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파도키아 근처 공항에서 공포영화를 체험하다
여행을 할 때 당초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게 생기게 마련이다. 그럴 경우 그 당시에는 짜증이 나지만, 나중에 돌아보면 두고 두고 추억거리가 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 가족의 카파도키아 여행의 추억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새벽에 이스탄불을 출발해서 카파도키아의 중심지인 괴레메에서 제일 가까운 네브셰히르 (Nevsehir) 공항에 아침 일찍 도착했다. 공항은 생각보다 훨씬 작았다. 마치 큰 운동장 규모라고 느껴졌다. 가방을 찾은 후 공항 밖으로 나오니 다양한 이름이 적힌 하얀 종이를 들고 여러 사람들이 서 있었다. 내 이름을 찾아 하나 하나 보았으나 내 이름은 어디에도 없었다. 혹시나 해서 다시 한번 둘러보았다. 근데 내 이름이 없다. 여행사에서 분명히 공항으로 마중 나온다고 했는데 어떻게 된 일이지? 공항에서 왕왕 있는 일이기에, 여행사 직원이 사정이 생겨 조금 늦나 보다 생각하고 기다린다. 휴대폰 로밍을 하지 않았고 현지에서 휴대폰 씸(SIM)을 사지도 않아서 전화를 하기가 불편하다. 10분쯤 지난 후에 다시 둘러보았는데 여전히 내 이름은 보이지 않는다. 다시 10분을 기다렸는데도 마찬가지이다. 안 되겠다. 하얀 종이를 들고 있는 사람들 중의 한 명한테 부탁을 해서 그의 휴대폰으로 내가 예약한 여행사 직원과 통화를 시도했다. 다행히 그가 전화를 받았다. 착오가 생겨서 공항으로 픽업을 못 나갔다는 설명을 했다. 으~ 열받아.
여행사 직원과 휴대폰을 빌려준 사람이 한참 터키어로 통화를 하고 나더니, 휴대폰을 빌려준 사람이 우리 가족을 공항에서 여행사까지 데려다 준단다. 일단은 안심이다. 버스나 택시를 타야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편하게 여행사 앞까지 데려다 준다고 하니 말이다. 우리 가족은 그의 안내를 받아 약 50미터 거리의 공항 주차장에 있던 봉고차(?)에 탔다. 그는 우리를 차에 태우고는 다시 자기가 있던 자리로 가 버렸다.
곧 출발하겠지 하고 기다렸다. 5분이 지나고10분이 지났는데 그는 돌아오지 않았다. 어떻게 된 일인지, 언제 출발하는 지 알아보기 위해, 차에서 나가서 그와 얘기를 해야겠다. 헉~ 근데 차문이 열리지 않는다. 다시 한번 시도했는데 역시 열리지 않는다. 이렇게 저렇게 시도해봐도 문은 열리지 않는다. 터키의 치안이 상당히 좋지 않다고 알고 있었기에, 순간 온 가족 사이에 공포감이 덮쳐온다. 분명히 여행사 직원과 직접 통화를 했기에 한편으로는 안심이 되기는 하지만, 차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안에 갇혀 있으니 불안하다. 혹시 납치되는 것은 아닐까? 신문 1면을 장식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그 상태에서 5분 정도 지났을까? 마치 50분, 아니 5시간은 지난 것 같이 한 없이 길게 느껴졌다. 번뜩 운전석 옆 자리 문을 시도해 보자는 생각이 든다. 도어 핸들에 손가락을 넣고 당겨본다. 딸깍하며 차문이 열린다. 야호, 살았다. 가족들 사이에 안도감이 흐른다.
우리 가족을 의도치 않게 감금했던 아저씨에게 가서 왜 출발하지 않는 지 따졌다. 다음 비행기에서 오는 여행객을 기다려야 하니 앞으로 10-20분 정도 후에 출발할 거란다. 으~ 다시 열받는다. 그렇다고 얘기를 해줬어야지.
이렇게 카파도키아 여행은 공포영화를 직접 체험하면서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