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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의 과학 Nov 07. 2018

새삼스럽게 왜 이래?

그렇습니다. '새삼'은 식물 이름입니다. 






“여보, 내 헤어스타일 어때요?”
오랜만에 헤어스타일을 살짝 바꾸고 아내에게 물었습니다.
“새삼스럽게 왜 이래요? 맨날 그게 그건데.”
“새삼스럽게? 지금까지 당신에게 식물 이야기를 많이 해줬더니 이젠 자연스럽게 식물이 나오네요?”
“식물? 새삼스럽게 그건 또 무슨 이야기요?”
“분명히 새삼이라고 했잖아요, 새삼.”
“새삼이라는 식물도 있다는 말이에요?”
“맞아요. 아까 집에 돌아오는 길에서도 봤지요?”
“나 참, 새삼이 식물 이름이라니!”


다른 식물들을 점령해 버린 새삼. 노란색 줄기가 새삼이다. (위키백과)by. Aomorikuma(あおもりくま), CC BY-SA 3.0 (Wikimedia commons)

그렇습니다. 새삼은 식물 이름입니다. 그것도 아주 특이하게 잘~ 사는 식물입니다. 새삼은 메꽃과에 속하는 한해살이 기생식물입니다. 기생식물이란 다른 식물에 붙어살면서 그 식물에게서 영양분을 빼앗아 먹는 식물입니다. 새삼은 식물이지만 엽록소가 없어 광합성을 하지 않습니다. 입은 퇴화하여 비늘 모양으로만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식물에게 달라붙어 영양분을 가로채는 완전 기생식물입니다. 더 새삼스러운 것은 뿌리도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뿌리가 처음부터 없는 것은 아닙니다. 보통 식물처럼 씨앗이 땅이 떨어지면 이듬해 싹을 틔우고 줄기를 뻗습니다. 새삼 줄기는 끝에 마치 눈이라도 달린 듯 주변을 휘휘 내젓다가 줄기 끝에 어떤 식물이 닿으면 그때부터는 그 식물을 친친 감습니다. 평생 먹고살 숙주식물을 만난 것입니다. 싹을 틔우고 며칠 동안 숙주 식물을 만나지 못하면 새삼은 결국 죽어버립니다. 숙주 식물을 감기 시작한 새삼은 줄기에서 가짜 뿌리를 내고 지금까지 썼던 진짜 뿌리를 가차 없이 잘라버립니다.


국어사전을 보면 ‘새삼스럽다’는 ‘이미 알고 있는 사실에 대해서 느껴지는 감정이 갑자기 새로운 데가 있다’ 또는 ‘하지 않던 일을 이제 와서 하는 것이 보기에 두드러진 데가 있다’라는 뜻으로 나옵니다. 새삼을 보고 ‘새삼스럽다’라는 말을 만들었는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새삼을 보며 새삼스럽게 먹고사는 일이 보통 일이 아님을 깨닫게 됩니다. 씨앗을 만들고 번식하려고 자신의 뿌리까지 잘라버리는 냉혹함까지 느껴지는 새삼. 그것은 어디까지나 잘 먹고 잘살려는 새삼의 현명한 판단이라 생각됩니다.





  

식물 이름에서 동물 찾기


강아지풀, 개구리밥, 괭이눈, 노루귀, 범부채.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맞습니다. 모두 식물 이름입니다. 그런데 식물 이름에 동물 이름이 들어가 있습니다. 왜 식물의 이름에 동물의 이름이 들어가 있을까요?

식물의 이름은 학명이 있고 국명이 있습니다. 학명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학문적인 이름입니다. 국제학회에서 규칙에 따라 처음 발견하여 기록했거나 연구자가 붙일 수 있으며 라틴어 표기 원칙에 맞추어 표기합니다. 국명은 그 나라에서 표준어에 맞추어 쓰는 이름입니다. 향명은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이름으로 한 나라에서도 지역에 따라 다르게 쓰기도 합니다.

개의 꼬리를 닮아 이름이 붙여진 강아지풀(위키백과) by . Kropsoq, CC BY-SA 3.0 (Wikimedia commons)

강아지풀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강아지풀의 학명은 Setaria viridis입니다. 세타리아에서 세타는 라틴어로 ‘짧고 뻣뻣한 털’이라는 뜻이고, 비리디스는 ‘녹색’이라는 뜻이므로 강아지풀은 ‘녹색의 뻣뻣한 털을 가진 풀’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학명은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도록 지금은 쓰지 않는 라틴어를 쓰고 기울임체로 써서 구분합니다.

영어로는 green bristlegrass라고 합니다. bristle 역시 ‘뻣뻣한 털’을 의미합니다. green foxtail이라고도 하는데 여우의 꼬리를 닮았다는 의미로 붙여진 것입니다. 일본에서는 エノコログサ(에노코로구사)라고 하는데 이것은 狗尾草라는 한자어의 일본어 표기입니다. ‘개의 꼬리를 닮은 풀’이라는 뜻이지요. 이것은 중국에서는 강아지풀을 표기하는 狗尾草를 그대로 가져온 것입니다. 강아지풀이라는 우리말도 이삭의 모양이 강아지의 꼬리를 닮아서 붙여진 狗尾草와 비슷합니다. 이렇게 같은 강아지풀을 두고 green bristlegrass, エノコログサ, 狗尾草라고 하는 것이 바로 국명입니다.

