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다른 관점의 이야기
1. 이 글은 커넥터스가 만드는 큐레이션 뉴스레터 '커넥트레터'의 1월 5일 목요일 발송분입니다.
안녕하세요, 엄지용입니다. 2023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커넥터스가 네이버 프리미엄콘텐츠에 자리 잡은 지도 어언 만 1년이 넘어섰는데요. 독자 여러분 덕분에 저희는 지난 1년 동안 단 한 번의 멈춤 없이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2022년 12월 마지막 날, 기분 좋은 소식이 하나 들어왔는데요. 커넥터스가 네이버 프리미엄콘텐츠에 입점한 전체 1052개 채널 중 구독자수 기준 5위에 들어섰습니다. 상위 0.5%라면 제 생전 받아본 적 없는 성적인데, 참 기쁘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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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1년 전 택배밖에 생각나지 않는 물류 콘텐츠로 코인, 주식, 부동산 콘텐츠를 넘어서는 게 감히 가당한가 싶었던 저였는데, 결국 해냈습니다. 1년 전 우수 가득한 저희의 일대기를 보고 싶다면 위 링크 콘텐츠를 참고해주세요.
사실 1년 전으로 시간을 돌려보면 참 아찔했던 것 같습니다. 겉으로 티내지는 않았지만, 잘 다니던 직장을 탈출(?)한 대가로 당장의 먹고사니즘은 막막했고요. 동업자의 도움으로 어찌어찌 월급은 받았지만, 월급 이상의 매출을 만들지는 못한 대가로 눈칫밥이 늘었습니다. 당시 소셜 미디어를 돌면서 힘껏 있는 척은 다했지만, 제 속은 그렇게 쿨하지 못했죠.
그렇게 1년. 커넥터스는 자생에 성공합니다. 제 월급은 생각보다 소소하지만, 진즉 저희 매출을 통해 해결하고 있고요. 마찬가지로 소소해서 미안하지만, 새로 합류한 동료의 월급을 챙겨줄 정도의 매출 또한 콘텐츠 구독 서비스 하나만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이 외에 예상치 못한 수익도 있었는데요. ‘얼룩소’와 ‘한진’, ‘리멤버’ 등에 커넥터스가 콘텐츠 공급 파트너로 참여하여 부가 수익을 만들었고요. 뉴스레터 구독자 여러분이 가끔씩 만나는 ‘광고’ 콘텐츠 문의도 꽤나 늘어서 올해 승윤님 연봉 인상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저 또한 이제 더 이상 소셜 미디어에서 쿨한 척을 하지 않는데, 이 또한 독자 여러분 덕입니다.
물론 아쉬움도 있습니다. 지난해 몇 차례 뉴스레터에서 강조했던 독자 커뮤니티를 제대로 구축하진 못했는데요. 이게 잘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몇 번 하다가 오히려 시도조차 못하게 됐습니다. 사실 잠깐 먹고사니즘의 숙제에서 벗어났더니 나태해진 저의 영향이 컸는데, 스스로 반성하고 질책하여 올해는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다양한 이벤트를 하나하나 만들어보겠습니다.
어쨌든 구독자 여러분 덕분에 저희는 성장했습니다. 그 고마움 절대 잊지 않고요. 특히 약 1년 이상 구독을 지속하고 있는 34%에 달하는 독자 여러분께는 특별한 고마움을 전합니다. 여러분이 저희의 힘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따금 날아가는 ‘광고 콘텐츠’에 불구하고 꾸준히 봐주시는 더 많은 뉴스레터 구독자 여러분께도 감사합니다. 광고이지만 독자 여러분께 도움 되는 콘텐츠 전할 수 있도록 제 인간지능을 총동원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부단히 애쓰겠습니다.
요컨대 독자 여러분이 있기에 지금 저희가 있습니다. 2023년 새해 독자 여러분이 하는 모든 일과 가정에 축복이 가득하길 바라고요. 저희는 새해에도 힘차게 달려보겠습니다. 2023년 첫 번째 커넥트레터 시작합니다.
