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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통일을 이룬 '대박이 아빠' 이동국

by Vianney

지난 주말 FC서울과의 경기에서 환상적인 득점을 올린 전북 현대의 이동국이 교체 아웃됐다.

그라운드를 빠져 나오며 관중석을 향해 손을 흔들었고, 이에 관중들은 환호성과 기립 박수로 답했다.

여기까지만 읽으면 전북의 홈인 '전주성'에서 교체 아웃되는 이동국의 모습을 떠올린다.

그러나 아이러니 하게도 환호를 받은 장소는 서울의 홈인 상암 월드컵 경기장이었다.
심지어 원정석이 아닌 본부석과 일반석에서 박수가 터져나왔다. (물론 서울 서포터석인 N석은 조용했다)

유럽 축구에서나 볼 법한 신기한 장면이었다.
* 예 :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기립 박수를 받은 '호나우지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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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국은 어떻게 이런 신기한 장면을 연출할 수 있었을까?






1. 멋진 득점 후 교체


첫 번째 이유. 당연히 잘했으니까 박수가 나왔을 것이다.

이날 이동국은 팀의 두 번째 득점이자 결승골을 기록했다. 더불어 첫 번째 골 역시 이동국의 발 끝에서 시작되었다. 측면에서 날카로운 크로스를 통해 득점 기회를 창출해 냈다. 아이스하키 처럼 '세컨트 어시스트'가 있었다면 1골 1도움을 기록할 수 있었다.


크로스.gif 이동국의 발 끝에서 시작된 선제골. 크로스 휘는각 ㅎㄷㄷ (출처 : 조이님 움짤)


첫 번째 골의 시발점 역할과 두번 째 득점을 제하고도 이 날 이동국은 엄청난 활약을 보여줬다. 이번 시즌 전북은 투 톱을 내세워 재미를 보지 못했다. 여러 이유 중 동선 겹침이 가장 큰 문제였다. 그러나 이 날 김신욱과 투 톱으로 나선 이동국은 주로 측면에서 플레이를 펼치며 겹침의 문제를 해결했다. 이동국이 중앙 수비수를 끌고 나오면 그 틈을 이재성과 이승기가 파고 들었다. 이처럼 보이지 않는 공헌을 통해 팀에 도움을 줬다. 그렇다고 포스트 플레이를 기피하진 않았다. 이 과정에서 멋진 발리 슈팅과 논스톱 슈팅으로 두 차례 골대를 강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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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반 두번의 골대샷. 까비 (출처 : 조이님 움짤)



그리고 세 번째 슈팅 만에 득점에 성공했다. 후반 33분 페널티 박스 앞에서 에델과 2대1 패스를 주고 받은 뒤 침착한 슈팅으로 서울의 골망을 흔들었다. 과정도 멋있었지만 이동국의 투혼이 더 빛났다. 경기 후반부 체력과 집중력이 저하됐던 서울의 수비진의 실수를 놓치지 않았다. 슬라이딩 셀레브레이션 후 바로 에두와 교체됐다.

방금 멋진 득점을 올린 선수가 교체 아웃되었기에 서울 팬들도 박수를 보낸 것 아닐까.


2. 국대론 (feat. 투혼)


투혼.jpg 2006년 독일 월드컵 당시 '투혼' 유니폼



두 번째 이유. 이동국 국대론이 영향을 준게 아닐까.


최근 국가대표 축구팀의 부진으로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진출에 적신호가 켜졌다. 월드컵 연속 진출 기록이 '8'에서 멈출 위기다. 탓에 슈틸리케 감독이 경질되고 신태용 감독이 새로운 감독으로 취임했다.

신임 감독으로 남은 최종예선 두 경기를 치뤄야 한다. 이 경기 결과에 따라 월드컵 진출여부가 결정된다.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신태용 감독은 K리거 중용을 내비췄다. 그러면서 예로 든 선수가 '이동국'이다.

"나이를 불문하고 최고의 선수를 선발하겠다. 이동국도 경기력이 좋다면 뽑을 수 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이례적으로 이동국을 콕 집어 말한 것이다.

물론 이동국을 무조건 뽑겠다는 것 보다는 상징성을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동국을 언급하며 현재 좋은 모습을 보이면 누구에게나 대표팀의 문이 열려있음을 알렸다.

어떤 의도였건 신태용 감독의 입에서 이동국이 언급되면서 국대 승선론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39살, 그것도 공격수인 이동국이 태극마크를 다시 달 수 있을지 모두의 관심사가 되었다.

