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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 과학쌤 Nov 12. 2023

겨울 여행지로 온천 어때요?

뉴질랜드 로드트립- 핸머스프링스

 나는 온천을 참 좋아해. '얼죽아'가 아니라 '쪄죽따' 파라서 한여름에도 핫초코를 마시고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거든. 그러니 추운 겨울에 몸을 지질 수 있는 온천은 말해 뭐하겠어. 다만 대형 놀이 시설이 없거나, 있더라도 겨울에는 닫아 버리는 게 조금 아쉬웠어. 그래도 그게 당연한 거라고 믿어 왔어. 몇 월 며칠부터 야외 시설이 개장하고 폐장하는지 찾아보는 게 익숙했으니까. 난데없이 뉴질랜드에서 이 아쉬움을 해소할 거라곤 상상도 못 했지.


 로드트립을 하는 동안 캠핑장 체인점인 탑텐 홀리데이파크를 애용했어. 탑텐 체인점은 그럭저럭 평균 수준의 시설이 보장 됐거든. 우리는 전국의 탑텐 체인점이 나와 있는 지도를 보면서 다녔어. 탑텐이 지점을 냈다는 건 대충 유명한 도시라는 뜻이야. 남섬에는 마운트쿡 근처의 알만 한 관광지들이나 해안가의 도시들을 따라서 지점이 있었어. 그런데 핸머스프링스라는 다소 뜬금없는 위치에도 지점보이길래 눈길이 갔어. 뭐가 있는 마을일 궁금할 수밖에 없었지.


 핸머스프링스에는 1년 내내 뜨거운 물이 나오는 온천! 그것도 대형 놀이 시설을 갖춘 온천이 있었어. 화산섬인 뉴질랜드에 온천은 흔한 편이야. 뉴질랜드에서 겨울을 나는 방법은 스키와 온천뿐이라는 말도 있거든. 틈나는 대로 여러 온천에 들르긴 했는데, 당연히 놀이 시설은 없었어. 뉴질랜드는 워낙에 자연 그대로의 보존을 중요시하는 나라라, 유명한 관광지에 길도 안 닦여져 있는 경우가 허다하거든. 그래서 워터파크를 닮은 핸머스프링스의 대형 온천이 너무 반가웠어. 이 나라도 인위적인 놀거리를 만들긴 하는구나 하고 말이야.



 운이 좋았던 건지 나빴던 건지 핸머스프링스로 향한 날 아침부터 눈이 제법 내렸. 다행히 남편은 뉴질랜드 도로에 완벽히 적응해서, 눈이 쌓인 산길도 아무렇지 않게 운전하더라고. 덕분에 따뜻한 온천물에 들어앉아서 설산을 바라보는 행운을 누릴 수 있었어. 게다가 궂은 날씨 때문인지 놀이 기구에 줄도 거의 없었어. 오션월드나 리비안베이에 뒤지지 않을 정도의 스케일이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뭐든 한 번 타려면 최소 한 시간은 기다려야 하잖아.


 겨울에도 운영하는 워터파크의 야외 놀이 시설, 그것도 사람 없이 비어있는 놀이 시설에 감격해서, 열 번은 타고 가겠다고 호기롭게 선언했는데 마음처럼 되진 않았어. 철저하게 계획을 세워서 도착하자마자 놀이 기구부터 탔으면 가능했을지도 모르겠어. 그런데 김이 모락모락 솟는 온천에 몸부터 적시고 나오니까 바깥 온도가 너무 춥게 느껴지는 거야. 앞사람이 탄 튜브가 내려올 때까지 몇 분만 기다리면 되는데 그 시간이 그렇게 고통스럽더라고. 놀이 시설 계단에는 애매한 카페트가 깔려 있었는데, 눈 내리는 날 젖은 천을 밟고 있는 맨 발바닥은 또 어땠겠어?


 와중에 자연적으로 펑펑 솟아나는 온천수 덕분에 워터 슬라이드 위를 흐르는 물만큼은 몹시 따뜻했어.  발을 동동거리며 뛰다가 튜브에 오르기 직전에 따뜻한 물에 최대한 발을 담가서 잠깐이라도 녹여가며 타야 했지. 상체는 그마저도 안 돼서 내내 떨어야 했고. 결국 마음과 달리  종류별로 딱 한 번씩만 타고는 겨울 날씨 앞에 백기를 들었어. 우리나라 워터파크에서 겨울에 야외 시설을 닫아 버리는 이유를 완벽히 이해하게 된 거지 .



오늘의 과학
 온천은 지열로 인해 뜨거워진 지하수가 솟아올라 만들어집니다. 화산 활동이 활발한 지역은 땅 속에 열기를 품고 있는 경우가 많으니 온천이 발달하는 것이 당연하지요. 온도가 높은 지하수는 차가운 지하수에 비해 땅 속의 미네랄을 더 많이 녹입니다. 뜨거운 물에서 소금이 잘 녹는 것과 마찬가지지요. 게다가 화산 지대의 토양은 특별한 종류의 미네랄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화산 지대를 지나는 지하수는 미네랄이 더 풍부해집니다. 천연 온천에 다양한 미네랄이 풍부해 피부에 좋다고 광고하는 것이 이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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