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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하는 과학쌤 Jul 21. 2024

몸이 기억한다는 것

 이제 와 깨달은 사실. 운동은 가성비가 좋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든 공부를 해서 점수를 올리는 것이든 내가 들인 노력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가 많다. 많은 시간과 돈을 쏟았는데 아무것도 얻지 못하는 상황도 꽤 흔하게 발생한다.

 노력을 쏟아붓던 순간으로부터 많은 세월이 흘렀다면 상황은 더 참담하다. 열정을 쏟던 인간관계가 허무하게 사라지기도 하고, 달달 외우던 어떤 것들을 거짓말처럼 기억할 수 없게 되기도 한다. 피아노 악보를 읽는 것도 이차방정식을 푸는 것도 어른이 된 후에는 죄다 가물가물해져서, 어린 시절처럼 돌아가려면 많은 시간을 들여 다시 학습해야 한다.
 
 운동은 그런 면에서 정직하다. 운동을 했다면, 최소한 아무것도 얻지 못하는 일은 생기지 않는다. 가지고 있는 재능에 따라 시작점이 다를 수는 있어도, 노력한 정도에 비례해서 결과가 나온다.

 오랜 시간이 흐르더라도 완전히 없던 일처럼 사라지지도 않는다. 내 몸이 나의 노력을 기억한다. 10년 만에 자전거를 타더라도 별다른 학습 없이 자연스레 몸이 움직인다. 10년 전에 전공했던 학업 분야는 까마득히 잊혀졌는데 말이다.




 하루에 한 동작씩 폴댄스를 배우다 보면, 한 시간 내내 용을 써서 간신히 따라 하는 날도 있고, 왠지 모르게 동작을 가뿐히 완성하는 날도 있다. 몸이 비교적 쉽게 움직였던 날, 지난 영상들을 찾아보면 신기하게도 비슷한 동작을 한 적이 있더랬다. 머리로는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나도 모르는 새 몸이 기억하고 있다는 것. 운동의 신비다.

 어느 날에는 이상하리만치 몸이 매끄럽게 움직여졌는데, 다른 영상에서 비슷한 동작을 찾을 수가 없었다. 처음 배우는 동작을 이렇게 잘할 리 없는데 말이다. 가지고 있던 파일을 몽땅 뒤져보니, 2년도 더 지난 과거에 똑같은 동작을 배웠더랬다. 그 2년 동안 모든 운동을 쉬면서 폴댄스 근처에도 못 갔는데도, 몸뚱이가 어떻게든 기억을 더듬어 알아서 느낌을 찾아간 것이다.

 내가 인지하지 못하는 기억을 내 몸은 가지고 있다. 그러니 몸을 쓰는 것이라면 뭐든 손해 볼 게 없다. 일단 시작하면, 애쓰지 않아도 몸이 기억해 줄 것이다. 이렇게 가성비 좋은 일이 세상 어디 있담. 정말이지 운동 만세, 폴댄스 만만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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