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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남태평양, 누메아로

by 여행하는 과학쌤

남태평양의 섬나라들은 대체로 비슷한 분위기로, 판타지 같은 자연 환경이 장점이자 단점이다. 비현실적일 만큼 아름다운 바다에서 휴양할 수 있 한편, 바다 외에는 놀거리가 많지 않다는 것이 단점인 것이다.


그래서 두 번째 섬나라 여행은 도시가 발달된 뉴칼레도니아로 정했다. 드라마 '꽃보다 남자' 촬영지로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해졌다는데, 사실 나에게는 낯선 이름이었다. 그저 구글 지도를 켜 놓고 뉴질랜드 근처의 섬들을 훑다가, 그나마 커 보이는 섬을 고른 것이다. 뉴칼레도니아는 남태평양에서 뉴질랜드 다음으로 큰 섬인데, 지도상에서 대충 봐도 뉴질랜드의 10분의 1보다 작아 보였다. 그러니 그보다 작은 다른 섬나라들은 도시랄 곳이 형성될 수 없을 정도인 것이다.


다행히 뉴칼레도니아는 지도로 훑어봤을 때 수도가 꽤나 번화해 보였고, 실제로도 그랬다. 도시가 발전하면 대중교통도 발달한다. 뚜벅이 여행자들에겐 큰 장점이다. 다른 작은 섬에서는 공항에서 시내까지 이동하기 위한 선택지가 택시뿐었는데, 누메아 공항에는 버스가 있었다! 대신 배차 간격이 아주 길었다.



오전 10시 반쯤 공항에 도착했는데, 시간표를 확인해 보니 조금 전에 버스가 떠났고, 다음 버스는 무려 두 시간 뒤였다. '화장실에 들르지 말고 빨리 뛰어 나올걸.' 같은 후회를 조금 하고, 택시비와 렌터카 대여비를 살짝 알아보다가, 결국에는 현실을 받아들였다. 은 공항이라 기념품 구경 같은 활동 금방 끝나 버렸 때문에, 열기를 머금은 야외 정류장 의자에 길게 누워서 두 시간을 꼬박 기다렸다.


긴 기다림 끝에 마침내 버스가 왔다. 우리의 목적지는 항구 근처의 모셀 광장이었는데, 공항에서 모셀 광장까지 가는 버스는 출퇴근 시간에만 있었다. 한낮에 온 버스는 파이타 센터라는 곳이 종착지였다. 른 노선은 없었기에 일단 파이타 센터로 간 다음, 버스를 갈아타기로 했다. 다행히 누가 봐도 관광객인 우리를 모두가 도와주려 했다. 먼저 묻지도 않았는데, 이 버스를 타라는 말을 10번 넘게 들었던 것 같다. 우리는 프랑스 말을 몰랐고, 그들은 한국말을 몰랐지만 그냥 서로 통했다.


아침 일찍 출발했는데 숙소에 가서 짐을 풀고 나니 늦은 오후가 되어 버렸다. 어찌 보면 아주 비효율적인 여행이지만, 이상하게도 첫날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공항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때와 버스를 갈아타던 때이다. 바닷가 야시장, 놀이기구가 있는 광장, 성당 같은 곳들은 머리에서 사라지고, 5시간에 걸쳐 공항에서 시내까지 이동한 기억만이 생생하게 남아 있다. 무계획 자유여행의 알 수 없는 묘미다.



파푸아뉴기니, 뉴질랜드에 이어 남태평양에서 세 번째로 큰 섬이 뉴칼레도니아다. 빙하기 이전에는 뉴질랜드에서 뉴칼레도니아까지 거대한 대륙 형태로 붙어 있었으나,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면서 해수면이 상승해 바다에 고립된 작은 섬 뉴칼레도니아가 탄생했다. 약 10만 년 동안 이어진 긴 빙하기는 바다에서 방출된 다량의 이산화 탄소 때문에 기온이 상승하면서 끝난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에도 지구상에서 가장 큰 탄소 저장고는 바다이며, 탄소의 변화는 짧은 기간 동안 급격한 기후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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