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두의 과학 May 13. 2019

소, 윗앞니를 버리고 뿔을 선택하다!

간단한 퀴즈를 하나 내 볼까요?    

 

다음 중 소에게는 있지만, 말에게는 없는 것은 무엇일까요?

① 뿔 ② 털     


쉽다고요? 그럼, 하나 더 내 볼게요.     


다음 중 말에게는 있지만, 소에게는 없는 것은 무엇일까요?

① 발굽 ② 윗앞니     


정답이 없다고요?



되새김질하는 동물은 윗앞니가 없다?!


말은 소와 달리 되새김질을 하지 않으며 윗앞니가 6개 있다 .

우선, 퀴즈의 정답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첫 번째 퀴즈의 정답은 ① 뿔입니다. 소에게는 뿔이 있지만, 말에게는 없습니다. 소는 암수 모두 뿔을 가지고 있습니다. 두 번째 퀴즈의 정답은 ② 윗앞니입니다. 소는 초식동물이고 질긴 풀도 먹는 대표적인 동물인데 윗앞니가 없다니 이상하지요?


어렸을 때 시골에서 자란 필자는 하루 일과 중 하나가 소를 들판에 데리고 나가 풀을 뜯어 먹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소는 긴 혀를 내밀어 풀을 휘감아 끊어 우걱우걱 씹어 먹었습니다. 해가 지고 집에 오면 소는 밤에도 뭔가를 질겅질겅 씹어 먹었습니다. 마치 우리가 껌을 씹는 것과 같았지요. 바로 되새김질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풀을 잘 뜯어 먹는 소에게 윗앞니가 없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어렸을 때 소와 그렇게 가깝게 지냈는데, 윗앞니가 없다는 걸 몰랐다니! 그리고 윗앞니가 없는데 어떻게 풀을 뜯어 먹었을까 하는 궁금증을 가졌습니다. 자세히 보니 소는 혀로 풀을 휘감아 위 잇몸에 단단히 고정시키고 아랫앞니를 들어 올려, 낫으로 풀을 베듯 끊어 먹고 있었습니다.

소와 같은 되새김질을 하는 초식동물은 자신을 노리는 육식동물들을 본능적으로 경계하여, 낮에는 가능한 한 많은 풀을 뜯어 먹고, 밤에는 안전한 곳에서 되새김질을 하며 낮에 먹은 풀을 천천히 소화시키는 것입니다. 



소의 되새김질 과정


소는 되새김질을 위해서 위가 4개인데, 되새김질의 과정은 이렇습니다. 풀을 먹게 되면, 제일 먼저 제 1위(혹위)로 갑니다. 혹위에는 풀의 섬유질을 쉽게 소화하게 해 주는 미생물이 있습니다. 미생물과 혼합된 먹이는 제 2위(벌집위)로 이동합니다. 벌집위의 점막은 빨래판처럼 울퉁불퉁하게 생겼는데 혹위에서 건너온 부드러운 먹이는 벌집위에서 조그마한 덩어리로 뭉쳐집니다. 다음은 순서대로 제 3위(겹주름위)로 가는 것이 아니라 다시 입으로 토하여 씹게 됩니다. 이것이 되새김질입니다. 되새김질한 먹이는 이제야 겹주름위에서 더 잘게 부서지고,  제 4위(주름위)를 거치면서 완전히 소화됩니다.


낙타는 소, 양, 염소, 사슴과 같이 되새김질을 하며 윗앞니가 없다.

런데 더 신기한 것은 되새김질하는 동물들은 소처럼 모두 윗앞니가 없다는 것입니다. 윗앞니 대신에 단단한 판이 있어 이빨 역할을 합니다. 되새김동물은 소과, 사슴과, 애기사슴과, 기린과, 낙타과에 속하는 동물들인데, 위가 4~5개 나누어져 있지요. 낙타는 제3위가 퇴화되어 위가 3개인 경우도 있습니다. 되새김 동물의 또 다른 특징은 대부분 뿔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모두 뿔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어서, 낙타과는 뿔이 없습니다.





초식동물의 이빨과 육식동물의 이빨


소의 경우를 살펴본 것처럼 동물의 이빨은 어떤 환경에서 무엇을 주로 먹고 사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주요 동물들의 이빨의 개수와 생김새를 보면 이런 특징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우선 이빨의 명칭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이빨은 모양과 기능에 따라 세 가지로 나눕니다. 앞니, 송곳니, 어금니입니다.


앞니는 문치(門齒) 또는 절치(切齒)라고도 하는데 먹이를 처음으로 받아들이고 끊는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송곳니는 견치(犬齒)라고도 하는데 먹이를 물고 찢는 역할을 합니다. 고기를 먹고 사는 육식동물은 송곳니가 아주 잘 발달되어 있고, 잡식동물들도 송곳니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초식동물들은 송곳니가 아예 없거나 퇴화되어 작게 남아 있을 뿐입니다. 어금니
는 구치(臼齒)라고도 하는데 송곳니 안쪽에 넓적한 이빨로 먹이를 잘게 으깨는 역할을 합니다. 구(臼)는 절구를 뜻합니다. 구치는 다시 작은어금니(소구치, 小臼齒), 큰어금니(대구치, 大臼齒)로 나눕니다. 그리고 어류와 파충류 중에도 이빨을 가지고 있는 동물이 있지만 이들은 위치에 상관없이 모두 같은 모양과 같은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어류인 상어는 똑같은 기능을 하는 이빨을 가지고 있어 모양이 모두 똑같다.  그리고 파충류인 악어의 이빨도 모두 똑같은 기능을 가지고 있다.



