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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정훈 Jan 09. 2019

아재는 울고싶다

아재에 대한 글을 쓰기로 했다. 나도 삼십대 아재다.

아재가 된다는 건 사실 어렸을 때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십대는 자라나는 꿈과 희망을 품고  ' 나도 대한민국을 바꿀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지 ' 거창한 포부를 가슴에 품고 성장하고, 내 꿈과 비전을 이뤄줄 학과와 대학을 신중히 결정하고 수능을 보는데 생각보다 망해서 당황하고, 결국엔 가나다군중에 다군 하나 붙어서 남들에게 말하기 애매한 어중간한 학교를 가게 되고, 대학교를 입학해서는 일단 술을 마시게 되고, 술마시면서 진짜 어른이 된것 같은 생각이 들고, 술마시면 일단 기분은 좋고, 이게 진짜 대학생활이지 감탄하게 되고, 여자를 만나고, 학과 여자 선배가 자꾸 날 끌어안고, 여기저기서 가벼운 사랑을 하고, 차여서 울고, 울다가 결국엔 군대를 가고, 도피의 마음으로 군대를 갔다가 위기의 순간이 되고, 갈굼을 당하고, 나도 후임 똑같이 갈구고, 이년 동안 지식은 사라져, 돌대가리가 되고 제대하고 그럼에도 군기는 바짝들어있어서 뭐든 세상을 씹어먹을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들고, 엄마는 내 자식 군대가서 정말 달라졌다고 크나큰 오해하시고, 여튼 난 내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 서울로 상경하고, 처음으로 서울시청 구내식당에서 알바를 하고 국통엎고, 국아주머니한테 갈굼을 당하고, 시급 육천원을 벌고, 한달만에 관두고, 생각보다 돈버는게 쉽지 않다는거 스스로 느끼며 또 당황하고, 그럼에도 본격적으로 내 꿈을 위한 도전의 길을 가기 시작하는데, 면접에서 떨어지고, 오디션에서 떨어지고, 계속 떨어지고, 내 돈도 떨어지고, 정나미도 떨어지고, 조금씩 지쳐갈때쯤 연예인들 성공담 들어보면 이백번도 넘게 오디션에서 떨어졌다해서 내가 떨어진 횟수랑 비교해서 아직은 괜찮다 위로하고 또 도전하고, 또 떨어지고, 들끓는 청년이기에 사랑은 하고 싶어 여기저기 껄떡대기도 하고, 돈은 없고, 커피 사먹을 돈도 없고, 모텔비는 더더욱 없고, 주로 도서관을 가고, 책을 보니 성공한 사람들은 꿈에 올인하라하고, 아프니까 청춘이라하니 나도 아픈데 그거 원래 아픈건가보다 생각하게 되고, 그 말한 작가 시대가 바뀌어 나중에 욕 존나 먹게 되고 여튼 난 꿈을 실패했을때에 대한 대비책은 안 마련해놨고, 그러다 어쩌다가 삼십대가 되고 통장잔고는 0원이고. 젠장




내 이십대가 그랬다. 다행히도 삼십대가 되어서는 시대가 바뀌어서 내가 가졌던 꿈의 분야에 대해서도 여러가지 국지원책들도 많이 생기고 일자리도 다양하게 생겨서 지금은 결혼도 하게 되었고, 보통의 예술인으로 삶을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다. 근데 삼십대가 되어서는 다른 이유로 불만이 조금씩 생기고 있다. 이제 더이상 세상은 내가 주인공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이제 세상의 주인공은 자라나는 십대나 이십대친구들 같은 것이다. 그들만이 오직 가능성의 존재로만 부각이 되고 내 또래의 남자들. 아재라 불리는 아저씨들은 조금씩 주변부로 밀려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주변의 아재들을 본다. 7살, 3살의 아들 둘을 키우고 있는 가장아재, 30대 중반의 나이지만 아직 짝을 못찾아 결국엔 아예 혼자 살기로 마음먹은 평생솔로아재, 머리가 점점 빠지고 있어서 조금씩 서글퍼지고있는 탈모아재, 맞선자리에 가면 무슨 말을 해야할지 전혀 감이 안잡히는 연애고자아재, 이 여자 저 여자 만나지만 금방 내가 함께 갈 여자가 아니라는 거 너무도 빨리 예감하는 미리판단아재, 연애할때 유머가 중요하다고 해서 유머집 외우는 안유아재, 뭔 말만하면 아재개그로 무시당하는 예전엔 웃겼던아재등...

 난 그들도 십대, 이십대랑 여전히 똑같은 꿈을 가지고 있고, 똑같은 사랑과 낭만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도 다시금 세상의 조명을 받으며 똑같은 주인공의 대접을 여전히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떻게보면 남들이 이야기하는 세대의 중간, 중요한 허리부분에 속한 그들이란 말이다. 허리없으면 세상일 아무것도 못한다.

지금까지 그들에 대한 속 깊은 이야기가 많이 드러나지 않았다. 그들의 이야기에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다.

그들을 다시 중앙무대로 세워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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