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칼레도니아에는 작은 섬들이 여럿 딸려 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섬은 일데팡(ile des pins = isle of pines). 말 그대로 소나무숲이 우거진 섬이다. 비행기를 타고 갈 수도 있지만 우리는 페리를 택했다. 페리는 비행기보다 훨씬 싼 대신, 매일 다니지 않는다. 저렴하게 일데팡에 가고 싶다면 페리 일정부터 알아보고 그에 맞춰 여행 계획을 짜야 한다.
작은 섬 일데팡은 교통편도 불편하고 식당도 마땅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데팡을 찾은 것은 오로지 천연 수영장 때문이다. 밀물 때 바닷물이 가득 들어와 수영장이 되는 일종의 호수 같은 곳이다. 물때를 잘 맞춰 가면, 바닷물과 함께 밀려온 수많은 물고기와 함께 잔잔한 호수에서 스노클링을 할 수 있다.
우리는 일데팡의 유일한 대형 리조트인 르메르디앙에 묵었다. 르메르디앙은 오로 베이 천연 수영장 바로 옆에 붙어 있다. 다른 저렴한 숙소를 택해서 숙박비를 아끼더라도, 오로 베이까지 왕복하는 택시비와 기타 불편함이 생겨나니 르메르디앙 숙박이 최선이었다. 돈 많은 사업가들은 어쩜 귀신 같이 이런 곳들을 골라 리조트를 짓는 안목이 있는 걸까.
르메르디앙 리조트 옆에는 계곡 같은 얕은 물이 흘렀는데, 시시각각 수위가 변했다. 바닷물이 들어오는 것 같았다. 리조트를 휘감고 흐르는 이 물길은 둥글게 휘어 다시 바다로 돌아가는 구조였다. 밀물 때 물의 양이 많아지고 물살이 세지면 바다거북이 휩쓸려 지나가기도 했다. 덕분에 물때를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숙소에서 천연 수영장까지 숲길을 통과해 갈 수도 있지만, 길을 모른다면 물 속으로 가면 된다. 흘러 오는 물에 발을 담그고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길이 넓게 트이고 호수같은 지형이 나온다. 이 천연 수영장은 바다와 맞닿아 있었다. 바위 지형에 의해서 바닷물이 갇힌 형태였는데, 바다 같지 않은 투명한 물 속으로 물고기들이 보였고, 바위 틈 너머로는 먼 바다와 수평선이 보였다.
우물 안 개구리도 넓은 세상을 꿈꾸고, 호수 속의 사람도 드넓은 바다를 꿈꾸는 법이다. 바다로부터 밀려온 물고기들을 감질나게 보다 보니, 진짜 바다를 조망하고 싶어졌다. 하지만 바다와 호수의 경계에서 몰아치는 물보라가 생각보다 거셌다. 게다가 경계면에서는 수영을 할 수 없을 만큼 수심이 얕아졌다. 땅 짚고 헤엄치기는 몹시 어려운 일이었다. 분명 얕은 물인데 물살이 세고 미끄러워서 일어설 수도 없었고, 이리저리 휩쓸리고 허우적대면서 잠깐 새에 팔 다리가 몽땅 까졌다.
바위를 붙잡고 엎드려 있는 내 옆에서 물고기들이 물살에 몸을 맡긴 채 헤엄쳐 들어오고 있었다.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들은 이렇게나 힘겹게 알을 낳으러 가는 걸까? 고군분투 끝에 마침내 바위 틈 밖으로 나와서 먼 바다와 수평선을 한 눈에 보게 되었을 때, 신대륙, 아니 신대양을 발견한 기분이었다.
지구의 해수면은 규칙적으로 변화한다. 해수면이 높아지는 것을 밀물, 해수면이 낮아지는 것을 썰물이라고 한다. 달과 지구의 인력 때문에 바닷물이 달쪽으로 쏠려 지구와 달이 마주 보는 곳의 해수면이 높아지고, 지구-달 회전체의 원심력 때문에 지구와 달이 마주 보는 곳의 반대쪽도 해수면이 높아진다. 한편 달과 90도를 이루는 지구의 양 옆에서는 바닷물이 줄어 해수면이 낮아진다. 달이 지구 둘레를 하루에 한 바퀴씩 공전하기 때문에 90도 간격으로 하루에 두 번씩 밀물, 썰물, 밀물, 썰물이 반복하여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