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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로 메뜨흐, 일로 까냐흐

by 여행하는 과학쌤

섬 여행는 특별한 분위기가 있다. 섬에 드나드는 시간과 방법이 한정적이라는 희소성, 그리고 어디서든 쉽게 바다를 만날 수 있다는 지형적 특수성 때문이다. 섬의 크기가 작을수록 특별한 느낌은 더해진다. 조금만 걸어도 이 땅의 끝을 밟을 수 있고, 아무 데서나 둘러보아도 배경으로 바다와 수평선이 보인다.



우리나라의 많은 섬들은 다리로 연결되어 있어처럼 느껴지지 않거나, 육지로부터 많이 떨어져 있어 큰 마음 먹고 찾아가야 한다. 반면 뉴칼레도니아에는 본토에서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작은 섬들이 많다. 누메아의 해변에서일 만큼 가까운 오리 섬, '일로 까냐흐'가 대표적이다. 약간의 체력만 있다면 카약을 타고 직접 노를 저어 섬까지 갈 수 있을 정도이다.


우리는 몇 번의 카약 경험을 통해서, 꾸준히 노를 젓는 체력이 쉽게 가질 수 없는 것임을 파악했기 때문에 모터보트를 타기로 했다. 기왕 돈을 내고 보트를 타는 김에 더 멀리 위치한 섬, '일로 메뜨흐'까지의 뱃삯도 함께 계약했다. 오전에 '일로 메뜨흐'에 내렸다가, 점심 무렵 '일로 까냐흐'로 이동하고, 저녁에 누메아로 돌아오는 긴 일정인데, 이동 시간은 고작 10분 안팎이다.



일로 메뜨흐의 절반 정도는 호텔 사유지이고, 절반 정도는 아무나 쓸 수 있는 퍼블릭 비치다. 호텔 후기에는 숙소 앞에서 바다거북을 만났다는 글이 심심치 않게 보였다. 이곳에 호텔이 있다는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묵었을 텐데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호텔에 들어갈 수는 없어도 바다는 모두에게 열려 있으니 바다거북을 볼 기회는 우리에게도 있었다.


오전 내내 수영하는 동안에는 약간의 물고기 외에 눈길을 끌 만한 생물을 만나지 못했다. 바다거북을 만난 것은 섬을 떠날 무렵이었다. 보트가 올 시간 즈음 물에서 나와 섬을 한 바퀴 돌다가, 해변 가까이에서 헤엄치는 바다거북을 발견했다. 스노클링 마스크와 오리발을 선착장에 두고 온 터라 바다거북 옆에서 수영하지는 못 했지만, 위에서라도 보았으니 뱃을 낸 보람은 있었다.



두 번째 섬인 일로 까냐흐는 일로 메뜨흐보다 훨씬 작은 섬인데, 산호 군락이 어마어마하게 발달되어 있어서 물고기들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멀리 헤엄쳐 갈수록 물고기들이 다양하고 신기해져서, 먼바다로 없이 이끌렸다. 그러다 정신을 차리고 보면, 바다가 깊어지면서 등골이 오싹해질 때가 있었다. 어두운 바다 자체보다도 상어가 두려웠다.


뉴칼레도니아 해변 곳곳에는 "상어 주의" 표지판이 붙어 있다. 상어의 습격을 피하는 방법은 먼바다로 나가지 말고 바닥까지 훤히 보이는 얕은 곳에서 수영하는 것이라고도 적혀 있었다. 문득문득 상어 걱정이 들 때면 해변 근처로 헤엄쳐 돌아왔다가, 다시 물고기를 쫓아 먼바다로 끌려가기를 반복했다.


보트를 타고 누메아로 돌아오는 길에 남편이 상어의 핀을 봤다고 소리를 질렀다. 남편 빼고는 아무도 못 봤기 때문에 진짜 상어였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상어는 다양한 감각 기관이 발달된 포식자이다. 후각이 예민해 소량의 혈액 냄새를 감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양쪽 콧구멍에서 감지된 냄새의 시간 차를 이용해 혈액 근원지의 방향을 찾는다. 또한 입가에는 주머니 형태의 전류 감각 기관이 있다. 먼 거리에서 사냥감을 찾을 때에는 후각과 청각을 이용하고, 가까이에 다다르면 생체 전기장을 감지해 사냥을 한다. 상처를 입은 사냥감에서는 혈액이 흘러나올 뿐만 아니라 불안정하게 들쑥날쑥한 전기장이 발생하여 상어의 표적이 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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