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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유신 Scott Park Apr 23. 2020

나를 웃게 만드는 것

행복하기 때문에 웃는 것이 아니라, 웃기 때문에 행복해지는 것이다.
- 작자미상


지난 일주일을 돌아본다. 무엇이 나를 웃게 만들었을까?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재택근무를 시작한 이후에는 아침에 항상 딸과 함께 커피를 사기 위해 집 근처에 있는 카페에 걸어서 간다. 카페에 가는 길은 10분이 넘게 걸린다. 마주치는 동네 사람들과 웃음을 지으며 서로 인사를 한다. 코로나 사태 때문에 서로 1.5 m 이상 떨어져서 인사해야 하는 게 아직도 어색하다. 베트남 출신 카페 주인아저씨와 반갑게 인사한다. 가끔씩 작년에 함께 단축 마라톤 대회에 나갔던 리처드를 만난다. 서로 웃음을 짓고 손을 흔든다.


노트북 컴퓨터를 켠다. 컴퓨터의 배경화면은 노트북에 저장되어 있는 사진들 중에 임의로 골라 1분마다 변경토록 설정해놨다. 뉴칼레도니아 크루즈, 그리스/터키 여행, 태국/베트남 여행, 뉴질랜드 여행 사진들이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제일 웃음을 주는 사진은 10-15년 전 아이들의 어릴 적 사진이다. 그때의 어린 모습을 보며 웃음 짓고 언제 이렇게 컸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요즘 회사 업무 회의는 대부분 마이크로 소프트회사에서 나온 MS Teams를 이용한다. 회의 중의 누군가가 던지는 농담에 함께 웃는다. 캐나다 출신으로 호주에서 15년 넘게 살고 있는, 유머감각이 뛰어난 내 매니저와의 통화는 언제나 즐겁다.     


매주 일요일에는 성당 분들과 줌 (Zoom)을 이용해서 영상으로 주회합을 한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집에만 계셔서 "확찐자"가 된 분이 있다. 그분의 동그래진 얼굴을 보며 티 안 나게 살며시 웃는다. 영상으로나마 모두의 얼굴을 볼 수 있어 반갑고 감사하다. 

  

요즘 고맙게도 딸이 점심을 준비한다. 오늘 점심식사에는 무슨 신메뉴가 나올까 궁금하고 설렌다. 코로나 덕분에 평생 먹어보지 못한 메뉴를 즐기고 있다. 어제 점심은 아랍지역의 대표 빵인 레바니즈 브레드에 프로슈토(돼지고기 뒷다리를 소금에 절여 장시간 건조한 것), 시금치와 깻잎을 올린 피자였다. 일반 피자와는 다르게 기름기가 전혀 없이 담백하고 부담 없는 맛이 일품이었다. 며칠 전에는 일본식 돈가스 덮밥인 가츠동에 날치알과 버섯을 곁들인 요리를 선보였다.     


함께 30일 매일 글쓰기를 하고 있는 유머코치 최규상 님의 글을 읽는다. 글 하나에 유머 사탕 한 알을 먹는다. 위트코치 이용만 님의 글에서 위트를 배운다. 모임의 다른 분들의 글을 읽고 댓글을 달면서 그리고 내 글에 달린 댓글을 읽으면서 미소를 짓는다. 


집 뒷마당 정원에 피어있는 하얀색 스타 재스민 꽃과 이름을 모르는 분홍색 꽃을 보며 웃는다. 어스름해질 무렵에는 앞마당 정원에 흰색과 검은색의 얼룩무늬 토끼가 나타난다. 우리 집과 옆 집을 왔다 갔다 하면서 허락 없이 집세도 내지 않고 무단으로 살고 있다. 가까이 다가가면 큰 뒷다리와 살찐 엉덩이를 보이며 도망가는 모습이 귀엽다. 


어제 저녁 식사 후에는 온 가족이 둘러앉아 빅투 (Big Two)라는 카드게임을 했다. 게임 이름이 의미하듯이 숫자 2가 모든 카드 중에 가장 높으며, 13장의 모든 카드를 먼저 내려놓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다. 누군가는 룰을 잘 몰라서 엉뚱한 카드를 내놓기도 하고, 누군가는 카드를 남이 보이도록 잘못 들기도 하면서 참 많이 함께 웃었다.


소중하고 귀한 사람들이 이렇게 많았구나. 지난 일주일을 돌아보니 막연히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웃었던 것 같다. 근데 미소가 훨씬 많았다. 조금 더 많이 크게 웃어야겠다. 오늘 하루 미소도 많이, 큰 웃음도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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