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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비앤비로 보라보라 즐기기

by 여행하는 과학쌤

신혼여행지로 몰디브를 골랐을 때, 수백 개의 리조트 중 하나를 택해야 했다. 선택를 추리는 과정이 힘들기도 했지만, 비교군이 많은 덕분에 가성비 좋은 리조트를 고를 수 있었다.


우리가 머문 몰디브의 리조트는 그리 비싸지 않았는데도 충분히 고급스러웠고, 수많은 물고기가 보이는 깨끗한 환경까지 갖추고 있었다. 모든 곳이 항상 정돈되어 있었기에 맨발로 어디든 다니던 기억이 난다. 게다가 모두가 한결 같이 친절했다. 수시로 구석구석 쓸던 직원과 물놀이 장비를 빌려주던 직원 등 모든 사람들이 마주칠 때마다 웃으며 도와줄 것이 없는지 물었다.


반면 폴리네시아는 수상 가옥 리조트의 원조이긴 하지만, 몰디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리조트의 수가 적다. 특히 보라보라의 대형 리조트는 단 4개뿐이다. 경쟁이 붙지 않아서인지 몰디브보다 가격은 훨씬 비싸면서 시설 관리나 접객 측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았다. 조트가 위치한 모투에서는 물고기를 보기도 힘들었다. 소다색 바다는 죽은 산호 조각의 빛깔이기 때문에 물고기가 많이 수 없는 곳이다.


보라보라 모투의 리조트
에어비앤비 숙소와 마티라 비치


대신 보라보라 본섬은 진짜 현지인들이 살고 있는 섬이기 때문에, 리조트가 아닌 에어비앤비 숙소를 구할 수 있다.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이라는 '마티라 비치' 옆에 위치한 25만 원짜리 에어비앤비를 잡았다. 숙소 마당에서 연결된 계단길을 통해 바로 바다에 들어갈 수 있으니 고급 리조트와 별반 다르지 않면서 가격은 10분의 1 수준이었다.


인집 옆 별채 건물을 사용했는데, 신식으로 리모델링되어 있었고 과일 넉넉하게 쌓여 있었다. 테라스에서 과일을 까먹으면서 말도 안 되는 빛깔로 빛나는 바다를 언제든 볼 수 있었기 때문에 돈이 아깝지 않았다. 스노클링 마스크를 끼고 마당 옆 바다로 들어가면, 계단의 이끼를 먹으러 온 물고기들이 보이기 시작했. 물속에 굴을 박고 구경하다 보면 물살을 따라 마티라 비치까지 자연스레 흘러가곤 했다. 마티라 비치에는 무료 샤워장과 평상이 있서 현지인들도 해수욕을 즐겼다. 먼바다까지 모든 곳이 파스텔톤의 수채화였다.


소에는 제든 쓸 수 있는 전거도 있었다. 보라보라 섬은 크지 않기 때문에 택시 대신 자전거를 타고 은행에 가서 현지 화폐를 뽑 로컬 식당에 찾아다. 자전거를 타고 섬 안쪽으로 들어가면 바다 냄새가 달라졌다. 조금 더 비릿하고 진한 빛의 바다였다. 현지인들이 사는 마을에서는 빨간 물고기를 줄에 꼬아서 말려놓은 풍경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말린 물고기 앞을 지날 때면 비릿한 냄새가 훅 퍼졌다. 보라보라는, 고급 신혼여행지가 아니라, 사람 사는 섬이었다.



산호초(coral reef)는 수천 년 동안 산호가 쌓여 만들어진 암초 지형이다. 산호초의 생성 초기 단계에는 섬의 가장자리에 붙어서 산호초가 만들어진다. 산호는 얕은 바다에서 서식하는 생물이기 때문에 먼바다에서는 산호초가 생성될 수 없다. 섬에 붙어 발달한 초기 산호초를 '거초'라고 한다. 시간이 지나면 섬이 점점 가라앉아 섬과 산호초 사이에 바닷물이 들어오는데, 이렇게 분리된 형태를 '보초'라고 한다. 더 시간이 흘러 섬이 완전히 가라앉아 둥그런 반지 형태의 산호초만 남아 있는 지형을 '환초'라고 한다. 보라보라는 본섬과 산호초가 분리되어 있는 '보초' 단계라고 볼 수 있다. 폴리네시아에서는 본섬과 분리된 산호초 섬을 모투(motu)라고 한다. 모투의 산호초(reef)가 파도를 막아주기 때문에 리프 안쪽 바다는 늘 잔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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