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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유신 Scott Park Apr 15. 2020

달리기의 선순환 #3

30일 매일 글쓰기 모임의 글동지인 '만끽'님의 글을 읽었다. 글 제목은 달리기의 선순환.  '만끽'님이 역시 글동지인 '은은'님의 글에 영향받아 달리기를 한 내용이었다. 나도 햇빛을 받으며 달리고 싶어 졌다.

 


오늘은 나흘간의 부활절 연휴가 끝나고 다시 재택근무가 시작되는 날이다. 그동안 운동을 안 했더니 몸이 찌부둥하다. 12시가 되기를 기다린다. 밀린 메일을 체크하고 밀린 일을 한다. 드디어 12시다. 반바지와 반팔로 갈아입고, 모자와 선글라스를 쓴다.   


기온은 22도. 하늘은 아무리 둘러봐도 정말로 구름 한 점 없다. 마치 컴퓨터의 페인트 프로그램의 페인트 버킷을 이용해서 하늘 전체에 하늘색을 부어놓은 것 같다. 달리기에 좋은 날씨다. 한국에서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빼앗긴 봄이라고 하지만, 이곳 호주에는 빼앗긴 봄은 없다. 빼앗긴 가을이 있을 뿐. 호주는 한국과 계절이 정반대이다. 

    

집 앞에서 출발해서 크게 동네 한 바퀴를 뛰기 시작한다. 50분쯤 걸린다. 거리는 9 km 쯤 될 것 같다. 약간의 오르막이다. 4일 동안 뛰지 않았더니 제일 먼저 다리가 알아챈다. 50 m 쯤 앞에서 엄마와 아이가 걸어오고 있다. 인도에서 내려와서 차도 옆 자전거 레인으로 뛴다.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최소 1.5 m 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계속 달린다. 


어느 집 정원에 온통 보라색 라벤다가 피어있다. 좀 더 가니 하얀색 조랑말 2마리가 정원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다. 옆에는 분홍색 탈 것이 있다. 아이들을 위한 행사가 있을 때 이곳에 태워 차 뒤에 달고 이동하는 모양이다. 앞에서는 노부부가 걷고 있다. 개와 함께 산책하는 아가씨도 보인다. 정원 관리를 하고 있는 할아버지도 보인다. 


집 앞에 아직 쓰레기 통이 세워져 있는 집들이 많다. 이번 주는 빨간색 일반쓰레기통, 노란색 플라스틱/캔류 재활용 쓰레기통, 파란색 종이류 쓰레기통을 카운슬(우리나라로 치면 구청)에서 수거해가는 날이다. 다음 주는 일반쓰레기통과 잔디 깎은 것, 나무 가지와 나뭇잎 등을 담은 초록색 쓰레기통을 내놓는다.


반환점인 넷볼 경기장에 도착한다. 넷볼은 호주의 많은 여학생들이 즐기는 농구와 비슷한 스포츠이다. 이곳에는 야외에 25개의 넷볼 코트가 있다. 시즌이 한창일 때는 그 넷볼 코트가 대부분 사용된다고 하는데, 지금은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넷볼 경기장 옆에는 캠핑카 한대가 외롭게 주차되어있다. 아마도 코로나 사태 때문에 어디론가 가지 못한 모양이다. 잠시 속도를 늦춰 숨을 고르며 뛴다.


쇼핑 센터가 눈에 들어온다. 옆으로 길쭉한 일층짜리 건물이다. 우체국, 미장원, 슈퍼, 약국, 빵집과 카페가 있는 조그마한 규모이다. 카페에서 테이크 어웨이 커피를 들고 나오는 사람이 보인다. 지금 호주에서는 코로나 조치 때문에 식당이나 카페에 가서 앉아서 음식을 먹을 수가 없다. 단, 테이크 어웨이는 가능하다. 지금 한국에서 가족, 친구와 함께 식당이나 카페에 가서 음식을 먹으며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은 큰 행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집에 도착한다. 땀을 흘리며 뛰었더니 상쾌하다. 코로나 사태가 가져다준 소확행이다. 달리기의 선순환이 계속되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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