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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유신 Scott Park Jun 26. 2020

10년 후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

2030년 6월을 살고 있는 유신에게,


잘 살고 있니? 죽지 않았으니까 이 글을 읽고 있겠지. 먼저 살아있음을 축하한다. 


네가 이런 경험을 해봤길 바래. 혹시 못한 게 있어도 괜찮아. 지금이라도 시도하면 되니까.


1. 걷기 : 나를 돌아보고 다른 사람들 인생에 관해 들으며 배우기

 - 호주 Great North Walks 걷기 (15일)

 -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30일)

 - 미국 장거리 트레일 PCT/ACT/CDT 걷기 - 대략 각 4,000 km (각 6개월)

 * 모두 걷고 난 후에는 혹시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봉사를 하거나, 미국 장거리 트레일에서 조그만 숙소를 운영하며 트레커들과 웃고 떠들고 먹고 마시고 있을까?  


2. 여행하기

 - 우유니 소금사막, 세상에서 가장 큰 거울에 내 얼굴 비춰보기

 - 남미 파타고니아에서 모레노 빙하조각을 넣은 위스키 한 잔 마시기  

 - 몽골의 드높은 초원에서 아침마다 말타기

 - 네팔 안나푸르나에서 마차푸차레 설산을 바라보며 세 달 살기


3. 예체능

 - 사하라 사막 마라톤 참가하기 - 251 km (6일)

 -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와 함께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후 대화하고 사진 찍기

 - 색소폰으로 베사메무초를 멋지게 연주하기

 - 콜롬비아 깔리에서 살사댄스를 제대로 배우고 대회에 참가하기

 - 발리 우붓에서 아쉬탕가 요가 배우기

 - 인도 아쉬람 명상센터에서 내 맘에 귀 기울이기


4. 생전 장례식  

 - 내 60세 생일에 가족, 친한 친구들과 지인들을 초대해서 한적한 교외의 펜션에 모두 모여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으며, 나와 관련된 추억거리를 얘기하기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면서). 축의금은 사절.


여태까지 길게 경험에 대해 썼으니까, 이제 어떤 마음으로 살아왔는 지도 얘기해 볼까. 이런 마음으로 살아왔길 바래. 혹시 그렇지 못했더라도 괜찮아. 지금부터 다시 시작하면 돼.


1. 이기적으로 산다. 누구의 아들, 누구의 남편, 누구의 아빠, 회사의 어떤 위치, 사회의 어떤 역할 등으로부터 이제는 좀 자유로워진다. 철없이 산다. "쓸 데 없는 짓"하면서 산다.


이렇게 써놓으니까 막 나가는 것 같군. 하지만 모범생 체질을 발휘해서 이런 마음으로도 살아왔겠지.

   

2. 감사하고, 유머를 구사하고, 웃고, 사랑하고, 나와 남을 용서한다.


3. 역경을 받아들이고 그 역경으로부터 배우며, 불편한 상황에서 불평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드러내며, 내 마음을 알아챈다.     


4. 건강하고 즐겁고 보람 있으며 조건 없이 행복한 하루를 보낸다.


마치 행운의 편지 같지만, 이 편지를 읽는 대로 즉시 2040년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를 쓰기 바란다. 2020년에서 2030년까지 어떻게 살았는지 쓰는 것도 있지 말길. 10년간의 소풍이었기를 빌며.


2020년 6월 26일

박유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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