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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 과학쌤 Dec 17. 2023

가이드 없이 즐기는 찐 사파리

뉴질랜드 로드트립 -퀸스타운

 남섬의 꽃 퀸스타운에는 관광지가 많고 많은데, 그중에서도 꼭 가보길 권하고 싶은 곳은 디어 파크야. 처음에 디어 파크라는 이름만 보고는 평범한 동물원인 줄 알고 여행 목록에서 제외했었어. 혹시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부디 재고해 주길. 이름에 걸맞게 사슴을 포함한 몇몇 동물들이 있긴 한데, 철조망 너머에 있는 게 아니라서 생생한 사파리 투어를 즐길 수 있거든. 게다가 풍경도 끝내주는 곳이야.

 디어 파크를 만든 사람이 누군진 몰라도 정말이지 영리한 것 같아. 일단 퀸스타운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높은 산에 부지가 있어. 루지를 탈 수 있는 전망대보다도 훨씬 높기 때문에 광활한 호수의 가장 먼 곳 까지도 볼 수 있는 특별한 곳이지. 퀸스타운의 와카티푸 호수가 뉴질랜드에서 가장 큰 호수라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하려면 그만큼 높이 올라가서 봐야 하거든.



 이 어마어마한 장소에 루지나 곤돌라, 스키장 같은 것을 건설하지 않고 동물들만 풀어두었어. 아마 초기 비용을 꽤 절약했을 거야. 모르긴 몰라도 운영도 어렵지 않아 보여. 상주하고 있는 직원이 단 한 명도 없거든. 오로지 인터넷으로만 예매할 수 있고, 메일로 받은 코드를 누르면 입구의 차단기가 열리는 시스템이야. 입장하고 나서는 커다란 무인 사료통에 동전을 넣고 사료를 받아서, 동물들 사이를 알아서 돌아다니는 거야.

 나는 무인 사료통의 사용법을 제대로 읽지 않고 대뜸 동전부터 넣어서 2달러를 허망하게 날렸어. 추가로 2달러를 더 지불하면서 짜증이 나기도 했는데, 모든 관람이 끝나고 나니까 사료에 4달러를 쓴 게 조금도 아깝지 않아졌어. 사료통을 들고 다니면 염소, 양, 알파카, 사슴, 바이슨을 아주 가깝게 만날 수 있거든. 그중 최고는 단연 바이슨이야.

 바이슨은 털이 수북하고 뿔이  있는 들소야. 바이슨이 있는 구역에 가면 경고판이 등장해. "바이슨이 위험하니 차에서 내리지 마시오." 그때까진 들소를 실제로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감이 안 왔어. 들판의 누렁소들은 대체로 사람에게 관심도 없고 얌전하잖아. 우린 눈치를 보면서 아주 천천히 차를 몰았어.



 똑똑한 동물 친구들은 바퀴 달린 차에 타고 있는 인간들이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 잘 아는 것 같았어. 사료를 내놓으라며 창문으로 들이댔거든. 바이슨도 그랬어. 가만히 풀을 뜯고 있다가 차를 보자마자 성큼성큼 달려와서 얼굴을 들이밀었어. 바깥에 사료를 떨어뜨려주고 얼른 창문을 닫았는데, 부족했는지 서로 머리를 밀면서 싸움도 하고, 자동차 창문을 혀로 핥더라고. 바이슨의 혀가 내 얼굴만 해서 잡아먹힐 것만 같았어. 네 개의 창문 중 하나를 살짝 열어서 사료를 던져주고 다른 창문으로 바이슨을 관찰하기를 반복했지.


 바이슨을 가까이에서 만났던 그 순간이 무서우면서도 몹시 스릴 있었어. 야생의 들소를 이렇게 가까이에서 볼 일이 또 언제 있겠어. 하다 못해 에버랜드의 사파리 관람을 하려면 두 시간씩 줄을 서야 하잖아. 그나마도 동물과 교감하는 기사님 근처에 앉지 못하면 제대로 보기 힘들기도 하고. 그러니 도시에서만 살아온 나 같은 사람이 퀸스타운에 간다면, 디어 파크에 꼭 들르길. 능동적으로 사파리를 즐기면서 여러 모로 아름다운 야생을 만날 수 있을 테니.



오늘의 과학
 바이슨을 한국어로 번역하면 '들소'입니다. 동물 분류 체계에 따르면, '소'과에 '들소(바이슨)'속이 있지요. 미국에서 아메리카들소를 버팔로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동물 분류에 따르면 바이슨과 버팔로는 다른 동물입니다. 버팔로는 '물소'라고 번역할 수 있지요. 바이슨의 뿔은 초승달 모양으로 위로 솟아 있지만, 버팔로의 뿔은 프링글스의 콧수염처럼 아래로 굽었다가 위로 휘는 모양입니다. 또 바이슨은 턱 아래에 긴 털과 굽은 어깨를 특징적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바이슨과 버팔로는 위협을 느끼면 뿔로 들이 받으니 야생에서 맨몸으로 만나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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