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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 과학쌤 Aug 08. 2024

더 나은 나를 만드는 법

 대학교 때 배던 일반생물학 첫 단원에 "생명체의 창발성"이 나다. 창발성이란, 하위 요소에는 없던 특성이 상위 구조에서 나타나는 현상다.


 예컨대 질소 수소 기체는 무색무취지만, 이들이 결합해 만들어진 암모니아에서는 예상치 못하게 악취가 나는 것이다. 질소, 수소에 탄소, 산소가 적절히 더해지면 아미노산, 효소, 세포 만들어지는데, 이전 단계에서 상상할 수 없던 다양한 특성들이 폭발적으로 나타난다. 최종적으로 포들의 모임에 따라서 이루 말할 수 없이 다양 생물 종이 등장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인간관계에서도, 삶의 모든 활동에서도 창발성이 일어난다. 헬렌 켈러가 설리번 선생님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평생 글을 익히지 못을 수도 있는 것이고, 김연아 선수가 스케이트를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평범한 회사원이 되어 불금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어떤 순간에 누구를, 혹은 무엇을 만나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에 새로운 특성이 생겨는 것이다.




 나는 폴댄스를 만난 후로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간다고 느낀다. 휴일에 침대에 누워서 숨만 쉬던 나는 사라졌다. 수업 예약 시간에 맞춰서 일어나고, 동을 하기에 담스럽않으면서 에너지를 있는 식사도 챙겨 먹는다. 한 마디로 계획적이고 부지런해졌다.


 여유 시간이 남으면 요가 매트를 펼쳐 스트레칭도 하고, 공원을 뛰다 오기도 하고, 풀업이나 복근 운동을 하기도 한다. 침대와 한 몸이 되어 와식 생활 하던 나의 30년을 아는 사람이라면 믿지 못할 일이다. 가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폴댄스를 잘하고 싶은 욕심에서 비롯된 행동이다. 폴댄스의 많은 동작들은 유연성이 뒷받침되어야 하기에 스트레칭이 필수이며, 다리를 거꾸로 들어 올리는 자세를 유지하려면 복근과 팔 힘 키워야 한다. 평소 체중 관리에 큰 뜻이 없었는데, 폴 위에서 오래 버티려다 보니 자연스레 몸이 좋아졌다.


 무엇보다 스트레스를 푸는 건전한 방법과 삶의 재미를 찾았다. 장에서 고단한 하루를 버틸 때 폴댄스 생각을 한다. 오버가 아니라 진짜다. 얼른 업무를 끝마치고 퇴근해야 할 이유가 있기에 집중력이 높아지는 것이다. , 사람 때문에 한숨이 푹푹 나오는 순간들에 머릿속으로 조용히 폴댄스 동작을 이미지 트레이닝 한다. '왼 팔을 더 아래로 내려 잡은 다음에 머리를 숙이고...' 같은 생각을 하다 보면 불쾌한 감정이 사그라든다. 퇴근 후 폴댄스 학원에 들러 땀을 빼고 나면, 직장 생각은 거의 다 사라져 있다.


 결혼을 결심하게 된 수많은 이유 중에서 "그 사람으로 인해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됐어요."라는 답을 좋아한다. 누군가로 인해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어 간다면, 보다 긍정적인 관계는 없을 것이다. 폴댄스를 하는 내 모습도 그렇다. 하루하루 더 나아지는 내 마음에 든다. 브라보 마이 폴댄스 라이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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