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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유신 Scott Park Aug 04. 2020

비행기에 비치된 쇼핑 카탈로그에서 무엇을 사고 싶은가?

비행기 보딩 수속을 마치고 휴대용 가방을 짐칸에 싣고 좌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채우면 항상 '이제 떠나는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회사 업무 출장이던 개인적 해외여행을 하는 것이던 설렘이 한가득 몰려온다. 그 기분이 어느 정도 잦아들면, 좌석 포켓에 꽂힌 두툼한 두께의 기내 쇼핑 카탈로그 책이 눈에 들어온다.

 



땅콩 사건으로 유명한 국내 모 항공사의 대형 기종 A-380은 기내에 물리적인 부티크 면세점을 설치했다. 화장품, 향수, 술뿐만 아니라 초콜릿, 시계, 전자제품 등도 판매한다. 이 공간은 승객 13명의 좌석을 차지하는 크기이다. 수익성을 위해 한 명이라도 더 태우려고 갖은 노력을 하는 항공사가 무려 그만큼의 좌석을 포기하고 면세점을 설치했다는 것은 그만큼 면세점에서 수익이 난다는 반증일까?     


반면에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 항공사도 늘어나고 있다. 미국 델타항공은 2014년에 기내 면세품 판매를 중지했다. 아메리칸 항공도 마찬가지로 2015년에 중지하기 시작했다. 이는 공항 면세품 업체와의 소송뿐만 아니라 기내 판매의 수익성이 악화된 것이 원인이었다. 현재 미국 주요 항공사는 모두 기내에서 면세품을 판매하지 않는다.


이러한 현상은 미국뿐만이 아니다. 호주에서 가장 큰 항공사인 콴타스도 2018년 1월부터 기내 면세품 판매를 전면 중단했다. 앞으로는 외국 국적의 비행기를 타면 면세품 카탈로그를 보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늘 것 같다. 비록 아직까지는 대부분의 항공사가 기내 판매를 제공하지만.   


그럼 기내에서 가장 잘 팔리는 물건이 뭘까? 리서치업체의 자료에 의하면 향수가 가장 많이 팔린다. 두 번째는 주류이다. 그 뒤를 이어 화장품, 보석, 시계, 담배 등이다.  


그동안 비행기를 많이 탔지만 기내에서 쇼핑한 때는 거의 없었다. 원래 쇼핑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딱 한번 기내에서 쇼핑한 것이 기억난다. 외국 출장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이었다. 도착 며칠 후에 명절이어서 큰댁에 가야 하는 것이 생각났다. 보통은 차례에 쓸 정종 한 병을 사들고 갔다. 그때에는 큰 아버지께 드릴 양주 한 병을 샀다. 그 양주 한 병을 받고 큰 아버지는 껄껄껄 웃으셨다.     


해외에 갔다가 돌아오면서 선물을 사는 것이 쇼핑을 싫어하는 나에게는 큰 스트레스였다. 아내는 원하는 화장품을 미리 얘기했기 때문에 편했다. 그런데 딸과 아들의 선물을 고르는 일은 업무 출장에서 처리해야 하는 일보다 더 어려웠다. 몇 번의 스트레스를 받고 나서, 나와 아이들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방법을 찾아냈다. "인형"이라는 테마를 정했고, 각 나라의 독특한 것들을 사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호주 출장 시에는 캥거루 인형, 중국은 팬더 인형, 싱가포르는 싱가포르 전통 의상을 입은 곰돌이 인형 등. 딸은 물론 아들도 이 선물을 좋아했다. 그 이후로 아이들 선물을 고르는 시간이 즐거워졌다. 그 인형들은 아직 아이들 방 침대와 책꽂이에 놓여 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언제 비행기를 다시 탈 수 있을지 모르겠다. 비행기를 타면 기내 쇼핑을 하기보다는 책이나 영화를 보고 글을 쓰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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