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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의 과학 Jul 21. 2020

만물의 근원, ‘이것’ 이 알고 싶다

만물의 근원인 물 by Roger McLassus, CC BY-SA 3.0 (Wikimedia)


먼 옛날 그리스의 탈레스는 물이 만물의 근원이라고 했습니다. 그만큼 중요한 존재라는 뜻이겠지요. 하늘의 구름도, 땅을 파면 나오는 지하수도, 대륙을 둘러싼 바다도 모두 물이고, 생물의 몸 내부에도 물이 절대적 비중을 차지합니다. 또 삶의 근원이기도 하지요. 이런 물에는 과연 어떤 특징들이 있을까요? 평범하지만 비범한 물을 소개합니다. 






“물 분자는 어떻게 생겼을까” 


손을 씻는 물은 액체상태죠, 냉동실의 얼음은 고체상태입니다. 이런 상태는 물 분자들이 분자간 결합을 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물 분자들끼리는 어떻게 결합을 하는 걸까요? 그를 이해하려면 먼저 물 분자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물의 분자 구조

물 분자는 가운데 산소 원자를 중심으로 두 개의 수소 원자가 104.5°의 각도로 결합하고 있습니다. 일단 물 분자 내부를 보면 산소 원자와 수소 원자는 서로 전자를 하나씩 내놓아 두 개의 전자를 중심으로 공유결합을 하고 있습니다. 수소 원자의 원자핵에는 플러스 전기를 띠는 양성자가 하나 있고, 산소 원자의 원자핵에는 플러스 전기를 띠는 양성자가 여덟 개 있지요. 이들이 마이너스 전기를 띠는 전자 두 개를 서로 끌어당기면서 결합을 유지하는 겁니다. 마치 줄다리기를 하는 두 상대가 서로 줄을 끌어당기는 상태로 묶여있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런데 산소는 양성자를 여덟 개나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전자를 당기는 힘이 수소보다 셉니다. 따라서 둘 사이의 전자 두 개는 산소 원자와 수소 원자 사이에서 산소 원자 쪽으로 조금 더 다가간 곳에 존재합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두 전자의 확률분포 함수가 산소 쪽으로 치우쳤다고 표현해야 합니다.) 따라서 수소 원자의 산소 반대쪽은 양성자의 플러스 전기가 전자에 의해 거의 가려지지 않고 드러나 전체적으로 플러스 전기(δ+)를 띠게 됩니다. 반대로 산소 원자 쪽은 수소 원자의 전자들이 다가와 있기 때문에 마이너스 전기(δ-)를 띠게 되지요. 






“물은 수소 결합을 한다” 


네 방향으로 수소결합이 가능한 물 분자구조 by Qwerter, CC BY-SA 3.0 (Wikimedia)

원래 수소 원자는 다른 원자나 분자들과 두 방향으로 결합을 할 수 있습니다. 산소는 네 방향으로 결합을 할 수 있지요. 따라서 물 분자의 경우 수소 원자 둘은 산소 원자와 결합한 방향 외 각각 한 방향의 결합을 더 할 수 있고, 산소 원자는 수소 원자 둘과 결합한 외의 두 방향의 결합을 할 수 있습니다. 결국 물 분자 하나는 네 방향의 결합을 할 수 있지요. 


이때 물 분자에 속한 수소 원자의 경우에 다른 분자나 원자의 산소나 질소 플루오린 원자와 결합을 하게 되면 분자 간의 다른 결합보다 훨씬 결합력이 강하게 됩니다. 분자 내의 수소 원자의 플러스 전기의 세기와 다른 분자의 산소, 질소, 플루오린의 마이너스 전기의 세기가 다른 경우보다 더 세기 때문이지요. 이를 수소 결합이라고 합니다. 물 분자들끼리 결합하는 경우도 한 물 분자의 수소 부분과 다른 물 분자의 산소 부분이 만나기 때문에 수소결합을 하게 되는 것이죠. 







“고체와 액체의 차이”


물 분자 하나는 총 네 방향으로 수소 결합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항상 네 방향 모두 결합을 하지는 않습니다. 0℃보다 높고 100℃보다 낮은 상황에서 물 분자들은 서로 만나 액체 상태인 물이 됩니다. 액체 상태인 물 분자들은 평균적으로 세 방향의 수소 결합을 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물 분자의 진동 때문입니다. 물 분자는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운동을 하고 있는데 온도가 높을수록, 즉 물 분자가 가진 열에너지가 많을수록 더 빠르고 자주 진동을 하게 됩니다. 마치 친구들끼리 쭉 모여 손을 잡고 있는데 잡은 손을 계속 흔들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지요. 이때 손을 더 빨리 흔들면 잡은 손을 놓치는 경우가 더 잦아지지요. 마찬가지로 액체 상태의 물은 네 방향으로 끊임없이 주변의 물 분자와 손을 잡지만 워낙 진동이 잦아서 거의 매 순간 한 방향은 결합이 끊어지는 일이 생겨 전체적으로 보면 세 방향의 손만 잡고 있게 됩니다. 

