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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지용 Mar 30. 2019

사랑니

사랑니를 뽑았다.

견딜 수 없는 통증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은 이야기하더라.

쉽게 뽑을 수 있다고, 아프지 않다고.

당신들 일 아니라고 참 쉽게 말한다.


사랑니를 뽑는 것은 무서웠다.

오랫동안 함께 했으니까.

뽑는 것은 생각도 안했으니까.

치아를 갈아내고, 부수고, 뽑아내는,

그 모든 게 무서웠다.


그럼에도 사랑니를 뽑았다.

뽑는 것은 생각보다 아프지 않았다. 

잠깐의 시큰함과 어색함은 남았지만

이내 원래부터 없던 것처럼

살아가게 되더라.


그렇게 시간은 지나고 어느날,

견딜 후 없는 통증이 찾아왔다.

사랑니를 뽑은 그 옆자리다.

한동안 아프지 않았던 그 자리엔

새로운 사랑니가 자라났다.

아무렇지 않다 생각하고 싶었던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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