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경찰이 찾아온 것은 처음이라 선뜻 문을 열 수가 없었다. 큰 사건이 벌어진 것이라면 그것대로 무서운 일이고, 혹시라도 경찰 사칭이라면 그것 역시 공포스러운 일이니까. 다행히도 방역 수칙 신고를 받았다는 소소한 사안이었다. "4인 이상 집합 금지"라는 강경한 규칙이 시행되던 때였다. 경찰 2명이 집 안으로 들어와 방문을 다 열어 보았고, 나를 포함해 세 명만 있는 것을 확인하고 나갔던 해프닝이었다.
우리는 닌텐도 슈퍼마리오 게임을 하고 있었다. 평소 게임을 즐기는 편이 아닌데, 그날은 나도 모르게 몸뚱이도 들썩거리고 큰 소리도 내면서 과몰입을 했더랬다. 파티를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신고가 들어갈 정도로. 세 명 중 한 명이라도 마리오의 목숨이 남아 있으면 게임이 계속 진행되기 때문에, 혼자 할 때와 달리 여러 판을 깰 수 있었던 것이다. 한 판씩 깰 때마다 새로운 맵이 열렸고, 어려운 판을 깰 때의 희열 때문에 게임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날, 게임의 재미를 처음 알았다. 이래서 한 번 게임을 시작하면 몇 시간씩 붙잡고 있는 거구나.
사실 이 장황한 이야기의 진짜 주제는 폴댄스다. 폴댄스를 할 때의 재미가 슈퍼마리오 게임의 재미와 똑같다면 믿길까?
슈퍼마리오게임 한 판한 판이 아주 길었다면 나같은 초심자들을 휘어잡지 못했을 게다. 짧은 스테이지로 게임이 나누어져 있고, 각각의 스테이지가 끝날 때마다 깃발을 올려주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게임을 할 원동력이 채워진다.
폴댄스 수업에서도 하루에 한두 개의 짧은 기술을 배운다. 마리오가 깃발에 도달할 때의 기쁨처럼, 폴댄스기술을 한 개씩 완성시킬 때면 엄청난 희열을 느낄 수 있다. 각각의 기술은 1분도 안 걸리는 짧은 동작이기 때문에 '조금만 더 하면 성공할 것 같은데..!' 하며 도전 의식이 생긴다. 몇 번씩 실패하던게임 스테이지를 붙잡고 '한 번만 더!'를 외쳐본 사람이라면 그 마음을 이해할 것이다.
한 판씩 깰 때마다 조금씩 어려워지는 것도 게임과 폴댄스의 공통점이다. 비슷한 난이도의 스테이지가 계속된다면 지루해지는 순간이 올 텐데, 똑똑한 게임 개발자들은 '날아다니는 거북이'며 '움직이는 땅' 같은 것들을 단계별로 배치해서 게임에 빠져들게 만든다. 폴댄스의 기술도 단계별로 난이도가 올라가기 때문에 매번 새로운재미를 느끼게 된다.
그러니 손바닥에 물집이 터져도 허벅지가 쓸려 피멍이 들어도 멈출 수 없다. 몸살에 걸려도 마법에 걸려도 어떻게든폴 학원에 가고 싶어서 애가 닳는다. 다음 판에열릴 새로운 맵을기대하면서 게임을 끄지 못하는 것처럼, 어떤 기술을 배울까 기대하며오늘도 희열을 찾아 나선다.이런 게 중독이라면 그런대로 나쁘지 않은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