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영어(만) 배운 여자의, "부대껴봐야 알 수 있는 영국영어" 2탄
Xxx
?
첫 매니저 Lisa가 보내왔던 핸드폰 문자의 마지막에 쓰여 있던 수두룩한 "X". 그때는 그것까지 신경 쓰기에 너무 많은 영어들이 날 눌러왔기에 '나쁘진 않은 뜻이려니... 끝 인사로 하는 무언가 이려니...'하고 지나갔다. 그 이후로도, 한국 드라마를 좋아해서 말이 잘 통했고 열린 마음을 갖고 있었던 Toussaint, Lacey의 엄마 Shelly의 문자에서도 늘 끝에 X들을 볼 수 있었다.
그런 거 신경 쓸 겨를 없이 일상에 치이며 살던 어느 날, Shelly와 주고받던 What's app 문자를 보던 딸이 "엄마, Xxx 이게 뭔지 알아? Kisses, Kisses, Kisses야"하고 후루룩~ 다시 놀러 가버렸었다. 띵~ 이게 Kiss 표시였다고? 어쩐지 사무적 관계에 있던 남자 직원들에게서는 텍스트 끝에 이런 걸 받아본 일이 없었다. 남녀불문 유일하게 만날 때나 헤어질 때나 영국식(?)으로 양쪽 볼로 인사해주는 Phil에게서만 한번 본듯하다.
찾아보면, 영국에서 많이 쓰고 미국이나 캐나다에서는 잘 쓰지 않는 기호이고, 이게 꼭 인터넷 문자시대에 시작된 것이 아니라고 한다. 손편지를 쓸 때도 Xxx라고 이름 다음에 붙여서 끝인사를 하기도 한단다. 원래 3번의 키스는 결혼 관례에서 시작이 되었다고 하는데, 첫 번째 키스는 Heart, 두 번째 키스는 Mind, 세 번째 키스는 Soul을 의미한다고 한다. 마음과 정신과 영혼으로 하나 된다는 뜻이었으리라. 그래서 보통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나, 친구, 가족에게는 Xxx를 붙인다고 한다.
인터넷 용어로는 조금 다르게 사용되고 있는데, 소리만 내는 Air-kiss로, X가 몇번이냐에 따라 친밀도의 의미가 달라진다는데, X는 Friend, Xx는 Best friend, Xxx는 그 이상이라는 말도 있지만 어떤 이들은 딱히 의미가 없다고 하기도 한다. 하지만 보통 문자 마지막에 키스 이모티콘을 보내는 경우가 흔하니, XXX의 이미지에서 느껴지는 것과 달리 호의적인 의미라는 것만은 확실한 것! 참, X는 Big Kiss, x는 Small Kiss라는 말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냥 자동으로 대문자 설정이 되어서 별뜻없이 편의상 그렇게 보내는 게 아닐까 싶다.
Hun?
"Hi Hun, 블라블라블라~"
너무 빨리 다른 곳으로 이직해버렸지만, 직장에서 유일하게 친구 같았던 Toussaint이 어느 날 보냈던 이메일의 시작이었다. '아, 아침부터 날 시험에 들게 하는구나...' 생각하며 회사 이메일 창 위에 구글 창을 띄우고 검색을 시작했다. 'Honey...'라고? 프랑스에서 교육받은 리비아인이었던 Toussaint은 드물게 점심을 같이 먹으러 나가자 했던 사람이었고, 영국인들 사이에서 튀어 보일 정도로 따뜻한 사람인 건 확실했지만, Honey라고 부를 정도로 우리가 그렇게 친했던가? 물론 초면에 같이 밥 먹으면서 내 이름 세 글자의 의미와 함께 "그래서 내 인생이 이렇게 무거운가 보다." 같은 이야기를 주책맞게 했던 건 나이긴 했지만, 아무리 떠올려봐도 그녀가 날 Honey라고 부를 정도로 마음을 무장해제한 건 그 일 빼고는 찾을 수가 없었다. 지금이었다면 그렇게 많은 고민을 하지 않고 똑같이 Hun 하고 보낼 정도로 친근감이 있다지만, 그때는 번민을 거듭하다 Hun을 써넣고 떨리는 마음으로 답장을 보냈다. 뭐 그냥 무시하고 평소 하던 대로 Hi Toussaint하고 보낼 수도 있었겠지만, 누군가 친근하게 보냈는데 정색하고 대답하면 받는 사람이 무안해지니까 고민을 많이 했더랬다. 그러니까 Hun, Hun은 아무리 다시 찾아봐도 Honey이다.
