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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의 과학 Oct 28. 2020

공기로 양질의 단백질을 생산한다?


단백질의 영단어 protein은 그리스어 proteios에서 유래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첫째의’를 의미하는 말이지요. 단어 뜻에서 알 수 있듯이 단백질은 생명체를 구성하는 주요 성분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동물이나 식물로부터 단백질을 얻어왔습니다. 특히 고기는 맛과 영양분이 우수해서 그 수요가 점점 증가하고 있지요. 그러나 목축과 농경은 온실가스 배출, 산림파괴, 물 부족 등의 환경문제를 발생시킵니다. 게다가 비효율적이에요. 가축 사육을 통해 15g의 동물성 단백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약 7배(100g)의 식물성 단백질 사료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환경 파괴를 최소화하면서 양질의 단백질을 효율적으로 얻을 방법은 없을까요? 아폴로 계획에 참여했던 NASA 과학자들의 아이디어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목축, 농경과 환경 오염





감자 농사 말고 탄소 재활용


당신은 먼 행성을 탐사하기 위해 1년 동안 우주여행을 떠나는 미션을 수행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우주선 안의 공간과 연료비 때문에 6개월 분량의 식량만 가지고 갈 수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영화 <마션 The Martian>에서처럼 감자를 키우면 될까요? 우주에서 식량을 자급자족하는 것은 우주인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NASA의 과학자들은 1960년대부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해왔지요. 그중 한 가지가 바로 탄소를 재활용하는 것입니다.


생명체는 탄소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인간도 마찬가지입니다. 탄소를 포함하고 있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은 신체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영양소이지요. 우리는 생존을 위해 음식으로부터 탄소를 얻고, 에너지를 만들고, 탄소를 다시 몸 밖으로 배출합니다. NASA의 과학자들은 인간이 날숨으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를 다시 영양소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지요. 너무 허무맹랑하게 들리시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에너지원을 만드는 생물을 쉽게 만나 볼 수 있거든요. 그 주인공은 바로 식물이지요. 식물은 광합성이라는 과정을 통해 무기물인 이산화탄소를 유기물인 당(탄수화물)으로 바꿉니다.





닫힌 고리형 탄소 순환계 (closed loop carbon cycle)


식물처럼 스스로 영양분을 생성할 수 있는 생명체를 독립영양생물이라고 불러요. 이산화탄소를 유기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에너지가 필요한데, 그 에너지를 빛으로부터 얻느냐 무기물로부터 얻느냐에 따라 광독립영양생물과 화학독립영양생물로 나뉩니다. 식물은 광독립영양생물이겠지요? 화학독립영양생물들은 수소, 황화수소, 암모니아 등을 에너지원으로 이용합니다. 특히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여 이산화탄소를 유기물로 전환할 수 있는 미생물이 바로 수소독립영양생물 (hydrogenotroph) 입니다. 1960년대 NASA에서 보충식량 연구를 위해 최초로 수소독립영양 박테리아를 실험했고, 닫힌 고리형 탄소 순환계 (closed loop carbon cycle)라는 개념을 제안했습니다. 


아이디어는 단순합니다. 우선 우주인이 음식을 통해 탄소를 얻습니다. 그리고 날숨으로 이산화탄소를 내뱉어요. 미생물이 이산화탄소를 영양소로 바꾸고, 그 영양소로 음식을 만듭니다. 이 닫힌 순환구조를 통해서 자원과 공간이 한정된 우주에서도 식량을 자급자족할 수 있게 되지요.


<닫힌 고리형 탄소 순환계>





공기 단백질(Air Protein)


안타깝게도 우주에서 이산화탄소를 식량으로 전환하는 기술이 완성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탄소를 재활용한다는 아이디어는 오늘날의 과학자들에 의해 실현되고 있습니다. 수소독립영양생물을 이용해서 이산화탄소를 단백질로 바꾸는데, 단백질 구성에 필요한 원소 중 탄소와 산소, 질소는 공기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공기 단백질이라는 이름이 붙었지요. 수소독립영양생물에 에너지 공급을 위한 수소는 물을 분해해서 제공합니다. 여기에 비타민과 미네랄을 추가하여 영양가 높은 단백질을 만들 수 있습니다. 공기 단백질은 가루형태로, 대두분말과 비슷합니다. 하지만 대두분말보다 약 2배가량 높은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가 농사를 지어 식물성 단백질을 얻기 위해서는 넓은 땅이 필요하고, 시간도 길게는 수개월이 걸립니다. 그러나 공기 단백질 기술은 훨씬 더 좁은 면적에서 수일 안에, 빛 없이도 양질의 영양소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물론 수소를 얻기 위해 전기를 필요로 한다는 점이나 가격 등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도 있지만요. 


α-아미노산의 일반 구조 by Pk0001 CC BY-SA 4.0 (wikimedia commons)


오늘날 약 8억 명의 사람들이 식량 부족으로 만성적인 영양결핍을 겪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마치 남의 일인 것처럼 느껴지지만 식량 위기는 머지않은 미래에 모두에게 닥쳐올 것입니다. 인구는 계속해서 늘어나는 것 대비, 농경을 위한 땅과 물은 점점 부족해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특히 코로나19로 식량 수확과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식량 위기가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공기 단백질은 식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기술이 될 수 있을까요?





참고문헌
[1] Jagdale, Yash, and Viren Khot. "“AIR PROTEIN AND ITS DERIVATIVE FOOD”–An evolutionary and sustainable future food." Food and Agriculture Spectrum Journal 1.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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