개는 42개의 이빨을 가지고 있고, 육식동물이므로 앞니에 비해 송곳니가 잘 발달되어 있습니다.

사람의 이는 영구치인 경우 모두 32개를 가지고 있습니다. 위턱 왼쪽부터 앞니 2개, 송곳니 1개, 작은어금니 2개, 큰어금니 3개입니다. 아래턱도 왼쪽부터 위턱과 똑같은 수의 이빨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을 보통 치식(齒式)으로 표현하면 2123/2123이 됩니다. 오른쪽도 똑같이 배열되어 사람의 이는 모두 32개가 됩니다.


대표적인 되새김동물인 소의 치식은 0033/4033인데 이것을 보면 위턱에 앞니와 송곳니가 없고 아래턱은 앞니는 있지만 송곳니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에 소의 영구치는 모두 32개입니다. 초식동물이지만 되새김을 하지 않는 말의 치식은 3133/3133입니다. 
영구치가 모두 40개인 말은 위아래 턱에 모두 앞니가 있습니다. 송곳니는 수말에게만 있고 암말은 없습니다. 따라서 암말은 모두 36개의 이빨을 가지고 있습니다.


고양이과인 사자도 고양이과와 같은 치식을 가지고 있으며 송곳니보다 앞니가 작은 것을 볼 수 있다.

육식동물인 개와 고양이의 치식은 각각 3142/31433131/3121로 개의 영구치는 42개, 고양이의 영구치는 30개입니다. 육식동물은 보통 송곳니로 먹이를 물고 찢기 때문에 끊는 기능을 가진 앞니는 잘 발달되어 있지 않아 작습니다. 집에서 개나 고양이를 기르고 있다면 6개씩 있는 위아래 앞니가 송곳니에 비해 아주 작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잡식동물인 돼지의 치식은 3143/3143으로 모두 44개의 이빨을 가지고 있으며, 송곳니도 가지고 있고 어금니의 개수도 다른 동물들에 비해 많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 밖에 설치류인 쥐의 경우는 1003/1003으로 모두 16개의 이빨이 있고 큰 앞니가 아주 잘 발달되어 있습니다. 설치류의 앞니는 계속 자라기 때문에 단단한 물체에 갈아서 크기를 유지하야 합니다. 사람과 가장 비슷한 영장류인 침팬지는 사람과 동일하게 32개의 이빨을 가지고 있고, 보통의 원숭이류도 2133/2133으로 사람과 거의 비슷한 치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뿔을 가진 되새김동물의 이빨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모습을 담은 그리스 석상 (BC 330년 제작 추정)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이자 과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는 ‘뿔이 난 동물은 위가 여러 개인데 이빨이 완전하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은 과학을 자연철학이라고 칭하며 철학의 한 분야로 연구했습니다. 그중 아리스토텔레스는 동물에 대해 연구를 많이 했고, 동물들을 나름의 기준으로 분류했습니다. 위턱과 아래턱의 이빨 개수가 같은지 다른지, 이빨의 모양이 평평한지 톱니 같은지, 엄니가 있는지, 위의 개수가 1개인지 여러 개인지, 뿔이 있는지 없는지, 발굽이 1개인지 2개인지 여러 개인지 등을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이 기준에 따라 아리스토텔레스는 되새김질하는 동물 중 소, 염소, 양, 사슴은 위아래 턱의 이빨 개수가 다르며, 이빨의 모양은 평평하며, 위의 개수가 여러 개이며, 뿔이 있고, 발굽은 둘로 갈라져 있다고 분류했습니다. 하지만 되새김질을 하는 낙타는 뿔이 없다고 별도로 기록했습니다. 말과 노새는 위아래 턱의 이빨의 개수가 같고, 이빨의 모양은 평평하며, 위의 개수가 1개이며, 뿔이 없고, 발굽은 1개라고 분류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동물이 먹이에서 섭취한 영양분으로 몸의 각 부분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순서로 우선적으로 만든다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 예로 소와 같은 되새김 동물은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뿔을 우선적으로 만들다보니, 윗앞니까지는 만들 수 없었지만, 그 대신에 여러 개의 위를 지님으로써 윗앞니가 없음에도 소화에 별 어려움이 없게 된 것이라고 여겼습니다. 이와 같이 아리스토텔레스의 동물 분류법에는 동물이 처한 환경적 특질과 동물의 생태적 특성을 엮어서 이해하고자 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제 의식이 녹여 있습니다. 




참고 자료

『The Lagoon, How Aristotle Invented Science』, Armand Marie Leloi, Penguin Books

『선생님도 놀란 과학뒤집기 – 소화』, 김한나, 도서출판 성우

  


 

매거진의 이전글 꽃피는 5월은 우울증의 계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