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손실 걱정' 같은 것은 정말이지 우스갯소리인 줄만 알았다. 운동을 못 하는 날이면 근육이 줄어들까 봐 견딜 수 없다는, 그런 이야기가 남의 얘기인 줄만 알았다. 그런데 근육 손실은 진짜였다. 그러한 걱정은 누구에게나 닥치는 일이었다. 나에게도.
처음에는 주 2회 폴댄스를 가다가 점차 주 3회로 횟수를 늘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욕심이 났다. 몸을 번쩍번쩍 가뿐히 들어 올리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풀업 하듯 몸을 끌어올리면 된다는데 당최 풀업을 해본 적이 있어야지 말이다. 나만 빼고 다들 근육왕이었다.
운명처럼, 집 앞 공원에 풀업 운동기구가 있었다. 공공시설로 흔치 않은 기구인데 말이다. 일반인이 처음부터 몸뚱이를 온전히 들어 올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무게추의 도움을 받아 풀업 동작을 연습하는 기구이다. 처음엔 50kg짜리 추를 끼워 시작했다. 내 몸무게에서 50kg을 덜어주는 것으로, 사실상 내 팔로 들어 올리는 무게는 5kg도 안 되는데 그조차 버거웠다. 45kg짜리 추를 끼웠을 때는 몸이 꿈쩍도 안 했다. 단 10kg도 들어 올릴 힘이 없었던 것이다.
50kg짜리 무게추의 도움을 받아 첫날에 달랑 두 번, 그다음엔 세 번, 어느 날엔가는 다섯 번. 그렇게 조금씩 근력을 늘렸다. 열 번쯤 풀업이 가능하게 된 다음에 무게추를 45kg으로 바꾸었다. 이번엔 몸이 들렸다. 몇 주 뒤에는 파들파들 떨리긴 했지만 40kg짜리 추로 바꿔서 풀업에 성공했다. 와우. 이런 게 헬스의 맛이구나.
근력 운동을 병행하니 폴댄스의 동작들이 조금 수월해졌다. 슬픈 사실은, 힘들게 만든 근육이 빠지는 것은 순식간이라는 점이다. 우리 몸 입장에서 근육은 가성비가 좋지 않은 구성물이다. 근육을 유지하기 위해 드는 에너지가 많기 때문에, 사용할 일이 없다고 판단되면 가차 없이 줄여버린다. 야근 때문에 일주일만운동을 못 하게 돼도, 기가 막히게 근육이 빠져 동작이 안 되고 만다. 이만큼 힘을 기르는 데 한 달이 넘게 걸렸는데 말이다.
그러니 여행을 가서도 헬스장부터 찾는 김종국이 너무나 이해가 되는 것이다. 헬스 중독인들은 예능을 위한 과장 같은 것이 아니었다. 내 기준에서 운동은, 마치 티끌씩 꼬박꼬박 모아둔 통장의 돈이 며칠 사이 반토막 나지 않게 하려는 처절한 몸부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