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두의 과학 Jun 30. 2021

대성당에서 느끼는 로마의 숨결

퀼른 성당

프랑스의 노트르담 성당이나 독일의 쾰른 대성당과 같은 중세시대의 고딕 성당은 거대한 크기로 신자들을 압도합니다. 하늘 높이 솟아오른 성당의 종탑은 신앙심과 교회 높이가 비례한다고 여겼던 시대의 산물입니다. 이렇게 높게 만든 것은 신에게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가고 싶은 마음을 표현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중세 성당은 단지 크기만 컸던 것은 아닙니다. 생전 처음 보는 압도적 크기에 이끌려 건물 내부로 들어온 신자가 저절로 신에 대한 경외심을 느끼도록 만들었습니다. 이런 중세시대 고딕 성당의 건축이 가능했던 것은 바로 로마의 기술자들 덕분이라는 사실을 아시나요?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로마의 콜로세움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라는 말은 옥타비아누스가 제정을 시작한 이래 막강해진 로마의 힘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표현입니다. 로마는 자신이 정복한 지역으로부터 물자를 수송하기 위해 도로와 수로를 건설했습니다. 토목공사로 자원을 대규모로 수송할 수 있게 되자 로마는 고대 도시 최초로 인구 100만의 대도시로 성장하게 됩니다. 도시에는 콜로세움이나 판테온 같은 거대하고 화려한 건물을 세웠습니다. 이 모든 것이 가능했던 것은 구조 실용주의를 지향한 로마 기술자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리스와 로마 건축은 서양 건축의 두 기둥으로 불립니다. 로마는 그리스 양식을 많이 계승했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습니다. 바로 콘크리트와 아치를 사용했다는 겁니다. 특히 아치(arch)는 로마 최고의 발명품이라 불릴 만큼 건축사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그건 바로 아치 덕분에 다양한 형태의 석조건축물을 만들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현재 남아있는 오래된 건물들은 모두 석조건축물입니다. 석조건축물은 목조건축물에 비해 내구성이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이는 로마의 판테온과 안동 봉정사 극락전을 비교해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판테온은 지은 지 

2천 년가량 되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인 극락전은 8백 년 정도밖에 안 됩니다. 로마의 기술이 뛰어난 것도 있지만 기후와 문화적 차이로 인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목조 건축이 발달했습니다. 


로마 판테온
봉정사 극락전 (Public Domain / Wikimedia Commons)


목조랑 석조건축물은 내구성만 차이나는 게 아닙니다. 규모나 형태도 다릅니다. 나무는 인장 응력은 강하지만 압축 응력에는 약하고, 돌은 반대로 인장 응력은 약하지만 압축 응력에는 강합니다. 이러한 나무와 돌의 특성으로 인해 나무는 들보, 돌은 기둥으로 많이 사용합니다. 파르테논 신전을 보면 바깥에 46개와 안쪽에 23개나 되는 커다란 돌기둥을 촘촘하게 배치했습니다. 이렇게 기둥이 많은 것은 무거운 지붕을 떠받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인장 응력 (tensile stress) : 고체재료나 구조물 등이 외력을 받아 늘어날 때 이 힘과 대등하게 하기 위해 내부에 발생하는 저항력 

압축 응력 (compressive stress) : 압축력을 받았을 때 그 단면에 대해서 수직방향으로 생기는 응력


 

그리스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
좌) 기둥-보 구조 건물에서 보에 가해지는 힘 / 우) 기둥을 촘촘하게 배치한 파르테논 신전의 바닥 평면도 (Public Domain / Wikimedia Commons)



                                                



아치로 세운 신앙심


아치의 구조

기둥이 많았던 석조 건축에 혁신을 일으킨 것은 로마였습니다. 로마 이전에도 아치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들여쌓기를 해서 만든 아치였고, 쐐기모양의 홍예석을 만들어 진정한 아치를 탄생시킨 것은 로마였습니다. 로마의 기술자들은 아치를 사용해 기둥의 수를 줄였습니다. 아치로 기둥 사이의 거리가 먼 장경간 구조의 다리를 건설했고, 수도교로 멀리서도 로마에 물을 공급했습니다. 로마의 상징같은 건물인 콜로세움은 아치를 3차원으로 길게 이어 터널처럼 생긴 볼트(vault) 구조를 이용해 만들었습니다. 볼트를 이용해 수많은 사람과 검투사의 통로로 사용했습니다. 또한 아치를 회전시킨 돔(dome)을 이용해서 판테온이라는 커다란 신전을 건설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대도시 로마를 세운 것은 군인들이 아니라 기술자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페인 타라고나에 있는 로마 시대 수도교
아치를 연속되게 만든 배럴 볼트(barrel vault) 구조로 된 콜로세움