코로나19로 호황을 맞이했던 이커머스 시장이 2022년 들어 많이 아파졌다는 이야기는 여러 번 했습니다. 인플레이션에 따른 소비 침체로 이커머스 성장세는 예전 같지 않고요. 덩달아 찾아온 금리인상 추이로 투자 유동성은 떨어졌고, 거래액 성장세를 보며 내달리던 이커머스 기업들은 수익성의 숙제를 해결하고자 분주했습니다.
이에 따라 대표적인 이커머스 수요 증가와 물류 서비스 경쟁에 따른 파생상품으로 개발이 이어졌던 물류센터에서 ‘공실 우려’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곳곳에서 나타났는데요. 저희도 관련 상황을 취재하여 독자 여러분께 전달했던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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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와 반대로 여전히 ‘물류센터’ 공급이 수요를 뒷받침 할 만큼 충분치 못하다고 이야기하는 업계의 주장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물류센터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B2B 물류센터 중개 플랫폼 ‘리웨어’를 운영하는 업체 리코어의 박범진 공동대표(CTO)도 그 중 한 명인데요. 최근 상업용 부동산 시행사 연교가 주최한 물류부동산 개발 컨퍼런스에 연사로 참석한 박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먼저 일부 업계의 우려처럼 물류센터는 공급 과잉으로 ‘공실’ 위기에 처한 것일까요? 박 대표가 인용한 2022년 7월 기준 국토교통부의 건축인허가 정보에 따르면 국내 창고시설은 총 11만8462개, 연면적 기준으로 합산시 1609만평이 존재합니다. 이 숫자만 본다면 충분히 과잉을 예측할 만큼 많은 것이 맞는데요.
하지만 여기에는 ‘허수’가 있다는 것이 박 대표의 설명입니다. 당장 농수산업체에서 사용하는 보관용 창고, 건물 구성으로 딸려가는 1~2평 규모 소형 창고도 이 통계에 상당부분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창고들은 실수요자인 화주사에게 공급되지 않는 특성이 있고요.
실제 같은 국토교통부 데이터를 연면적 1000평 이상의 창고로 추려서 살펴보면 창고시설의 개수는 1540개, 연면적 총합은 772만평까지 크게 감소합니다. 실상 최근 기업 화주사들이 선호하는 ‘5000평 이상의 창고’로 숫자를 제한한다면 그 숫자는 다시 345개, 연면적 총합 518만평 수준으로 떨어지고요. 참고로 1만평 이상의 창고를 기준으로 본다면 그 숫자는 반토막 나 169개, 연면적 기준 132만평이 공급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여기서 다시 한 번 이커머스 물류센터로 사용하지 못하는 ‘허수’로 배제할 숫자가 있다고 하는데요. 국토교통부 건축인허가 정보에 따르면 전체 창고시설 중 11년 이상 된 노후시설이 25%(11~15년 14%, 16~29년 11%)를 차지합니다. 이러한 노후시설은 애초에 이커머스 용도로 개발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현재 발생하고 있는 수요자의 니즈와 맞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입니다.
그럼 앞으로 물류센터는 얼마나 더 많이 공급될까요? 리코어의 조사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총 662만평(신규준공 144만평, 가준공 518만평) 규모의 물류센터가 공급됐습니다. 이 숫자와 여러 기반 데이터를 바탕으로 리코어가 시뮬레이션한 결과 2026년 기준 총 1005만평(신규준공 65만평, 가준공 940만평)의 물류센터 재고면적이 공급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리코어의 2023~2026 물류센터 공급 예상 재고면적. 물류센터 건축인허가 이후 사용 승인에 이르지 못하는 미준공율 14%와 22년 착공 지연된 연면적 1만평 물류센터의 비중 22%를 시뮬레이션에 반영했다. ⓒ리코어
이렇게 추산한 물류센터 예상 공급량이 많은지 적은지 알기 위해서는 ‘수요’를 함께 살펴봐야 하는데요. 리코어는 한국과 이커머스 침투율, 국토면적, 1인당 GDP 측면에서 유사한 국가 ‘영국’의 가구당 물류센터 필요 면적을 바탕으로 물류센터 수요를 추산했습니다.