고체 상태의 물


하지만 온도가 0℃보다 낮아지면 물 분자들의 진동 세기도 줄어듭니다. 이제 잡은 손을 놓치게 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고체 상태일 경우, 물 분자들끼리 네 방향 모두 손을 잡은 상태를 유지하게 되지요. 이렇게 되면 물 분자들은 육각형 모양의 결정을 이루게 됩니다. 즉 고체 상태인 얼음이 되는 것이죠. 그런데 이렇게 육각형을 이루게 되면 가운데 빈 공간이 생깁니다. 그래서 얼음은 물보다 밀도가 작게 되지요. 얼음이 물 위에 뜨고, 빙산이 바다에 떠 있는 것은 모두 이 때문입니다. 


끓는 물

수소 결합은 다른 분자 간 결합보다 힘이 셉니다. 그리고 수소 결합을 많이 할수록 힘은 더 세지지요. 이를 관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예가 끓는점을 비교하는 것입니다. 물은 100℃가 되면 끓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에탄올은 78.3℃에서, 메탄올은 64.7℃에서 끓습니다. 원래 물질의 끓는점은 분자량(분자들의 상대적 질량)이 높을수록 높은데 물은 분자량이 18이고 메탄올은 32, 에탄올은 46입니다. 그런데도 물의 끓는점이 높은 이유는 분자 하나당 수소결합의 개수가 더 많기 때문입니다. 물 분자는 네 개의 수소 결합을 할 수 있고, 메탄올이나 에탄올은 두 개의 수소결합만 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수소 결합을 아예 하지 않는 경우는 끓는점이 더 낮습니다. 예를 들어 이산화탄소는 분자량이 44로 물보다 더 높은데 끓는점은 -44℃죠. 
녹는점도 마찬가지입니다. 물의 경우 녹는점은 0℃이고 에탄올은 -114.1℃, 메탄올은 -97℃입니다. 







“동그란 물방울을 만드는 힘, 표면장력”


물 분자는 모두 네 방향으로 결합을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물방울을 잘 보면 표면의 물 분자는 네 방향으로 결합을 할 수 없습니다. 표면 밖으로는 결합할 물 분자가 없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물방울 표면의 물 분자들은 세 방향으로밖에 결합을 할 수 없습니다. 물방울 내부의 물 분자들은 네 방향으로 받는 힘에 의해 전체적으로 안정되지만 표면의 물 분자들은 표면에 수직한 방향의 힘을 더 받게 되는 이유지요. 이에 따라 표면의 물 분자들은 표면이 작아지는 방향으로 서로의 결합방향이 바뀝니다. 그런데 기하학적으로 표면이 가장 작은 것은 구형이기 때문에 물방울은 모두 동그란 공 모양을 가지게 됩니다. 이렇게 표면을 가능한 한 작게 만들려는 성질의 힘을 표면장력이라고 합니다. 


표면장력이 생기는 이유 @Public Domain (Wikimedia)

그리고 표면장력은 액체 분자 사이의 결합력에 의해 그 크기가 결정되지요. 그래서 물 분자는 다른 액체들에 비해 표면장력이 큽니다. 수소결합의 힘이지요. 가령 메틸알코올, 에틸알코올, 기름 등의 분자량이 비슷하거나 오히려 물보다 조금 큰 액체들과 비교해보면 물방울의 표면장력이 더 커서 같은 크기의 방울일 때 물이 더 동그란 모양을 유지합니다. 






표면장력에 의해 창문에 동그랗게 맺힌 물방울


하지만 물방울이 조금 커지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완전히 동그랗지 않고 약간 펑퍼짐한 형태가 되지요. 이유는 중력 때문입니다. 표면장력은 물방울을 가능한 한 둥근 모양으로 만들려고 하지만 중력은 바닥과 떨어진 물방울을 아래로 잡아당기지요. 그래서 위아래 방향보다 옆쪽 방향이 더 넓은 펑퍼짐한 모양의 물방울이 만들어집니다. 


물방울이 더 커지면 물방울에 작용하는 중력도 더 커집니다. 하지만 표면장력 자체는 물방울이 커져도 그대로입니다. 그래서 물방울은 커질수록 점점 옆으로 더 펑퍼짐해 지다가 마침내 그 양이 일정한 지점을 초과하면 흐르게 됩니다. 컵에 물을 가득 담고 물을 한 방울씩 더 넣어주면 물 컵 표면이 동그랗게 부풀어 오르다 마침내 단 한 방울에 주르르 컵 표면을 타고 흘러내리는 현상을 관찰할 수 있는데 바로 이 때문이지요. 즉 중력이 표면장력을 이기는 순간입니다.  






