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비만치료 희망 편

— 행복을 빼앗지 않고, 스며들게 하는 법

by 김수철


최근 글에서 최근 비만 치료의 어두운 현실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위고비, 마운자로 같은 약은 너무 잘 듣지만,

체중이라는 숫자만 빠진다.

근육은 줄고,

약을 끊으면 어김없이 요요가 기다리고 있다.


다소 절망적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묻고 싶었다.

그래도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1. 나부터 쉽지 않다


나의 경우를 보자.


신작 게임이 출시되면

4–5일 정도는 운동을 전혀 가지 않는다.


그 시간 동안 나는 분명히 운동을 갈 수 있다.

하지만 가지 않는다.


왜일까.


게임이 더 즐겁기 때문이다.

즉각적이고, 예측 가능한 보상을 준다.


운동은?


피곤하고,

결과는 늦게 나타나고,

오늘 안 가도 당장 큰 문제가 없다.


삶의 항상성을 바꾼다는 건

내가 살던 대로 살지 않는다는 말이다.


즉, 나의 경우

밤샘 게임 중에 운동을 1시간이라도 하고 와야 되는 것이다.


말은 쉽다. 나도 못한다.



2. 사람들은 왜 운동을 안 할까?


결국 운동을 해야 하는 사람들은

지금 운동을 하지 않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은 운동보다

이미 더 강한 행복을 주는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먹는 즐거움,

퇴근 후 여유로운 휴식,

재미있는 영상 시청,

지인들과 즐거운 술자리,

게임.


“당장 일어나서 운동하고 적게 먹으세요”라고 말하는 건

그 사람의 행복을 빼앗는 폭력에 가깝다.


사람은 행복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질문은 바뀐다.


“사람의 행복의 순위를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을까?”



3. 가치는 설득으로 바뀌지 않는다


내가 지금까지 배운 바로는

내적 동기는 외부에서 주입할 수 없다.


우리는

이미 뭔가 하고 있는 사람의 행동을 강화할 수 있을 뿐이다.


전 국민이 안다.

운동해야 한다는 것을.


그런데 왜 안 바뀔까?


행동은

논리, 지식 등으로 시작되지 않는다.


행동 -> 감정 -> 의미 -> 가치 -> 행동

순으로 순환된다.



4. 운동의 시작 : 로드여신 만들기 프로젝트


예전에 읽었던 한 블로그 글이 떠올랐다.


자전거를 좋아하지 않던 여자친구를

로드바이크 동호인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기록한 글이었다.


갑자기 “자전거 타!”라고 하지 않았다.


인내심과 배려를 장착하고

욕심을 내지 않았다.

단지, 스르르 자연스럽게 시작했다.


즐거웠던 경험.

작은 성공.

지속적인 칭찬.

계단식 계획.


결국 그녀는 싸이클 대회를 나갈 만큼

자전거를 사랑하게 되었다.


자전거가

기존의 행복을 빼앗은 게 아니라

스며든 새로운 삶이 되었다.


가치를 억지로 옮긴 게 아니라,

경험이 누적되며 정체성이 바뀐 것이다.



5. 운동의 유지 : 운동을 오래 하는 사람들의 공통점


주변의 운동지도자들에게 여쭤보았다.


“운동을 꾸준하게 나오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나요?”


답은 의외였다.


• 운동에 강박적인 사람

• 타인의 관심을 받고 싶은 사람

• 목표치가 다소 낮은 사람

• 선생님과 관계가 좋은 사람


결국 의지가 아니었다.

정답은 관계와 정체성이었다.


운동을 꾸준히 하는 사람은

운동을 ‘해야’ 되는 사람이 아니라

운동을 ‘그냥’ 하는 사람이다.



6. 약이 너무 잘 듣는 시대


요즘 GLP-1 계열 약물은 강력하다.


이제 체중이 빠지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대부분 무조건 빠진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약은 체중을 줄여준다.

하지만 가치를 옮겨주지는 않는다.


원래는

작은 경험 -> 뿌듯한 감정 -> 새로운 정체성 형성 -> 행복의 가치 이동

이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데 약은

이 과정을 건너뛰고 숫자부터 줄인다.


지름길에는 큰 대가가 있다.



7. 근육은 조용히 사라진다


체중이 줄면 성공한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근육이 함께 줄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근육은 체중계의 숫자처럼 바로 티 나지 않는다.


• 기초대사량 감소

• 만성 피로감

• 운동 회피

• 다시 원래의 행복으로 회귀

라는 형태로 나타난다.


근육이 무너지면 행동 변화는 더 어려워진다.


그래서 운동은 칼로리 소모가 목적이 아니라

‘몸을 쓸 수 있는 여러 기능이 있는 나’를 유지하는 수단이어야 된다.



8. 요요의 본질


요요는 의지 부족이 아니다.


행복의 구조가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먹는 즐거움,

쉬는 습관,

스마트폰 영상 중심의 보상 체계가 그대로인 상태에서

약만 끊으면

사람은 원래 구조로 무조건 돌아간다.


요요의 답은 없다. 대신 방향은 있다.


약으로 만든 감량을

가치 이동과 연결시키는 것.



9. 그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가치를 강제로 옮길 수는 없다.


하지만 비집고 들어갈 수는 있다.


• 새로운 경험을 통한 즐거움

• 비교 없는 편안한 환경

• 작은 성공 후 칭찬을 통한 즉각적 강화

• 누군가와의 사회적 연결


운동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보상 구조의 문제다.


먹는 행복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몸을 쓰는 행복이 스며들게 해야 한다.


행복을 빼앗지 말고, 다른 행복이 스며들 시간을 벌어라.


약은 도구다.

근육은 기반이다.

관계는 촉매다.

경험은 새로운 정체성을 만든다.


이 과정을 통해서야 ‘건강한 나’라는 가치가 유지될 수 있다.



10. 완벽함이 아니라 방향성


나는 아직도 신작 게임이 나오면

운동을 오랜 기간 건너뛰는 경우가 많다.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포기하지는 않는다.

“ㅅㅂㅅㅂ” 하면서,

“운동 갈걸~ 게임 조금만 할걸~ 걸걸걸~”하면서

다시 운동과 식단을 시작한다.


비만 치료는

살과의 싸움이 아니라

행복의 구조를 재설계하는 일이다.


무엇을 더 할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조금 내려놓을 것인가의 문제다.


현재의 행복을 빼앗지 말고,

새로운 행복이 스며들게 하자.


그게 아마

우리가 현실에서 붙잡을 수 있는

가장 정직한 해결책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