먼저 영국은 한 가구당 물류센터 0.9평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이 숫자를 한국의 2026년 예상 가구수에 대입하여 필요 물류센터 수요면적을 추산한 결과 1507만평이라는 예측치가 도출됐습니다. 이는 앞서 추산한 2026년 기준 예상 공급량 1005만평과 비교하면 오히려 500만평 정도가 부족하다는 리코어의 평가고요. 현재 영국의 2022년 하반기 물류센터 공실률을 봐도 1~2% 수준으로 오히려 물류센터 부족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리코어는 소매판매액을 기반으로 물류센터의 예상 수요를 추산하기도 했는데요. 여기선 세계 최대 상업용 부동산 투자사이자 수많은 리테일 기업들을 고객사로 두고 있는 ‘프로로지스(Prologis)’의 데이터를 인용하여 추산에 활용했습니다.
프로로지스의 조사에 따르면 1조2000억원 규모 소매 판매를 하는 유통기업이 B2B 물류센터를 운영할 경우 평균 9000평의 면적(별도 매장 7만평)을 사용하고요. 같은 매출 규모의 유통기업이 B2C 이커머스 물류센터를 운영할 경우 평균 2만8000평의 면적을 사용하는 데요.
프로로지스의 소매업체 물류센터 필요면적. B2C 이커머스 물류센터가 B2B 리테일 물류센터 대비 3배 이상의 면적이 필요하다. 그 이유는 수많은 작업자들이 오고가는 동선과 작업 라인을 구성하여 상대적으로 공간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리코어
2026년 국내 예상 소매매출 625억원(온라인 300조원, 오프라인 325조원)을 기준으로 프로로지스의 데이터를 대입하여 리코어가 추산한 결과, 2026년 물류센터 수요는 총 944만평(B2B 물류센터 244만평, B2C 물류센터 700만평)으로 조사됐습니다. 이 숫자를 2026년 예상 공급량인 1005만평과 비교한다면 수요를 충당하고 6% 정도 공간이 남는다는 결과가 나옵니다. 리코어에 따르면 이는 대규모 ‘공실’을 우려할만한 숫자는 아니라고요.
앞서 언급한 수요와 공급 데이터를 종합했을 때 리코어는 앞으로 기업 실수요자가 원하는 물류센터의 개수는 그리 많지 않고, 면적 또한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특히 님비(NIMBY) 현상으로 물류센터 인허가가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과 인플레이션으로 공사비용이 크게 올라간 것을 고려한다면 앞으로 물류센터 공급은 예상한 것보다 더욱 제한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설명입니다.
물론 2022년 엔데믹과 함께 주춤해진 이커머스 수요는 변수가 되고 있는데요. 공급이 고정된 상태에서 수요가 줄어들면 자연히 공실은 늘어나기 마련이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리코어는 그럼에도 일정 수준 이상의 물류센터 수요는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라 예측하고 있고, 그 이유는 ‘재고율’의 변화 때문입니다.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기업들은 적시에 필요한 만큼의 제품을 생산하여 고객에게 판매하여 재고를 최소화하는 JIT(Just In Time) 전략을 추구했는데요. 코로나19 이후 시시각각 발생하는 불확실성을 경험함에 따라 일정 수준 재고를 비축하는 JIC(Just In Case) 전략으로 기업 운영 전략 흐름이 변화한 모습이 관측됩니다. 박 대표에 따르면 기업들의 전략 변화에 따라 재고율은 늘어났고, 재고를 보관할 물류시설의 수요도 함께 증가하여 공실률을 줄이는 데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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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몇 달 전 전달했던 물류센터 공급 과잉 상황을 전망했던 콘텐츠와는 다른 관점의 이야기를 전했는데요. 실제 최근 물류센터만큼 그 수요와 공급의 예측치가 업계 안에서도 첨예하게 부딪치는 곳도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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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배경에는 데이터에는 보이지 않는 물류센터의 ‘특성’이 분명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예컨대 상대적으로 공실률이 높다고 이야기되는 저온 물류센터와는 달리 입지가 좋은 상온 물류센터는 여전히 구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고요. 상온 물류센터만 보더라도 공실률이 높은 지역과 낮은 지역의 편차는 비교적 분명하게 나타나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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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럼에도 어떤 기관이든 입을 모으는 사실은 하나 있습니다. 2023년에도 치솟은 금리는 쉽사리 떨어지지 않을 것이고, 경기 불황은 지속될 것이라고요.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차치하더라도 위기를 마주한 것은 분명해 보이는 물류센터 시장은 앞으로도 지난 몇 년의 호황을 이어갈 수 있을까요?