줄기의 마디 모양이 소의 무릎을 닮아 쇠무릎이라은 이름이 붙여졌다.(위키백과) by. Dinesh Valke, CC BY-SA 2.0 (Wikimedia commons)

강아지풀은 ‘가라지’라고도 하는데, 가라지는 야생 조를 이르는 말로 ‘꼬랑지’, ‘꼬리’와 같이 분화된 말로 ‘개의 꼬리 풀’이라는 의미입니다. 이렇게 국명은 그 나라 사람들만 통용되는 이름입니다. 개구리밥은 개구리들이 많이 사는 논이나 연못의 물에 떠서 자라는 식물인데 개구리가 먹는 밥처럼 몸에 많이 묻어 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실제로 먹지는 않습니다. 괭이눈은 꽃이 핀 모습이 고양이의 눈을 닮았고, 노루귀는 잎 모양이 노루의 귀를 닮았고, 범부채는 잎이 부채처럼 펴져 있고 꽃잎에 있는 무늬가 호랑이 무늬를 닮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식물의 생김새가 동물의 생김새와 닮아 있으면 그 동물의 이름을 붙이는 것입니다. 이것은 강아지풀에서 본 것처럼 전 세계적으로 통하는 것입니다.


이밖에도 식물에 동물이 들어간 것은 아주 많습니다. 쇠무릎, 쥐손이풀, 닭의장풀, 꿩의비름, 까치수영, 돼지풀, 붕어마름 등이 있습니다.






사는 곳에 따라 붙여진 식물 이름

꽃의 모습이 해오라기를 닮아 해오라비난초라 이름이 붙여졌다.(위키백과)by . Alpsdake, CC BY-SA 3.0 (Wikimedia commons)

앞에서도 보았듯이 식물의 이름은 전체(또는 일부)와 꽃의 생김새에 따라 붙여진 경우가 많습니다. 왜냐 하면 이름만 보아도 그 식물의 특징을 나타내는 데 생김새만한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해오라비난초라는 이름을 들으면 꽃의 생김새가 해오라비(해오라기의 방언)를 닮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조금 민망한 이름을 가진 개불알풀은 들으면 식물의 어떤 부분이 개의 불알을 닮았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식물의 이름은 생김새를 잘 나타나도록 지으면 기억하기도 좋고 부르기도 쉽습니다.




꽃이 진 후 맺는 열매의 모양이 개의 불알을 닮아 개불알풀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위키백과) by. Stefan.lefnaer, CC BY-SA 4.0(Wikimedia


또한 식물의 이름은 그 식물이 주로 사는 곳에서 이름을 붙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변산바람꽃, 단양쑥부쟁이, 홍도비비추, 울릉국화 등 지역 이름이 직접적으로 들어간 것도 있습니다. 섬초롱꽃, 산부추, 구름송이풀, 물억새 등은 주로 어디서 사는지 이름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섬은 해안가, 구름은 높은 산, 물은 습한 곳이 사는 종류라는 뜻입니다. 




  

색깔이나 원산지 따라 붙여진 식물 이름


나무의 속살이 붉은 주목(위키백과) by. MPF, CC BY-SA 3.0 (Wikimedia commons)

붉은토끼풀, 흰민들레, 노랑상사화, 자주괭이밥, 황금코스모스, 금강아지풀, 은방울꽃 등은 이름을 보고 꽃의 색깔을 알 수 있습니다. 또 주목이라는 나무 이름의 주는 朱(붉을 주)가 들어가 있는데 나무의 속살이 붉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미국쑥부쟁이하면 미국에서 온 쑥부쟁이 종류를 말합니다. 꼭 미국은 아니지만 북아메리카가 원산지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미국자리공, 미국가막사리, 미국실새삼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서양민들레, 양미역취, 유럽점나도나물, 유럽조밥나물 등도 외국에서 온 식물이라는 것을 이름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식물의 이름은 그 식물의 특징을 잘 나타내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그 식물을 바로 알고 이름을 부를 수 있습니다. 이제부터 식물 이름을 들으면 이름에서 느껴지는 특징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기 바랍니다. 그리고 한 가지 기억할 것은 동물의 이름도 마찬가지지만 식물의 이름도 붙여 써야 합니다. 붉은토끼풀을 붉은 토끼풀로 띄어 쓰면 토끼풀인데 꽃이 붉은 식물인지 애매합니다. 큰개불알풀도 큰 개불알풀이라고 띄어 쓰면 안 됩니다. 둘 다 종이 다른 식물이기 때문입니다.







참고 자료


『한국식물생태보감 1』, 백종원, 자연과생태

위키백과, 새삼/ 강아지풀/ 해오라비난초/ 쇠무릎/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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