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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월 Nov 25. 2024

늦가을의 오후

가을은 참 이상한 계절이다. 한여름의 뜨거운 열기를 밀어내고 선선한 바람을 불러오지만, 그 바람 속엔 이미 겨울의 차가움이 숨어 있다. 가을이 끝나간다는 건 나뭇가지에 마지막 한 장의 잎도 떨어질 준비를 마쳤다는 뜻이고, 사람들 마음속에 있던 따뜻한 여유가 조금씩 움츠러든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오늘 오후, 문득 창밖을 보니 낙엽이 바람에 떠밀려 흩날리고 있었다. 하나하나 하늘을 가르며 날아가는 모습이 꼭 자신만의 춤을 추는 것 같았다. 무언가를 열심히 붙잡으려 애쓰지도 않고, 그냥 흐름에 몸을 맡긴 채 흩어지는 그 모습이 이상하게 평온해 보였다. 마치 “모든 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법이야”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커피 한 잔을 손에 쥐고 베란다에 섰다. 뜨거운 김이 코끝에 닿는 순간, 그제야 내가 조금 쫓기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아무도 날 재촉하지 않았는데도, 나 스스로에게 너무 많은 약속과 기대를 부여잡고 있었던 건 아닐까? 늦가을의 오후는 그 모든 것들을 내려놓아도 괜찮다고 속삭이는 것처럼 느껴졌다.


햇살은 부드럽고 바람은 조용하다. 겨울은 곧 찾아오겠지만, 지금 이 순간은 여전히 가을이다. 오늘 하루, 내 마음도 그 낙엽처럼 가볍게 바람에 실려 흘러가도 괜찮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커피를 한 모금 더 마신다.


오늘은 그저 이대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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