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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의 과학 Nov 25. 2020

치약으로 모기를 잡는 게 정말 가능할까?

늦가을 모기가 기승입니다. 요즘 왜 이렇게 모기가 많은 걸까요? 모기는 25~27℃의 온도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너무 춥거나 더우면 겨울잠이나 여름잠을 자기도 합니다. 그런데 지구온난화와 도시열섬 현상 때문에 모기는 여름보다 가을을 더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밤에는 활동하기 최적의 장소인 실내로 들어와서 우리의 숙면을 방해하지요. 이에 모기를 퇴치하기 위한 인간의 노력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그중 치약을 이용해 모기를 잡는 방법은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어요. 치약으로 모기를 잡는 게 정말 가능한 걸까요?





치약 속 이산화티타늄이 모기를 잡는다?

실험 방법은 간단합니다. 바닥이나 벽에 치약을 짜놓기만 하면 되거든요. 치약에 포함된 이산화티타늄(TiO₂)이 이산화탄소(CO₂)를 방출하여 모기를 유인하고, 끈끈한 치약에 달라붙은 모기가 날아가지 못하게 된다는 논리입니다. 실제로 일부 치약에는 이산화티타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를 닦는 행위는 치아 표면과 틈새에 있는 음식 찌꺼기, 치석, 치태를 연마제로 문질러서 제거하는 일이에요. 치약의 연마제로 사용되는 고체 광물 중 하나가 바로 이산화티타늄입니다. 치약에 흰색을 착색시키기 위해서 첨가하기도 합니다. 이산화티타늄은 광촉매로써, 빛을 받아 유기물질을 이산화탄소로 분해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산화탄소는 모기에게 사냥감의 위치를 알려주는 중요한 후각 신호이고요. 이 내용들을 종합해보면 치약으로 이산화탄소를 발생시켜 모기를 잡는다는 이야기가 꽤 그럴듯하게 들리지 않나요?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치약으로 모기를 잡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광촉매로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려면

자외선이 필요하다.

촉매는 자기 자신은 변하거나 소모되지 않으면서 화학반응의 속도를 변화시키는 물질입니다. 어떤 촉매는 빛을 받아서 활성화되는데, 이를 광촉매(photocatalyst)라고 하지요. 이산화티타늄은 대표적인 광촉매로 자외선(UV)영역의 빛에 반응합니다. 이산화티타늄에 자외선을 쬐면 광촉매 표면에 붙어 있는 물 분자로부터 수산기(OH radical)가 생성됩니다. 이 수산기는 매우 강한 산화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유기물을 분해합니다. 수산기에 의한 유기물의 분해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해요. 핵심은 이산화티타늄으로 유기물을 분해해서 모기가 좋아하는 이산화탄소를 발생하기 위해서는 자외선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밤중에 불을 다 꺼놓고 있는 조건에서는 절대로 광촉매가 제 역할을 할 수 없습니다.



치약 때문에 모기가 잡혔다면

새집증후군을 걱정해야한다. 


만약에 자외선 파장의 빛을 뿜는 조명을 설치해서 밤새 불을 켜놓는다면 어떨까요? 마찬가지로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이산화탄소가 생성되기 위해서는 탄소를 제공해줄 유기물이 필요합니다. 공기는 대부분 질소와 산소로 구성되어 있어 청정한 실내 환경에서는 탄소의 공급원이 되어줄 물질이 없다고 봐야합니다. 만약 이 원리로 인해 모기가 잡혔다면 공기 중에 휘발성유기화합물이 포함되어 있을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대표적인 휘발성유기화합물은 포름알데히드(HCHO)입니다. 호흡곤란, 비염, 피부질환은 물론 정서불안증이나 기억력 상실 등 새집증후군이라고 알려진 증상들을 유발하는 독성 물질이지요. 사람이 뿜어내는 것보다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가 치약 근처에서 발생해서 모기가 잡혔다면, 모기보다는 새집증후군을 더 걱정해야 합니다.



치약으로 모기를 잡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정말로 안 되는 건지 궁금하실 독자들이 계실 것 같아 직접 실험을 해보았습니다. 이산화티타늄이 포함된 세 종류의 치약을 짜두고 24시간을 보냈지요. 


<이산화티탄이 함유된 치약을 뿌려놓은 뒤 24시간 후>

모기는 한 마리도 잡히지 않았고, 모기 물린 자리가 간지러워 밤새도록 괴로웠습니다. 심지어 햇빛이 드는 낮에도 모기는 잡히지 않았습니다. 가을 모기를 퇴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지구의 온도를 조금 낮추는 것입니다.









참고: 최재훈·김현중·이영규·정현석·홍국선, 실내공기질 오염 저감을 위한 나노-환경기술, 고분자과학과기술, 제15권 2호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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