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주에 왔으면 OO를 만나야지

by 여행하는 과학쌤

서호주에서 배를 타고 서쪽으로 더 가면 아주 작은 섬을 만날 수 있어. 로트네스트 섬. 이름부터 재미있는 섬이야. 쥐의 둥지라는 뜻이거든. 이 섬을 발견한 유럽인들이 여기에 커다란 쥐가 많이 살고 있다고 생각했대. 그런데 사실 여기에 살고있는 친구들은 쥐랑은 아주 거리가 멀어. 가까운 친척을 꼽자면 캥거루야. 그렇다고 캥거루네스트 섬으로 이름을 바꾸진 않았어. 뭐든 처음 시작한 사람 마음이 제일 중요한가 봐.


쥐처럼 생겨서 섬의 이름까지 지었지만 막상 쥐가 아닌 이 동물은 바로 "쿼카"야. 내가 처음 쿼카를 알게 된 건 5년 전쯤이야. 늘 웃는 표정의 친구를 닮은 동물로 쿼카가 거론됐거든. 미묘하게 입꼬리가 올라간 쿼카의 사진을 다 같이 찾아보고는 금방 관심이 사라졌어. 5년이 지난 지금 서호주에 가게 되니, 친구들이 쿼카를 꼭 보고 오라고 하더라고. 쿼카는 서호주의 로트네스트 섬에만 살고 있대.


로트네스트 섬은 야생 생물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철저하게 노력하고 있는 섬이야. 관광객들은 섬 안에서 자전거를 타거나 순환 버스를 타야만 해. 조금은 불편하지만 그래서 더 낭만적인 곳이지. 공무원이나 간호사 같은 필수 인력만 차를 운전할 수 있어. 그것도 어린이 보호구역처럼 아주 느린 속력으로만. 덕분에 쿼카가 아니라도 투명한 바다, 반짝이는 하늘, 대지 곳곳에 생명이 살아 숨 쉬더라고. 로트네스트 섬에 다시 간다면 하루는 온종일 바다에서 스노클링을 하고 싶고, 또 하루는 자전거를 타고 구석까지 누비며 섬과 한 몸이 되고 싶어. 쿼카만 보고 돌아오기에는 정말 아까운 섬이거든.



캥거루의 친척, 유대류 쿼카


예전에는 호주 본토에도 쿼카가 살고 있었는데 도태되고, 지금은 보호 구역인 로트네스트 섬에만 남아 있다고 해. 과거 호주 대륙에는 지금보다 더 많은 유대류가 살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태반류 동물을 데리고 정착하면서 경쟁에 의해 많은 유대류가 멸종했대. 그래도 호주에는 여전히 다양한 종의 유대류가 남아 있는 편이야. 처음 호주 대륙이 분리됐을 때 태반류가 거의 없어서 유대류가 충분히 번성할 수 있었거든.


지금 지구상에 살아 있는 포유류는 크게 태반류, 단공류, 유대류로 나뉘어. 태반류는 사람, 고양이, 말처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포유류야. 엄마가 배 속의 태아에게 실시간으로 양분을 줄 수 있는 태반이 발달되어 있지. 그래서 태반류는 엄마 배 속에서 몇 달 동안 라다가 엄마랑 똑같은 완성형 모습으로 태어나. 물론 엄마보다 더 귀엽긴 하지.


그리고 단공류에는 오리너구리라는 특이한 종이 속하는데, 포유류인데도 알을 낳는 워낙 특별한 녀석이라 잠깐 옆으로 밀어둘게.


오늘의 주인공인 유대류는 쿼카, 캥거루, 코알라, 웜뱃 등으로 호주에 주로 살고 있어. 태반이 발달되어 있지 않아서 배 속에 아기를 몇 달씩이나 품고 있을 수 없지. 아기는 수정란이 가지고 있는 약간의 영양분을 이용해서 몇 주 동안만 자라다가, 아주 작은 발생 초기 태아의 상태로 태어나버려. 그리고 나서는 엄마 배에 있는 주머니로 기어 들어가서 젖을 빨면서 마저 생장하는 거야.


쿼카도 옆모습을 언뜻 보면 쥐처럼 생겼지만, 잘 보면 배에 주머니가 달려 있어. 발생이 끝날 때까지 아기를 주머니에 품고 있다가 천천히 바깥 세상을 보여주면서 독립을 준비시키지. 앞다리를 들고 뒷다리로 무게를 지탱하면서 엄마 쿼카와 아기 쿼카가 함께 겅중겅중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면 캥거루를 똑 닮았어. 저 짧은 앞다리로 엄마 주머니 안에서 꼭 매달려 있었던 거야.


나는 벤치 아래에 잠들어 있는 아주 작은 쿼카 모녀를 오래도록 지켜봤어. 아기 쿼카가 어엿한 엄마가 될 때까지, 그리고 그 아기의 아기가 자랄 때까지, 오래도록 로트네스트섬이 안전한 둥지가 되었으면 좋겠어. 쥐든 캥거루든 쿼카든 그건 쿼카 모녀에게 중요한 건 아닐 거야.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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