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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의 과학 Jul 28. 2020

비가 올 때 매미는 울까? 안 울까?


매미는 대부분의 시간을 땅속에서 애벌레 상태로 지냅니다. 성충이 된 수컷 매미는 열심히 노래를 불러 암컷 매미에게 사랑의 신호를 보내지요. 그러나 인간의 시간으로 1~3주, 매미의 일생에서 사랑을 나누기 위한 시간은 너무도 짧습니다. 그렇다고 24시간 내내 울 수 있는 것도 아니에요. 요즘 도시는 밤에 우는 매미 소음 때문에 고통을 받기도 하지만, 원래 한국 매미들은 해가 지면 울지 않으니까요. 만약 날이 흐리거나 비가 오면 어떨까요? 매미는 구애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수컷 매미만 운다


수컷 매미는 대부분 암컷 매미를 유혹하기 위해 울지만, 다른 수컷에 경고하거나 천적을 교란하기 위해 울기도 합니다. 붙잡혔을 때 비명을 지르기도 하고요. 암컷 매미는 소리를 낼 수 있는 기관을 가지고 있지 않아 울지 못해요. 


수컷 매미가 어떻게 소리를 내는지 자세히 알아볼까요? 


수컷 매미의 날개를 들추면, 가슴과 배 사이에 갈빗대처럼 볼록볼록 튀어나온 진동막을 볼 수가 있습니다. 진동막은 V자 모양으로 생긴 근육(=발음근)과 연결되어 있어요. 발음근이 수축되면 진동막이 휘면서 ‘딸깍’ 소리를 내고, 발음근이 이완할 때 진동막이 펴지면서 다시 한번 ‘딸깍’ 소리를 내게 됩니다. 진동막이 한번 휠 때 발생하는 소리의 압력은 수류탄이 1m 거리에서 터질 때의 압력과 같습니다. 매미는 1초에 무려 3~400번이나 근육의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지요. 수컷 매미의 배 속은 거의 비어 있는데요, 이 빈 곳을 이용해서 소리를 20배로 키울 수 있습니다. 매미의 몸집이 클수록 음량도 커져요. 


 

매미의 발음구조 (by Landcare Research New Zealand Ltd CC-BY 4.0 Wikimedia Commons).
오른쪽 그림은 매미의 배를 단면으로 자른 모습입니다. (by Encyclopaedia Britannica 191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매미의 몸이 따뜻해야 크게 운다


사람들은 흔히 매미가 ‘빛’ 때문에 운다고 생각합니다. 매미는 주변이 일정 이상 밝아지면 울어요. 그래서 ‘빛’ 때문에 매미가 운다는 말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항상 ‘밝을 때’만 울지는 않습니다. 어떤 매미들은 새들에게 들키지 않도록 황혼에만 울기도 하고, 완전히 컴컴해진 후에 울음을 그치는 매미들도 있습니다. 한국 매미 중에서는 털매미와 늦털매미가 흐린 날이나 일몰 후에도 노래를 멈추지 않지요. 
 

털매미 (by Alpsdake CC BY-SA 3.0 Wikimedia Commons)

매미가 울기 위한 조건으로 ‘빛’ 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체온’이에요. 너무 추운 날에는 근육이 굳어 제대로 움직이기 힘든 느낌이 들지요? 매미도 발음근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일정한 체온에 도달해야 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매미의 몸이 따뜻할수록 큰 소리를 멀리까지 보낼 수 있어요. 적정 체온 범위는 매미의 종류마다 다릅니다. 햇살이 강하면 기온이 높아지고, 매미의 체온도 상승합니다. 그래서 맑고 더운 날에 매미가 울 확률이 높아집니다.




비가 내릴 때 매미의 울음소리가

적게 들리는 이유는 추워서!


비가 오는 날에 매미가 우는 소리를 들어보셨나요? 비가 내리기 시작하거나 거의 그칠 무렵에는 매미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폭우가 쏟아질 때는 매미도 울음을 멈추게 돼요. 습도가 높거나 어두워서가 아니라 기온이 낮아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비가 내리는 중이라도 기온이 높은 상태로 유지될 수 있다면 매미는 울 수 있습니다. 만약 폭우 속에서도 힘차게 우는 매미를 발견하게 된다면, ‘저 매미는 정말로 간절하구나’ 라고 생각해주세요. 그 매미만큼은 꼭 구애와 번식에 성공하면 좋겠습니다. 






말매미는 열대야 때문에,

참매미는 빛 때문에 밤에도 운다


우리나라 도심에 가장 많이 분포하고 있는 매미는 말매미와 참매미예요. 매미는 종마다 다른 언어를 가지고 있어요. 참매미의 ‘밈 밈 밈 미―“ 세레나데는 ”차르르르―“ 우는 말매미에겐 소음에 불과하지요. 그래서 매미들은 주요 활동 시간에 차이를 두는 전략을 펼치게 됩니다. 자연에 사는 참매미는 새벽부터 울기 시작해서 아침에 최대를 이루고, 말매미는 오후에 가장 많이 울어요. 한밤중에는 두 종 모두 휴식을 취합니다.


말매미(좌)와 참매미(우)


그런데 매미 세계의 규칙과 질서가 깨지고 있습니다. 바로 인간이 야기한 빛 공해와 온난화 때문에요. 빛에 민감한 참매미는 야간 조명 때문에 밤에도 울게 되었습니다. 말매미는 온도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종이에요. 열대야가 있는 밤에는 말매미가 울 확률이 높아지게 됩니다. 시끄러운 곳에서 목소리가 커지는 경험을 해보셨지요? 매미도 주변이 시끄러우면 더 크게 우는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조명이 꺼지지 않는 무더운 도시의 밤에 한 마리의 말매미가 울기 시작하면, 다른 말매미와 참매미가 자극을 받아 크게 울게 됩니다.

최근 도시에서는 ‘매미젤라’라는 용어가 생길 정도로 많은 사람이 매미 소음 때문에 고통받고 있지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매미들이 스스로 원래의 규칙을 지킬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할 것입니다.
 







[참고문헌]
[1] 이영준, 매미박사 이영준의 우리 매미 탐구, 지오북 (2005).
[2] 김윤재, and 기경석. "매미과 울음 시작 및 종료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요인-참매미, 말매미를 대상으로." 한국환경생태학회지 32.3 (2018): 342-350.
[3] 김윤재, and 기경석. "도시와 산림지역 매미과 번식울음 차이 연구." 한국환경생태학회지 32.6 (2018): 698-708.
[4] Sanborn, Allen F. "Body temperature and the acoustic behavior of the cicadaTibicen winnemanna (Homoptera: Cicadidae)." Journal of insect behavior 10.2 (1997): 257-264.
[5] 기경석, et al. "도심지 열대야 및 빛공해에 의한 매미 울음 영향." 한국환경생태학회지 30.4 (2016): 724-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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