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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평양 섬 사람들의 친절

by 여행하는 과학쌤

누메아의 대중교통망은 촘촘하게 짜여 있지만, 막차가 빨리 끊긴다. 누메아 환승 센터에서 버스 시간표를 충분히 탐독기 때문에 저녁 8-9시쯤 버스가 끊긴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누메아와 다른 섬을 잇는 페리가 하루에 한 번 있을까 말까기 때문에, 리 도착 시간을 고를 수는 없었다.


을 아끼려고 비행기 대신 페리를 택했으니, 메아 항구에 몇 시에 도착하든 택시를 타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래서 한 번 더 모험을 해보기로 했다. 항구에서 숙소까지의 길이 거의 평지인 것은 확인했다. 타히티에서 산길도 3-4km를 올랐으니, 평지로 그 비슷한 거리라면 대충 걸을 만할 것 같았다.


밤 10시쯤 항구에 도착해서 야무지게 캐리어를 끌고 바다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어두운 밤길에 드르륵 소리가 유독 크게 울렸다.


이번에는 정말로 얼마 가지 않았을 때, 그러니까 겨우 몇 백 미터쯤 걸었을 때 어떤 차가 우리 옆에 멈추었다. 이 시간엔 버스가 없다며 차를 타라는 것이었다. 리가 버스 정류장을 찾고 있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미처 대답을 하기도 전에 쾌활한 운전자가 내려 뒷좌석과 트렁크 짐을 정리하더니 앉을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버스가 없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냉큼 선의를 받았다.


고급 승용차에 커다란 짐들이 가득 들어 있었는데, 알고 보니 뉴칼레도니아의 국가대표 윈드서핑 선수였다. 한국 울산에서 열리는 서핑 대회에도 참석한 적이 있다. 정작 우리는 윈드서핑 대회에 대해 잘 알지 못했기 때문에, 울산을 일산으로 알아듣고 한강에 서핑을 할 곳이 있나 한참 고민했더랬다.


아무튼 국가대표라면 그 나라에서 유명인사일 텐데, 일개 외국인 관광객인 우리에게 얼마나 호의적이었는지 아깝게 돈 쓰지 말고 본인 엄마 집에서 공짜로 자라고 권하기도 했다. 마지막에는 개인 번호까지 적어 주면서 뉴칼레도니아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언제든 연락하라고도 했다.


사 무슨 일이 생긴들 귀찮게 연락할 마음은 전혀 없었지만, 유명인의 개인 연락처가 적힌 쪽지를 주머니에 넣고 나니 괜스레 마음이 든든해졌다. 친절을 베풀어준 사람 한 명이 그 나라의 이미지를 바꾼다. 일면식 없던 우리에게 대가 없이 손을 내밀어, 코코넛을 베어고 차를 태워준 사람들 덕분에 특별날 것 없는 남태평양의 추억이 소중해졌다.



윈드서핑은 서핑보드 위에 돛을 달아 바람을 이용해 파도를 타는 스포츠이다. 일반적인 돛단배의 돛대가 세로로 반듯하게 고정되어 있는 것과 달리, 윈드서핑은 움직이는 연결쇠에 돛을 달기 때문에 돛대가 움직이는 것이 특징이다. 뉴칼레도니아는 1년 내내 무역풍이 불어오는 지역이기 때문에 바람을 이용한 서핑 스포츠가 발달했다. 무역풍은 적도 근처에서 부는 바람이다. 적도 지역에서 뜨거워진 공기가 위로 상승하고, 이 공기가 지구 자전에 의해 이동하면서 만들어진다. 북반구에서는 북동쪽, 남반구에서는 남동쪽으로 무역풍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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