버팀벽을 세운 벨기에의 한 성당

그렇다면 아치가 이렇게 튼튼한 이유는 뭘까요? 그것은 아치가 압축력에 강한 돌의 특성을 잘 이용해서 지붕의 무게를 측면에 있는 기둥이나 벽으로 전달한 뒤 압축력과 횡압력으로 분산시키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횡압력이었습니다. 횡압력을 지탱하지 못하면 지붕이 무너질 수도 있는데, 실제로 건설 도중에 무너지는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 횡압력은 댐처럼 생긴 버팀벽인 버트레스(buttress)로 해결했습니다. 돔이 밖으로 퍼져 주저앉지 않도록 벽을 세워 지탱했던 것입니다. 


중세시대가 되어 교회의 권위가 높아지자 성당도 덩달아 커졌습니다. 사람들은 점점 하늘로 더 높이 다가가기를 원했고, 그러려면 새로운 형태의 아치가 필요했습니다. 로마의 반구형 돔은 지름이 정해지면 높이가 결정되므로 지붕이나 종탑을 높이기에는 적합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뾰족한 첨두 아치(Pointed Arch)입니다. 첨두아치는 뾰족한 형태로 아치를 만들어 횡압력을 줄이고 지붕은 더 높일 수 있는 구입니다. 첨두 아치도 횡압력이 있었기 때문에 이를 버텨낼 수 있는 구조가 필요했습니다. 두껍고 답답한 버팀벽 대신 새로 등장한 것은 날렵한 구조의 플라잉 버트레스(flying buttress)였습니다. 또한 고딕 성당은 아치를 이용해 커다란 창문을 내고 내부로 빛을 끌어들여 그 이전의 교회보다 화려하고 거대한 모습으로 탈바꿈했습니다.







현대 건축에서 사라진 아치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고딕 성당의 플라잉 버트레스는 마치 천사의 날개처럼 멋있고 거창했습니다. 하지만 스페인의 건축가 가우디는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지을 때 플라잉 버트레스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가우디는 아치를 사용하지 않은 걸까요? 아닙니다. 가우디도 아치를 사용했습니다. 다만 그가 사용한 것은 첨두 아치가 아니라 현수선 아치(Catenary Arch)였습니다. 이는 아치에서 현수선을 이용했다고 해서 붙인 이름입니다. 현수선은 두 기둥 사이에 매달린 줄이 만드는 곡선을 말합니다. 현수선은 줄에 장력과 중력만 작용했을 때 생기는 자연스러운 곡선입니다. 경간(다리의 기둥과 기둥 사이) 거리가 무려 1991m나 되는 아카시 해협대교가 대표적인 현수교입니다. 가우디는 현수선에서 작용하는 인장력을 뒤집어 놓으면 아치에 작용하는 압축력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겁니다. 


세계에서 가장 긴 현수교인 일본의 아카시 해협대교 (by Tysto, CC BY-SA 3.0, Wikipedia Commons)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제외하면 현대 고층 건물에서 아치 구조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아치를 만들기 위해서는 홍예틀을 만들어야 하는 등 건설비가 많이 들기 때문입니다. 물론 더 중요한 사실은 석조 건축의 단점을 보완한 철근콘크리트가 등장했다는 것입니다. 콘크리트 속에 철근을 넣어 인장력을 보강해 고층 빌딩을 세울 수 있게 되면서 더 이상 아치를 사용할 필요가 없어진 것입니다.  



강철 빔과 케이블과 같은 새로운 재료는 건축가들로 하여금 다양한 형태의 건축물을 만들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강철빔은 석재보다 인장력과 압축력이 우수해서 철골구조의 고층 건물을 세우는 데 안성맞춤입니다. 강철케이블은 인장력을 이용하므로 사장교나 현수교 등 경간이 긴 다리를 건설하는 데 사용되고 있습니다. 콜로세움이나 고딕 성당에서 볼 수 있었던 아치는 볼 수 없지만 그래도 여전히 다리를 건설할 때 아치는 자주 활용되고 있습니다.  


1930년대 강철빔으로 건설 중인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By Lewis Hine (Metropolitan Museum of Art, Creative Commons Zero, Public Domain Dedication)






참고자료

· 건축구조 지식 저장소 https://next-archi.tistory.com/16

· 썬로드의 교량이야기 https://sunroad.pe.kr/504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 몸의 효율적인 냉각 시스템 - 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