컬리가 최근 지난해 8월 예비심사를 통과하고, 꾸준하게 준비했던 코스피 상장 추진을 연기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컬리는 공식 메시지를 통해 “글로벌 경제 상황 악화로 인한 투자 심리 위축을 고려해 상장을 연기했다”며 “상장은 향후 기업가치를 온전히 평가 받을 수 있는 최적의 시점에 재추진할 예정”이라 밝혔습니다.
이와 함께 “컬리는 지난해 이커머스 업계 평균을 크게 뛰어넘는 성장을 이뤘고, 신사업을 무리 없이 펼쳐 가기에 충분한 현금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는데요. 이는 유동성 악화 상황에서 여전히 받고 있는 시장의 의문을 불식시키기 위한 메시지로 풀이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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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컬리만의 이슈는 아닙니다. 또 한 편에는 유동성 악화로 당장의 생존을 모색하기 위해 기업가치를 낮추면서까지 투자를 감수한 기업들이 있습니다. 최근 구조조정에 돌입한 ‘정육각’이 대표적인데요. 과연 정육각은 단기 목표로 밝힌 ‘초록마을’ 흑자 전환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더 나아가 본진인 정육각의 지속가능성을 증명할 수 있을까요? 좀처럼 쉽지 않은 버티컬 커머스 플랫폼들의 요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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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대표적인 수혜 카테고리였던 ‘음식배달’에서도 위기는 관측됩니다. 그 중에서도 역성장의 바람을 직격으로 맞고 있는 플랫폼은 ‘단건배달’로 공고했던 배민의 아성에 균열을 만들었던 쿠팡이츠인데요. 최근 쿠팡이츠는 서비스 수준을 높이기 위해 높은 비용을 감수했던 과거 구조에서 벗어나, 오히려 전통적인 배달대행 업체들의 방법론을 차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쿠팡이츠의 단건배달은 ‘묶음배달’ 구조로 재편되고 있고요. 직접 운영하는 크라우드소싱 기반 라이더 수급 구조에는 ‘대리점망’이 더해졌습니다. 왜일까요?
[함께 보면 좋아요! : 요즘 쿠팡이츠 어때요? ‘묶음배달’과 ‘대리점망’ 전환에 얽힌 라이더들의 사정, 커넥터스]
이렇듯 불과 2021년까지만 하더라도 역대급 호황을 누리고 성장을 만들고, 투자를 유치하고, 기업가치를 부풀렸던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종합몰’과 ‘전문몰’을 막론하고 위기를 맞이한 모습입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요? 커넥터스가 2020년 코로나19와 함께 찾아온 ‘글로벌 물류 대란’을 시작으로 복잡다난하게 얽힌 그 이유를 따라가 봤습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이커머스 위기의 진짜 이유, 닷컴버블 ‘생존 기업’의 비밀, 커넥터스]
오늘 커넥트레터는 여기까지입니다. 의도치 않게 새해 첫 날 슬픈 이야기를 했지만, 기회를 찾고 성과를 만든 다양한 이들의 도전을 발굴하고자 하는 커넥터스의 여정은 계속될 것입니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 주변에도 소개하고 싶은 사례가 보인다면 슬쩍 알려주시면 열심히 취재하여 또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요. 2023년 첫 주 행운이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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