왈라비고 어느 쪽이 서부회색캥거루인지 구분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