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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 과학쌤 Apr 29. 2024

별 건 아니고, 그냥 게임중독 같은 거야

 코로나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시절, 경찰이 현관문을 두드렸다.

 "쾅쾅쾅! 경찰입니다!"


 집에 경찰이 찾아온 것은 처음이라 선뜻 문을 열 수가 없었다. 큰 사건이 벌어진 것이라면 그것대로 무서운 일이고, 혹시라도 경찰 사칭이라면 그것 역시 공포스러운 일이니까. 다행히도 방역 수칙 신고를 받았다는 소소한 이었다. "4인 이상 집합 금지"라는 강경한 규칙이 시행되던 때였다. 경찰 2명이 집 안으로 들어와 방문을 열어 보았고, 나를 포함해 세 명만 있는 것을 확인하고 나갔던 프닝이었다. 


 우리는 닌텐도 슈퍼마리오 게임을 하고 있었다. 평소 게임을 즐기는 편이 아닌데, 그날은 나도 모르게 몸뚱이도 들썩거리고 큰 소리도 내면서 과몰입을 했더랬다. 파티를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신고가 들어갈 정도로. 세 명 중 한 명이라도 마리오의 목숨이 남아 있으면 게임이 계속 진행되기 때문에, 혼자 할 때와 달리 여러 판을 깰 수 있었던 것이다. 한 판씩 깰 때마다 새로운 맵이 열렸고, 어려운 판을 깰 때의 희열 때문에 게임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날, 게임의 재미를 처음 알았다. 이래서 한 번 게임을 시작하면 몇 시간씩 붙잡고 있는 거구나.




 사실 이 장황한 이야기의 진짜 주제는 폴댄스다. 폴댄스를 할 때의 재미가 슈퍼마리오 게임의 재미와 똑같다면 믿길까?


 슈퍼마리오 게임 한 판 한 판이 아주 길다면 나같은 초심자들을 휘어잡지 못했을 게다. 짧은 스테이지로 게임이 나누어져 있고, 각각의 스테이지가 끝날 때마다 깃발을 올려주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게임을 할 원동력이 채워다.


 폴댄스 수업에서도 하루에 한두 개의 짧은 기술을 배운다. 마리오가 깃발에 도달할 때의 기쁨처럼, 폴댄스 기술을 한 개씩 완성시킬 때면 엄청난 희열을 느낄 수 있다. 각각의 기술은 1분도 안 걸리는 짧은 동작이기 때문에 '조금만 더 하면 성공할 것 같은데..!' 하며 도전 의식이 생긴다. 몇 번씩 실패하던 테이지를 붙잡고 '한 !'를 외쳐본 사람이라면 그 마음을 이해할 것이다.


 한 판씩 깰 때마다 조금씩 어려워지는 것도 게임과 폴댄스의 공통점이다. 슷한 난이도의 스테이지가 계속된다면 지루해지는 순간이 올 텐데, 똑똑한 게임 개발자들은 '날아다니는 거북이''움직이는 땅' 같은 것들을 단계별로 배치해서 게임에 빠져들게 만든다. 폴댄스의 기술도 단계별로 난이도가 올라가기 때문에 번 새로운 재미를 느끼게 된다.


 그러니 손바닥에 물집이 터져도 허벅지가 쓸려 피멍이 들어도 멈출 수 없다. 몸살에 걸려도 마법에 걸려도 어떻게든 폴 학원에  싶어서 애가 닳는. 다음 판에 열릴 새로운 맵을 기대하면서 게임을 끄지 못하는 것처럼, 어떤 기술을 배울까 기대하 오늘도 희열을 찾아 나선다. 이런 게 중독이라면 그런대로 나쁘지 않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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