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수평선 뒤로 넘어가는 태양은 산이나 들판에서 지는 해와는 다른 무언가가 있다. 산 사이에 걸려 있는 해도 예쁘긴 하지만, 일몰을 보러 바다를 찾는 사람이 훨씬 많다.
누메아의 남쪽 끝에는 작은 산이 있어서, 바다로 넘어가는 일몰을 내려다 볼 수 있다. 산 밑으로는 호텔의 프라이빗 비치가 있기 때문에, 호텔 투숙객이 아니라면 산 꼭대기까지 올라가야만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현지인들도 자주 찾는 곳인지 산 중턱까지 시내버스가 다녔다.
누메아의 버스비는 거리에 상관없이 한 번 탈 때마다 300 퍼시픽프랑이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두 명의 왕복 버스비는 14000원이었다. 사실상 아주 비싼 금액은 아니지만, 어쩐지 아깝게 느껴졌다. 우리나라에서 생각 없이 교통카드를 찍는 것과, 외국에서 환전한 종이 돈이 눈앞에서 나가는 것은 느낌이 달랐다.
우리는 버스를 포기하고 또다시 걸었다. 식당이며 비치에 가려고 뻔질나게 걷던 시내를 지나 남쪽 끝까지 걸었고, 산 꼭대기까지 더 걸었다. 새로운 슈퍼, 새로운 투어 회사, 새로운 공원을 만났고, 산 위에서 바라보는 새로운 바다 풍경까지 머리에 담았다. 커튼처럼 언덕을 감싼 숲 사이로 넓게 펼쳐진 바다를 향해 태양이 천천히 떨어졌다.
돌아올 때는 누메아 동네 전체가 친숙하게 느껴졌다. 어느 곳 하나 낯선 구석이 없었다. 마지막 날 공항까지 버스를 탈 때에는 길을 찾고 버스를 타는 것이 현지인처럼 자연스러웠다. 시내를 누비는 동안 어디에서 몇 시에 몇 번 버스가 다니는지를 깨쳤기 때문이다.
동네가 익숙해지고 자연스러워질 때쯤 여행지를 떠난다. 여행자의 숙명이다. 친숙해진 땅 아래에 지는 태양을 묻었다. 내일은 또 다른 낯선 장소에서 다시 태양이 뜰 것이다.
하늘 높이 떠 있는 태양보다 지평선이나 수평선 근처에 있는 태양이 더 커 보이기 때문에 일출과 일몰이 장엄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실제로 태양이 어디에 있건 태양의 지름에는 차이가 없다. 사람의 눈으로 태양을 볼 때 착시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사람의 뇌는 원근감을 보정하기 위해 먼 곳에 있는 물체를 실제보다 크게 느끼며, 수직 위의 하늘보다 지평선, 수평선 끝의 하늘을 더 멀다고 느끼기 때문에, 태양의 크기에 대해 착시가 일어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