Hey OO,
이메일이나 문자의 시작 인사도 영국에서 지낼수록 발전해갔다. (수험)영어(만) 배운 여자였던 나는 Dear로 시작하는 것만 생각할 수 있던 그런 여자였다. 국제 컨퍼런스를 준비하며 적극적인 섭외를 위해 연사 초청을 위한 첫 이메일은 용역사가 아닌 내가 보내기로 했다. Dear로 보낸 이메일이 한두 번 오고 가며 Hello나 Hi로 시작하는 것으로 바뀌어 돌아오는 것을 보며 이렇게도 쓰는구나 했다. 생각해보면, 우리도 편지 쓰기 법에 따라 "00님께"라고 이메일을 시작하기보다는 "안녕하세요"라고 시작하는 것이 더 일반적이니 이상할 것도 없었는데, "영어 배운 여자"에게는 신기한 일이었다.
여하튼, 영국 직장에 다니면서는 Dear를 붙인 이메일을 본 일이 없다시피 했다. Lovely한 Carola만 빼고 말이다. 모든 이메일은 외부와 오가는 건 Hello로 시작하는 편이었고, 내부에서 몇 번쯤 오가거나 만난 경우는 Hi로 시작했다. 이메일뿐 아니라 문자메시지도 보통은 Hi로 시작했는데, Lacey의 엄마 Shelly와 가까워지고 나서 어느 날 "Hey, OO"하고 문자가 와서 또 한 번 "헛"했던 일이 있었다. Hey? 이봐?! 이런 느낌 아니었어? Hey로 시작하는 텍스트는 아무 때나 쓰는 Hey guys의 Guys 만큼 동방예의지국 영어 배운 여자에게는 적응이 안 되는 용어였지만, 이제는 한 번씩 Shelly에게 문자를 보낼 때 슬쩍 써보기도 한다. '친하다는 뜻일 거야...'라면서
Hello와 Hi 사이
모 영어학습 광고에서 미국인 타일러가 누가 Hello를 쓰냐는 듯 웃으며 Hi를 쓰는 거라고 하던 걸 봤을 때, 광고가 너무 자극적이라는 생각에 욱하던 마음을 빠르게 접어두고 "미국은 그런가?"생각하기로 했다. 아니면, 타일러의 말 앞뒤를 다 자르고 악마의 편집을 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영국은 Hello를 씁니다. 아주 많이 씁니다. 그렇다면 Hello는 격식이고 Hi는 비격식일까?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어린아이들이 학교 선생님에게 Hi! 하는 일은 없다. 하지만 반대로 Hello를 쓰면 무조건 격식을 갖추는 사이냐? 하면 꼭 그렇다고 할 수도 없다. Hi와 Hello의 경계는 모호하지만, 업무적으로 한두 번째 만났거나, 교수님과 복도에서 마주쳤거나, 관공서에 업무를 보러 가서 말을 꺼낼 때는 Hello를 하는 게 실없어 보이지 않지 않나 싶은 느낌을 갖고 있다. 뭐 러블리한 여자라면 "Hi~"하고 가느다라한 목소리로 웃으며 이야기하거나, 쿨하게 Hi! 하며 치고 들어갈 수 있겠다. 그런데, 아직 낯설더라도 학교 학부형을 길거리에서 만나거나 옆집 이웃이라면 Hi라고 하는 것이 좀 더 사교적으로 느껴지고 전혀 이상할 것도 없다 싶다.
Hiya!
회사 휴게실에서 마주친 Nick이 날린 인사 Hiya! 아니 이 할아버지는 자꾸 이상한 인사를 한다. 아침인사로 Are you all right?을 알게 된 것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Hiya까지. (Are you all right은 마흔에도 영어가 늘까? 편에 Nick과 서먹해졌전 일화가 소개되어 있다.) 다행히 이번에는 쉬운 말이라 이게 Hi겠구나 바로 학습되어 Hi 하고 인사를 돌려줄 수 있었다.
Hiya도 미국은 안 쓰는 것 같다. 사전을 찾아보면 비격식의 반기는 인사인데, Hi의 영향을 받아 How are you? 가 Hi-ya로 줄은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국적만 영국이 아닌 진짜 영국 토박이들에게서만 들을 수 있었다.
What's up?!
참, 영국 가기 전에 어떤 글에서 How are you를 누가 촌스럽게 쓰냐고 옛날 사람들이나 쓰는 거라고 보고는 부끄러워하며 그나마 낫다는 How have you been을 이메일에 써 왔다. 그런데 영국 사람들은 죄다 옛날 사람들인지 How are you 말고는 모르나 보다 싶을 정도로 How are you만 썼다. 출장으로 킹스턴대학 컨퍼런스장에서 바로 만나기로 한 Leslie가 만나자마자 What's up?!해서 또 순간 바보 된 일이 있었는데, 나의 영어 선생님 Leslie는 How are you라는 뜻으로 쓰기도 한다며 바로 가르쳐주었다. 사전을 찾아보면 친근한 인사라는데, 가르쳐 주려고 일부러 그런 듯도 하다. 내게 영어 거들먹거리는 게 즐거운 프랑스인이었던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