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에 따르면 2021년 올해 여름은 6~8월 내내 덥고, 비는 예년과 비슷하게 내릴 것이라고 합니다. 동태평양의 적도 지역에서 저수온 현상이 5개월 이상 일어나는 현상인 라니냐가 발생했던 2018년과 올해의 기압패턴이 비슷하고 북태평양 고기압이 다소 북쪽으로 발달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아직은 폭염주의보나 폭염경보가 본격적으로 발효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이 빈번해지면서 인류는 극단적인 온도변화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주위 환경의 온도가 27.8℃에서 30℃ 사이로 유지될 때 사람은 정상적인 체온을 유지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온도범위를 온도중립범위(또는 온열중성대 thermoneutral zone)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사람은 어느 정도의 더위를 견딜 수 있을까요?
온도중립범위를 초과하는 더위에서는 열생산이 열손실을 초과하는 반면, 온도중립범위 아래의 추위에서는 열손실이 열생산을 초과합니다. 이에 사람의 신체는 내부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한 항상성 기작을 가동합니다. 주위 온도가 10~55℃인 환경에서 알몸인 사람도 체온조절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구상에서 기온이 55℃ 이상인 환경은 찾아보기 쉽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과학자들은 인류의 역사에서 주된 도전은 추운 환경이며, 사람은 따뜻한 기후에서 살도록 적응된 열대동물과 같다고 이야기합니다. 실제로 사람은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면 알몸 상태에서 견디기 힘듭니다. 이는 사람이 야생에서 4계절을 모두 이겨내는 동물들과 다른 점입니다.
그럼에도 사람의 신체 곳곳에는 극단적인 기후 환경에서 생존했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사람과 침팬지, 개, 돼지의 몸을 서로 비교해 봅시다. 어떤 점이 다른가요? 신기하게도 사람처럼 '벌거벗은 몸'을 지닌 포유류는 찾기 어렵습니다. 사람의 피부는 털 대신 200만 개가 넘는 땀샘이 있습니다. 땀 배출은 우리 몸의 매우 효율적인 냉각 시스템입니다. 땀을 배출하면서 몸의 열을 식혀주고, 또 피부에 묻은 땀이 공기와 닿아 증발하면서 한 번 더 열기를 식혀줍니다. 이처럼 털이 없는 맨살은 더위에 적응한 결과입니다. 털이 없는 매끄러운 피부는 땀이 쉽게 증발하도록 도와줍니다. 하지만 털이 없으면 야생동물처럼 겨울에 자체적으로 보온을 유지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다른 동물들이 두꺼운 털옷을 입는 대신 사람은 손과 머리를 써서 추위를 이겨왔습니다. 바로 사냥해서 잡은 짐승의 가죽을 벗겨 옷을 만들어 입기 시작한 것입니다. 또한 불을 다루게 되면서 웬만한 추위는 거뜬하게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사람의 신체구조도 더위를 이기기 유리하게 진화했습니다.사람은 다른 동물보다 팔, 다리가 상대적으로 깁니다. 비슷한 몸무게의 동물과 비교해 피부 표면적도 넓습니다. 피부 표면적이 넓을수록 체내 열을 식히기 위해 몸 밖으로 열을 발산하기가 유리합니다.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는 야생동물을 사냥하거나 열매를 채취하며 살았습니다. 만약 자신보다 훨씬 크고 빠른 동물을 잡으려면 몇 시간 혹은 며칠씩 쫓아다녀야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온몸에 털이 나 있다면 전속력으로 장시간 뛰어다니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래서 털로 뒤덮인 사자나 치타는 오래달리기가 아닌 단거리 내 기습공격으로 사냥을 합니다.
그렇다면 사람은 더위를 어느 정도까지 견딜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에선 상상하기 어렵지만 지구 곳곳에는 45℃가 넘는 곳이 꽤 있습니다. 심지어 50℃가 넘는 곳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관측된 세계 최고 기온은 1913년 미국 데스밸리에서 관측된 56.7℃입니다. 이렇듯 정상인의 평균 체온인 37℃를 훨씬 넘어선 곳에서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주로 사막에 살아가는 이들은 강렬한 태양빛을 피하기 위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을 옷으로 뒤덮습니다. 또 옷이 몸에 딱 달라붙기보다 천을 두른 듯 헐렁하다는 점이 특징인데, 이는 땀을 쉽게 증발시켜 체온을 낮추기 위한 전략입니다.
사람이 진짜 견디기 힘든 곳은 따로 있습니다. 40℃가 채 안 되지만 고온다습한 환경에서는 몸에서 땀이 비 내리듯 흐르기 일쑤입니다. 특히 라틴아메리카의 서인도제도와 자메이카 지역의 여름 날씨는 땀이 범벅되기 쉬운 곳으로 악명높습니다. 이 때문에 습도가 포화상태이면서 50℃인 조건이 사우나처럼 건조하면서 90℃인 곳보다 사람이 견디기가 더 어렵습니다.
땀을 증발시키는 일이 열을 식히는 데 얼마나 중요할까요? 프랑스의 유명 사이클 경주인 '투르 드 프랑스'는 3000㎞가 넘는 코스를 23일간 총 21개 구간으로 나눠서 진행합니다. 이 대회에서 다섯 차례나 우승한 에디 메르크스는 험한 산악 지형에서 6시간 내내 전속력으로 사이클을 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내에서 고정된 사이클을 타 본 결과 전속력으로 달린 지 한 시간 만에 더는 페달을 밟을 수 없었습니다. 야외에선 강한 바람이 땀을 증발시켜 줬지만, 실내에서는 땀을 비 오듯 흘려도 체내에서 발생한 열을 몸 밖으로 방출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한강변에서 자전거를 탈 때와 달리 헬스장에서 사이클을 탈 때 더 힘이 드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성인 기준으로 시간당 1.5L의 땀이 만들어집니다. 무더운 날씨에서 시간당 4~6L의 땀을 흘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손실된 양만큼 물을 마시지 않는다면 이처럼 많은 양의 땀 생산은 오래 유지되지 못합니다. 낮에 거의 활동을 하지 않는 사막의 주민들도 하루에 4L의 물을 마시는 이유입니다. 이와 달리 낮에 활동하는 주민들은 하루에 10L 이상의 물을 마십니다. 그래서 마실 물이 부족한 주민은 무조건 그늘에서 쉬어야만 살 수 있습니다.
여름철이지만 간혹 땀이 나게 하는 옷을 입거나 옷을 과도하게 두껍게 입고 운동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일명 '땀복'입니다. 하지만 자칫 위험에 빠질 수 있습니다. 땀복을 입으면 땀을 많이 흘릴 수는 있겠지만 땀의 증발이 쉽지 않아 탈수와 고체온증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여름철 운동을 할 때는 땀이 잘 마를 수 있도록, 밀폐된 실내보다는 바람이 잘 통하는 야외에서 가볍고 헐렁한 복장으로 서늘한 시간대에 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수시로 적절한 수분 보충을 해주는 것도 꼭 필요합니다.
<참고문헌>
디 언그로브 실버톤 지음, 고영규 외 옮김, 2006, 생리학 (3판), 라이프사이언스, pp.645-649.
강석기, 2003, 열대 무더위에 견디도록 단련된 인체, 과학동아 8월호, pp.22-27.
천권필, 김정연, 2021, 2018년 최악 폭염 다시 오나…라니냐 패턴 비슷, 중앙일보, 5월 25일자 1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