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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서니 Aug 06. 2024

[연습] 글쓰기에 필사가 정말 효과 있을까?

손 필사? 키보드 필사?

글쓰기에 필사가 정말 효과 있을까?


문체와 어휘 습득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단순 만족감을 주는 행위일 뿐 결과적으로는 도움이 안 된다는 의견도 있지요.


저는 ‘느리지만 도움은 된다’라는 입장입니다. 


유시민 작가의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과 이동진 평론가의 <밤은 책이다>에 그들의 필사 경험이 나옵니다. 

유시민 작가는 박경리 작가의 <토지>를, 이동진 평론가는 김승옥 작가의 <무진기행>을 필사했다 말했지요. 

조정래 작가는 “필사는 책을 되새김질하는 과정이다. (…) 책을 백번 읽는 것보다 한번 필사하며 읽는 것이 효과적이다.”라고 했고 레오나르도 다빈치 역시 원전을 필사했다고 합니다. 


사실 

글을 잘 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자신의 글’을 자주 많이 쓰는 겁니다.

아무래도 필사보다 더 정확하고 빠른 방법이지요. 


그럼에도 왜 필사를 하는 걸까요? 필사를 하면 좋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이에 관해서는 글 마지막에 담아두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해야 효과 있어요 (feat. 필사의 놀라운 경험)


필사에 대해 

몸은 힘들지만 머리는 편한 행위라고 생각하면 

글쓰기에는 별 효과가 없을 겁니다. 


수동적으로 글만 옮겨 적는 것이 아니라

감각을 열고 집중해야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지요. 



필사는 빠르게 읽어 내려가느라 지나친 것들을 

느린 호흡 속에서 만나는 과정입니다.


필사를 하다 보면 

읽어내지 못한 작가의 생각이 들리고, 등장인물이 말을 걸어오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내가 그가 되어보는 경험도 하게 되고요. 

공백이었던 행간의 맥락이 채워지는, 사색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지요.


낯선 단어와의 만남이고, 빈약한 어휘 사전에 멋진 단어를 추가하는 경험입니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하지요.) 닮고 싶은 문체를 어설프게나마 흉내 낼 수 있고, 문장 구조를 익히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모두 글쓰기에 도움을 주는 것들이죠.



그러나 분명히 말해둘 것은, 글을 쓴 이의 ‘생각’은 필사하듯 베낄 수 없다는 겁니다. 정확히 말하면 ‘생각하는 방법’입니다. 


생각은 그 사람 고유의 경험과 머리를 혹사시킨 사고 과정이 녹아든 결과물이기 때문입니다. 

이 고된 작업을 필사만으로 가져오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필사하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천천히 발전시킬 수는 있습니다. 

다만, 이 역시 능동적으로 사고하려 노력해야 가능한 것이지요. 


생각하지 않는 수동적인 독서의 효과가 낮듯

단순히 글자를 옮겨 적는 행위로써의 필사도 효과가 낮다는 겁니다. 


느린 호흡으로 문장과 단어를 의식하면서 필사하세요.

그래야만 나의 글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겁니다. 


추가로) 필사는

좋아하는 작가, 좋아하는 책, 좋아하는 글로 하세요

작가는 왜 이 표현을 썼는지, 어떤 의미에서 효과적인지, 나라면 어떤 표현을 썼을지도 생각해 보면 좋습니다. 




손 필사? 키보드 필사?


손 필사와 키보드 필사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많지요. 

개인의 선호와 상황에 맞춰서 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주 천천히 느리게 쓰고 싶은 사람은 손 필사를 하면 되고,

손으로 필사했다가는 쉽게 포기할 것 같은 사람은 키보드 필사를 하면 됩니다.






+) 

필사는 절대 시간이 적게 드는 일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효율이 낮을 수는 있지요. 


그러나 글 잘 쓰는 방법을 다양하게 시도하고 싶은 분이라든지

느리더라도 즐거움을 조금이라도 더하고 싶은 분이라면

분명 필사가 도움이 될 겁니다. 


이런 분들이 필사하면 좋을만한 분들입니다.

저 역시 그렇기에 필사를 하는 것이고요. 


오래 쓸 거라면, 그 과정을 재미있게 보내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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