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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의 과학 Jan 25. 2018

바이러스 vs 박테리아

세균연구의 시작과 최초로 발견된 바이러스

올 겨울도 어김없이 독감이 유행입니다. 

올해는 특히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A형과 B형이 동시에 유행하면서 새해 들어 계속해서 환자들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종종 바이러스와 박테리아(세균)라는 말을 헷갈려 쓰곤 합니다. 

바이러스와 박테리아, 같은 걸까요? 다른 걸까요?


바이러스는 무생물, 박테리아는 생물?


바이러스와 세균은 모두 미생물에 속합니다. 미생물은 말 그대로 맨눈으로는 볼 수 없을 정도로 작은 생물을 뜻합니다. 보통 0.1mm 이하의 생물을 가리키지요. 

미생물의 종류는 다양합니다. 우리가 흔히 세균이라고 부르는 박테리아와 조류(algae), 고세균(archaea), 곰팡이와 같은 균류(fungi)와 효모(yeast)와 바이러스(virus) 등이 모두 미생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이러스와 박테리아의 가장 큰 차이는 스스로 생명활동을 하며 살아갈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입니다.

우선 박테리아는 하나의 세포로 이루어진 단세포 생물이지만,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기관을 갖추고 있습니다. 즉, 양분을 먹고 스스로 유기물을 만들어 살아가면서 번식할 수 있지요.

로타바이러스 입자 (w:User:Graham Beards /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3.0 Unported)

하지만 바이러스는 다릅니다. 바이러스는 DNA와 RNA와 같은 핵산과 단백질로 이루어진 단순한 구조를 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생물들은 DNA 속 유전정보를 바탕으로 리보솜과 같은 기관들을 이용해 필요한 단백질을 만들어냅니다. 하지만 바이러스는 리보솜과 같은 기관이 없기 때문에 스스로 필요한 에너지나 유기물을 만들어낼 수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바이러스는 온전히 생물의 범주에 속하지 못합니다.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고 숙주가 되는 생물이 있을 때에만 그 생물의 힘을 빌어 증식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바이러스를 생물체가 아닌 ‘입자’와 같은 존재로 분류하기도 합니다. 


게다가 크기도 차이가 납니다. 박테리아는 보통 수 마이크로미터(㎛, 100만 분의 1m)의 크기로, 광학현미경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바이러스는 이보다 훨씬 작아서 큰 것도 수백 나노미터(㎚, 10억 분의 1m) 크기로, 전자현미경으로만 볼 수 있지요.


병원성 세균 연구의 시작, 탄저균


세균 연구는 바이러스보다 좀더 일찍 시작되었습니다.

안톤 반 레벤후크 Anthonie van Leeuwenhoek (1632-1723) CC0 1.0 Universal Public Domain Dedication

세균연구는 1600년대 후반 네덜란드의 안톤 반 레벤후크가 현미경을 이용해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과 미생물을 관찰하기 시작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이후 1850년, 가축에서 질병을 일으키는 세균으로 탄저균이 최초로 발견되고, 로베트르 코흐가 이를 연구하게 됩니다. 당시에 가축과 사람에게 감염이 되는 탄저병은 농촌의 골칫거리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1876년, 마침내 코흐가 탄저균의 병원성을 밝혀내면서 세균학은 발전의 계기를 맞게 됩니다. 


탄저병은 BC 5000년 경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시대의 기록물을 시작으로 BC300년 경 히포크라테스도 이 병에 대한 기록을 남길 정도로 그 역사가 오래됐습니다. ‘탄저(Anthrax)’라는 이름은 이 병에 걸리면 감염된 부위가 검게 변하기 때문에 석탄이나 숯을 뜻하는 그리스어인 ‘anthrakis’에서 유래되었습니다.


흙속에서 사는 탄저균(Bacillus anthracis)은 서식 환경이 마땅치 않으면 포자를 형성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보호막과 같은 껍질을 만들고 휴면상태로 지내다가, 소나 양과 같은 동물이 먹게 되면 몸속으로 들어가 병을 일으킵니다. 이때 사람도 감염된 가축의 배설물이나 사체, 흙 등을 만지거나 공기 중의 탄저균이 호흡기를 통해 들어올 때 감염될 수 있습니다.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탄저병은 95% 이상이 대부분 피부에 감염되는 피부탄저로, 치료하면 사망자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 사람끼리의 감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호흡기 탄저는 좀 다릅니다. 공기 중에 있던 포자가 호흡기를 통해 폐로 들어갈 경우 청색증이나 호흡곤란 등으로 1~2일 안에 사망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탄저균은 포자 상태로 만들면 흰색 가루 형태가 되는데, 주변 환경에 따라 10년 이상의 긴 시간을 이 상태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이런 특성과 함께 흔하지는 않지만 1) 호흡기 탄저의 경우 사망률이 90% 이상이고, 2) 미생물에 대한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흙에서 탄저균을 분리하고 배양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3) 적은 양으로도 많은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탄저균은 오늘날 생화학 무기로 악용이 우려되는 대표적인 사례가 되었습니다.


바이러스, 담배에서 최초로 발견되다


인류가 최초로 발견한 바이러스는 ‘담배모자이크 바이러스(TMV, Tobacco Mosaic Virus)'입니다. 


1883년 아돌프 마이어가 담배모자이크병이 식물 사이에 전염이 된다는 것을 알아낸 이후, 과학자들은 세균을 걸러내는 필터를 써도 이 병의 원인이 걸러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세균보다 더 작은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뜻이었지요. 실험을 반복한 끝에 1935년, 웬델 M. 스탠리가 세균보다 훨씬 작은 이 바이러스를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하게 됩니다.

담배모자이크 바이러스(TMV, Tobacco Mosaic Virus) / 출처 : commons.wikimedia.org

담배모자이크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식물의 잎이나 꽃 등에는 화상을 입은 것처럼 갈색 반점이 나타나게 됩니다. 식물이 죽지는 않지만,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게 돼서 수확량에 큰 영향을 끼치지요. 이름이 무색하게 담배뿐만 아니라 토마토, 가지, 고추 등 무려 199종의 식물에 병을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바이러스의 구조는 단순합니다. 담배모자이크 바이러스도 기다란 막대 모양에 주요한 두 개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바로 RNA와 그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외각 단백질인 캡시드(capsid)입니다.


여기서 RNA는 단일 가닥 형태로, 단백질 안쪽에서 나선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 RNA가 식물세포 속으로 들어가면 혼란을 일으키게 되고, 결국 식물이 바이러스 단백질을 생산하도록 만듭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단백질과 RNA로 새로운 바이러스가 조립되고, 이것이 세포 밖으로 나와 다른 부위나 다른 식물로 바이러스가 계속 퍼지게 되는 것이지요. 


담배모자이크 바이러스는 안정적이고 어렵지 않게 복제해서 얻을 수 있는데다, 동물에게 감염되지 않기 때문에 과학 연구에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1033586/?page=1

http://cdc.go.kr/CDC/cms/content/mobile/72/12372_view.html

http://idgateway.wustl.edu/weil/kaufmann%20schaible.pdf

www.britannica.com/science/bacteria#ref272356

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1769905/

www.britannica.com/science/virus

www.bspp.org.uk/downloads/education/BSPP_TMV_Info.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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