과거 선배들이 보여주었던 투혼, 끈끈함을 최근 대표팀에서 찾아 볼 수 없다. 개개인의 실력은 좋아졌지만 '한 팀'으로 똘똘 뭉친 모습을 보기 힘들다. 이에 많은 축구 전문가들과 팬들은 베테랑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현재 좋은 폼을 유지한 채 대표팀에서 베테랑 역을 맡을 선수로 이동국을 생각하는 것 같다. (물론 염기훈도 베테랑으로 대표팀에서 중심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덕분에 이동국 국대 승선론에 여론은 매우 호의적이다.

그렇다고 베테랑이란 이유만으로 대표팀에 발탁 될 순 없다. 실력이 갖춰져야 한다. 한동안 이동국은 공격 포인트보다는 팀 플레이에 집중했다. 헌신적 플레이를 통해 팀 승리에 이바지했다. 그러나 득점포가 터지지 않으며 확실한 임팩트를 남기지 못했다.

그러던 지난 일요일 신태용 감독이 보는 앞에서 득점포를 가동하며 무력 시위를 펼쳤다. 39살이란 나이가 무색하게 후반 막판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는 모습으로 득점에 성공하며 국대 승선론에 방점을 찍은 듯 보였다.


득점.gif 국대 승선론에 방점을 찍은 득점 (출처 : 조이님 움짤)



이날 경기장에 있던 팬들은 이동국을 통해 과거 대표팀 선배들이 보여줬던 '투혼'을 떠올린게 아닐까.



3. 설아, 수아 그리고 대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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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이유. 이게 거의 90% 이상의 역할을 한 듯.

5남매 아빠 이동국은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 중이다. 막내인 대박이(시안이)는 국민 스타로 자리 잡아 프로그램을 하드 캐리 중이다. 더불어 설아, 수아도 많은 시청자에게 사랑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동국이 보여주는 육아 방법 역시 주목 받고 있다. 친구 같은 아빠지만 때로운 매우 엄격하다. 특히 예의범절을 중요시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를 통해 축구 선수 이동국이 아닌 5남매 아빠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많은 시청자와 축구 팬들은 지지를 보낸다.

이동국 덕분에 K리그 역시 홍보 효과를 거두고 있다. 남매가 축구장을 찾는 모습을 통해 주말 황금 시간대에 K리그 경기와 유니폼이 노출되는 특수를 누릴 수 있다. K리그 현장, 특히 전주성의 축구 열기 등이 공중파로 전해지며 확실하게 홍보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처럼 슈돌을 통해 이동국과 K리그 모두 윈-윈을 거두고 있다.

덕분에 K리그 관련 기사들도 많이 나오고 있다. 최근 '설수대 축구화' 덕분에 이동국의 200호골 도전 역시 주목 받기 시작했다. 방송에서 설수대는 아빠를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축구화에 그림을 그려 선물했다. 설수대의 깜짝 선물을 받은 이동국은 '설수대 축구화'를 신고 경기에 나섰고 지난 17라운드 포항전에 두 골을 터트리며 195호 득점에 성공했다. 설수대 축구화와 함께 195호 득점에 성공함을 전국의 시청자에게 알릴 수 있었다. 이번 서울전에서 한 골을 추가하며 대기록에 네 골을 남겨뒀다. 전대미문의 200호골 달성 역시 슈돌을 통해 어떤식으로든 전달된다면 많은 사람에게 K리그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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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수대 축구화.PNG


슈돌 덕분에 대부분 팬들이 전북 현대의 이동국보다 친근한 대박이 아빠 이동국의 모습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덕분에 상대편(적)이라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이동국이 공을 잡으면 어느 경기장이던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물론 무엇인가 보여줄 거란 기대감이 뒷받침된 환호성이다. 이날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도 이동국이 볼을 잡으며 환호성이 터져나왔고, 득점으로 응답했다.

실력, 스토리, 홍보 등 모든 것이 완벽하게 맞아 떨어지며 이동국은 리그의 아이콘이 되었다.
한 팀의 소속 선수보다 더 큰 존재가 된 덕분에 덕분에 원정팀의 그라운드에서 교체 아웃되며 기립 박수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다.

이래서 스타는 다른가 보다.


대박이 아빠로 (팬들의) 천하 통일을 이룬 이동국.

마지막으로 태극 마크를 달고 국대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길 기원한다.


광고.jpg 너무 가슴 아팠던 광고. 태극마크를 달고 유종의 미를 거두길. 이동국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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