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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유신 Scott Park Jul 24. 2020

가장 최근 당신을 웃게 만든 사건은 무엇인가?

지난 토요일에 성당 교우분들 약 10명과 함께 친목 모임을 가졌다. 식탁 위에 연어회, 문어숙회, 골뱅이 무침, 샐러드 등 푸짐하게 한 상이 차려졌다. 음식을 함께 나눠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가 이어졌다. 그러다 음주 운전 단속에 대한 경험이 화제에 올랐다. 


한국과 호주의 음주 운전 단속 방식은 서로 다르다. 한국에서는 운전자가 감지기에 후~하고 입김을 분다. 하지만 호주에서는 일부터 십까지 천천히 말하고 나서 감지기를 통해 공기 중의 알코올 농도를 측정한다.   


한 여성 교우분이 호주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음주 단속을 당한 경험을 말했다.  


"차를 운전하고 있는데 앞에서 음주 단속을 하더라고요. 교통경찰이 다가오길래 차 유리문을 내리고 후~ 하고 입김을 불었지요. 근데 교통경찰이 "No"라고 하더라고요. 이번에는 힘껏 후~ 하고 불었어요. 교통경찰이 인상을 쓰면서 고개를 젓더니 원투텐을 말하라고 했죠. 그래서 워언, 투우, 텐 하고 또박또박 천천히 말했지요. 그 교통경찰이 어이없어하더니 원투텐 말고 원투쓰리를 하라는 거예요. 그래서 시키는 대로 원, 투, 쓰리라고 말하고 나서 그 교통 경찰관 얼굴을 빤히 바라봤죠. 그러자 피식 웃으며 계속해서 포, 파이브 그리고 텐까지 시키는 것이었어요. 원, 투, 쓰리로 시작해서 텐까지 모두 말한 다음에야 음주 운전 단속에서 벗어날 수 있었어요."


이 이야기를 들으며 모두 배꼽을 잡았다. 다음은 자연스레 콩글리쉬 유머로 화제가 이어졌다. 


"교통경찰한테 한 번만 봐달라는 것을 영어로 어떻게 말해야 할까요?" 순간 침묵이 흘렀다.

"Look at me once"

"그럼 교통경찰이 국물도 없다고 답하는 것은?" 역시 아무도 답을 얘기하지 못했다.

"No soup"


어떤 이들은 큰 소리로 웃고, 몇몇은 피식 웃음을 지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이런 친목모임을 4 개월 넘게 할 수 없었다. 이렇게 모여 함께 음식을 나누며 웃음꽃을 피우며 대화할 수 있는 게 얼마나 소중한 지를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인생의 모든 것이 그러하듯, 잃는 게 있으면 얻는 게 있고,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다. 다음 모임을 손꼽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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