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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유신 Scott Park Nov 04. 2020

현재 직업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만약 당신이 현재 직업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어떤 일을 하고 살았을까요?

대학 4년간 컴퓨터 과학을 전공하면서 책과 컴퓨터와 씨름했다. 밤늦게까지 코딩을 하기 일수였다. 종종 시뻘건 눈으로 파란색 모니터를 보며 하얗게 밤을 새기도 했다. 그런데 졸업 후 입사한 회사에서 처음 발령받은 부서가 마케팅팀이라니.


처음의 충격이 가시고 나서, 마케팅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을 고쳐먹었다. 이 부서에서 5년 반을 일했다. 5년 정도가 지나고 나자 IT 분야에 대한 갈증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회사 내 다른 부서 상사의 도움을 받아 IT 부서로 옮길 수 있었다. 현재는 정보기술(IT) 분야에서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현재의 직업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어떤 일을 하면서 살고 있을까?


초등학교 어릴 적에는 설문 조사에 관심이 많았다. 직접 설문 조사지를 만들어 주위 친구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하고 통계를 내기도 했다. 예를 들어 "가장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은?", "가장 좋아하는 색깔은?" 등의 질문이었다.


이 길로 계속 갔다면 한국 갤럽조사 연구소의 신분증을 달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분야의 다양한 설문조사를 하며 살고 있을까? 아님 페이스북에서 가끔 등장하는 심심풀이 재미로 하는 심리 테스트를 개발하고 있을까? "나에게 어울리는 여행지는 어디일까?", "당신은 정신연령은 몇 살?" 처럼.


만약 대학을 마치고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이변이 없는 한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고 한국으로 돌아왔을 것이다. 지금 모교 대학 강단에 서 있을까?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과제를 채점하면서 그리고 산학 공동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여행작가는 어떨까? 전 세계의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고 글을 써서 잡지에 연재하는 거다. 내 이름의 여행기 몇 권을 출간했겠지? 코로나 시대인 지금은 해외로 여행을 못 가서 휴업상태로 손가락을 빨고 있겠네.


잠시 즐거운 상상에 빠져봤다. 그러나 영화 <어바웃 타임>에 나오는 대사를 떠올린다.   

"인생은 모두가 함께 하는 여행이다. 매일매일 사는 동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해 이 멋진 여행을 만끽하는 것이다."

    

멋진 여행을 만끽하는 데에 어떤 직업을 갖고 있는지는 그리 문제가 되지 않을 게다.


오늘도 글쓰기로 멋진 여행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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