“뜨거운 모래사장과 시원한 바닷물”


여름 해수욕장에 가면 백사장의 모래는 뜨거운데 바다에 뛰어들면 오히려 시원함을 느끼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둘 다 햇빛을 받는 것은 같은데 왜 이런 일이 생길까요? 그 이유 중 하나는 물의 비열이 높기 때문입니다. 비열이란 질량이 1kg인 물질의 온도를 1℃ 높이는데 필요한 열에너지를 말합니다. 즉 비열이 크다는 것은 온도를 올리는데 더 많은 에너지가 든다는 것이지요. 결국 온도가 잘 올라가지도 잘 내려가지도 않는다는 뜻입니다. 같은 햇빛이 닿아도 모래는 비열이 작아서 온도가 많이 올라가 뜨겁고 바닷물은 온도가 조금밖에 오르지 않으니 시원하게 느껴지는 것이지요. 그럼 물은 왜 비열이 클까요? 


여름 해안의 모래사장은 뜨겁고 바다는 시원하다.


물 분자와 이산화탄소 분자의 모양을 봅시다. 물 분자의 수소 원자 둘 사이의 각이 104.5°이고 이산화탄소 분자의 산소 원자 둘 사이의 각은 180°입니다. 따라서 물 분자는 수소가 있는 쪽과 그렇지 않은 쪽을 구분할 수 있게 됩니다. 이 때 수소가 있는 쪽은 플러스 전기를 많이 띠고 반대쪽은 마이너스 전기를 많이 띠게 되지요. 이렇게 분자의 한쪽은 플러스 전기를 반대쪽은 마이너스 전기를 띠는 것을 극성분자라고 합니다. 

우리 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물

극성분자들이 서로 결합하는 힘은 극성을 가지지 않은 분자들이 결합하는 힘보다 훨씬 큽니다. 물 분자도 극성분자인데 더구나 수소결합을 합니다. 이것이 물의 비열을 크게 하는 이유입니다. 물 분자에 흡수된 에너지는 물 분자의 온도를 높이는데도 쓰이지만 물 분자 간의 수소 결합을 끊는데도 사용이 됩니다. 결합을 끊는데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물 분자 자체의 온도는 많이 올라가지 않는 것이지요. 더구나 한 분자가 가지는 수소결합의 개수가 많은 것도 비열이 높은 원인입니다. 




물이 비열이 크다는 건 우리 인간에게도 다행스런 일입니다. 외부의 온도가 영하 10℃에 달해도, 영상 40℃에 육박해도 우리 몸이 일정한 체온을 유지하는 것에는 우리 몸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물이 온도가 잘 변하지 않는 물질인 점도 크게 기여하는 것이니까요. 또 지구의 여름과 겨울이 그나마 온도차가 덜 나는 것도 바닷물의 비열때문이지요. 











“우리 몸을 이루는 물”


우리 몸에서 물이 하는 역할 중 하나는 각 세포가 필요로 하는 물질을 전달하고 또 세포가 내놓는 노폐물을 수거해가는 일입니다. 이 전달 물질들은 대부분 물에 녹아서 세포액과 체액 그리고 혈액 속의 물에 녹아 운반됩니다. 이 물질들의 공통점은 뭘까요? 바로 극성물질이란 점입니다. 물이 극성 분자이기 때문에 같은 극성 물질들은 물에 잘 녹고 아주 쉽게 운반이 되지요. 대표적인 물질들이 포도당과 아미노산 같은 극성 유기물입니다. 또 나트륨이온이나 칼륨이온과 같은 이온들도 극성을 띠기 때문에 물에 쉽게 녹습니다. 소금이나 설탕 등이 물에 잘 녹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하지만 극성을 띠지 않는 물질들은 물에 잘 녹지 않습니다. 기름을 물에 넣어보면 잘 녹지 않아 자기들끼리 뭉쳐 떠 있는 걸 볼 수 있지요. 우리 몸 안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몸 안에서 가장 많이 운반되는 물질인 산소와 이산화탄소가 대표적인 무극성물질입니다. 그래서 혈액 중에는 이들 기체의 운반을 도맡아 하는 적혈구가 있는 것이죠. 적혈구는 물에 잘 녹지 않는 산소를 폐에서부터 심장을 통해 각 세포로 전달하는 일꾼입니다. 그리고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세포에서 다시 폐로 돌아갈 때 빈손으로 가지 않고 이산화탄소를 가지고 갑니다. 만약 적혈구가 없었다면 우리 몸에서 내놔야 할 이산화탄소를 제대로 운반할 수 없었을 겁니다. 


사람과 생물이 살아가게끔 해주는 물


지구 표면의 70%, 사람 몸의 70%를 차지하는 물은 그 특유의 성질로 사람과 생물이 지구에 깃들고 또 살아가게끔 해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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