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유신 Scott Park Nov 10. 2020

생일 선물

당신이 구입한 물건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물건에 대해 써주세요

딸의 생일은 지난주였다. 작년은 딸이 영국에 교환학생으로 가 있었기 때문에, 생일을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없었다. 그래서 올해 생일이 더욱 기다려졌다.  


딸이 대학교 들어가기 전까지는 딸의 생일 때마다 편지를 썼다. 올해 생일이 한 달쯤 남았을 때 생일선물로 뭘 받고 싶은 지 딸에게 물었다. 졸업작품을 준비하느라 밤낮으로 고생하는 딸을 위해 뭔가를 해주고 싶었다. 딸은 고민하는 표정을 지을 뿐 뭘 받고 싶은 지를 얘기하지 않았다. 생각해보고 맘에 드는 게 떠오르면 얘기해 달라고 하고 대화를 마무리했다.


생일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딸은 생일선물을 얘기하지 않았다. 딸에게 생일선물을 골랐는지 물었다. 딸은 조심스러운 말투로 말을 시작했다.      

"아빠, 선물 예산이 얼마야?"

"글쎄, 따로 정해놓은 것은 없는데. 왜? 비싸?"

", 300 달러가 넘어. 부담되면 내가 일부 금액을 내도 "

"흠, 좀 비싸긴 하군. 그래, 그렇게 하자. 근데 뭘 받고 싶은데?"

"블루투스 헤드폰. 지금 쓰는 이어폰이 망가지기 시작해서"


아들한테 얘기해서 누나 생일선물을 함께 준비하자고 했다. 아들은 흔쾌히 승낙했다. 아내는 딸에게 따로 생일 선물을 주기로 했단다.

   

인터넷으로 주문을 하려고 보니 생일이 지나서 도착하는 것이었다. 얼른 익스프레스 배송으로 바꾸었다. 블루투스 헤드폰은 생일 이틀 전에 잘 도착했다. 그 헤드폰을 써보라고 했더니 생일날까지 기다리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마침내 생일날이 밝았다. 헤드폰을 쓰고 좋아하는 딸의 모습을 바라보며 잔잔한 기쁨이 가슴속에서 올라왔다.


저녁때 케이크를 앞에 놓고 온 가족이 함께 생일 축하노래를 불렀다. 그 후에 딸은 편지봉투를 하나씩 나와 아내에게 건넸다. 생일을 맞아 엄마 아빠에게 A4 한 장을 빽빽하게 쓴 편지였다. 생일에 진짜 축하를 받아야 하는 사람은 엄마 아빠라면서. 편지를 읽는 아내의 얼굴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내 눈가도 촉촉해졌다.


올해는 블루투스 헤드폰을 사주고 손편지 한 장을 받았다. 꽤 괜찮은 장사였다.    

매거진의 이전글 인터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