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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 과학쌤 Nov 19. 2023

뉴질랜드 정착 도시를 고민하는 그대에게

뉴질랜드 로드트립- 크라이스트처치

 뉴질랜드의 크라이스트처치를 논하려면 지진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어. 2011년에 대지진이 일어나서 수많은 건물이 무너지고 수백 명이 사망했거든. 역사적으로 중요한 건축물도 죄다 붕괴돼서, 지진 이전과 이후에 크라이스트처치의 정체성이 달라졌다고 하더라고. 대표적인 대성당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복원 공사가 한창이야. 지진이 일어나기 전의 도시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은 지금의 모습을 두고 텅 빈 껍데기 같아서 볼거리가 없다는 말들을 해.



 몇 년 전에 뉴질랜드를 여행했을 때 크라이스트처치를 쏙 빼놓은 건 그 때문이었어. 짧은 일정 속에 남섬도 북섬도 끼워 넣다 보니, 볼거리가 없다는 도시에 머물 여유가 없었거든. 크라이스트처치에는 큰 공항이 있어서 비행기를 타러 들르기까지 했는데, 공항 외의 시내에는 발도 들이지 않고 지나쳤어. 그런데 이번에 뉴질랜드 곳곳을 느긋하게 다녀보니, 놀랍게도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이 크라이스트처치더라고.


 뉴질랜드에 정착할 곳을 정할 때 염두에 둔 곳은 크게 네 군데였어. 퀸스타운, 크라이스트처치, 오클랜드, 웰링턴.  고민 끝에 우리는 최대 도시인 오클랜드에서 몇 개월 거주했어. 오클랜드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크라이스트처치를 택할 것 같아. 여행자의 시선에서는 매력적이지 않았던 크라이스트처치가 거주자의 시선에서는 몹시 끌렸거든.



 퀸스타운이랑 웰링턴에 갔을 땐 이곳에 정착하지 않길 너무 잘했다고 생각했어. 퀸스타운은 눈부신 풍경과 다양한 액티비티가 있어서 여행자에게 천국인 도시지만, 장기간 거주하기에는 과하게 시끌벅적했거든. 홍대 한복판에서 살아가는 것처럼 상상만 해도 기가 빨리는 기분이었어. 웰링턴에서는 언덕 위까지 빼곡히 들어선 작은 집들과 주차난에 밀려 골목을 메운 차들을 보니 가슴이 답답해졌어. 서울 시청 근처의 멋들어진 건물들을 벗어나면 낡은 상가주택이 빼곡히 보이는 그런 느낌. '뉴질랜드도 수도는 어쩔 수 없구나', '서울이랑 똑 닮았구나' 그런 생각을 했지. 한국에서 매일 경험하던 정신 없는 삶을 뉴질랜드에서도 이어나갈 필요는 없지 않겠어?


 반면에 크라이스트처치는 한가로움과 번화함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고 있었어. 남섬에서 가장 큰 도시답게 마트나 은행도 쉽게 찾을 수 있었고, 깔끔한 대형 쇼핑몰도 여러 군데 있어서 좋았어. 그러면서도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고, 도시 중심에는 뉴욕 센트럴파크만큼 커다란 공원이 자리잡고 있어서 모두의 안식처가 되어 주더라고. 게다가 차를 타고 20분만 나가면 바다도, 산도, 트래킹 코스도 널렸으니 도시와 자연을 두루 느낄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인 거지. 오클랜드도 비슷한 장점을 가지고 있긴 한데, 크라이스트처치는 테카포, 푸카키, 카이코우라 같은 천혜의 관광지까지 가까이 있어서 마음만 먹으면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으니 이쪽의 손을 들어주고 싶어. 게다가 외식 물가나 기름값도 미묘하게 저렴하더라고.


 그러니까 자신 있게 결론을 내보려고 해. 시간이 없는 여행자라면 크라이스트처치는 패스해도 오케이! 하지만 몇 달 살이나 몇 년 살이를 꿈꾸고 있는 예비 거주자라면 초기 정착지로 크라이스트처치 강력 추천! 내가 크라이스트처치에 정착해서 테카포 호수나 푸카키 호수를 틈 날 때마다 봤더라면, 뉴질랜드 이민까지도 긍정적으로 고려했을 것 같거든. 물론 어디까지나 개인 취향이지만.


오늘의 과학
 뉴질랜드는 호주 판과 태평양 판의 경계에 위치합니다. 판이 움직이는 방향과 힘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경계 부근에서 판들이 부딪히면서 화산 활동과 지진이 자주 일어납니다. 지금도 뉴질랜드 땅 아래에서는 태평양 판이 호주 판 밑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이 움직임으로 인해서 지각의 스트레스가 누적되다가 어느 순간 파열되면서 지진이 일어나지요. 평균적으로 10년에 한 번씩은 뉴질랜드에서 대지진이 일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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