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을 위한 양송이 수프

by 정명

가끔은 마음에도 적당한 환기가 필요한 계절이 있습니다. 정제된 감정들이 방 안의 공기처럼 무겁게 내려앉는 날이면, 나는 시장에서 갓 건져 올린 양송이 몇 알을 식탁 위에 올려둡니다. 뽀얀 갓을 머금은 버섯들은 마치 아무런 상처도 입어본 적 없는 단정한 얼굴처럼 보입니다.


양송이를 다듬는 일은 복잡한 머릿속을 정돈하는 과정과 닮아 있습니다. 투박한 밑동을 잘라내고 결대로 썰어내다 보며, 어느새 나를 괴롭히던 날 선 의심들도 조금씩 무뎌지는 것을 느낍니다. 냄비 안에서 버섯이 익어가며 내뿜는 은은한 흙 내음은, 소란스러운 세상의 소음을 잠재우며 내 안의 고요를 깨웁니다.


어떤 이는 이 수프가 영혼을 데워주는 보약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내게 이 그릇은 기다림의 미학에 가깝습니다. 서로 다른 결을 가졌던 재료들이 뜨거운 열기 속에서 서서히 융화되어 하나의 깊은 맛을 만들어내는 시간. 그 안에서 나는 비로소 내가 지닌 결점조차 삶이라는 커다란 문장을 완성하는 하나의 마침표임을 묵묵히 받아들입니다.


한술 뜨는 순간 느껴지는 담백한 위로. 그것은 거창한 성취나 환희의 맛이 아닙니다. 오히려 낮은 곳에서 소박하게 뿌리 내린 존재들이 내어주는, 아주 깊고 유구한 안도감입니다.


그릇 바닥이 보일 때쯤이면 깨닫게 됩니다. 우리의 영혼을 치유하는 것은 화려한 수사가 아니라, 자신의 아픔을 정성껏 끓여낼 줄 아는 스스로의 다정함이라는 것을요. 삶이 아무리 시리고 거칠어도, 내 영혼을 위해 이 따뜻한 수프 한 그릇을 준비할 여유가 있다면, 우리는 다시, 자신만의 보폭으로 걸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당신의 마음은 어떤 향을 품고 있나요. 만약 조금 쓸쓸한 향취가 난다면, 당신을 위해 이 소박한 수프 한 그릇을 건내고 싶습니다.

작가의 이전글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픈 형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