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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서니 Aug 12. 2024

싫었던 글쓰기가 업이 되기까지

글쓰기가 어렵고 힘든 분들이라면

잠수 탈 정도로 글을 쓰기 싫어하던 제가

쓰는 일을 업으로 삼게 된 경험입니다. 


혹시 지금, 글쓰기가 어렵고 두려운 분들이라면 꼭 읽어주세요. 




글쓰기가 죽기보다 싫었던 ‘과거’ ~ 쓰는 일을 업으로 삼은 ‘현재’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나.


글쓰기의 시작은 가벼웠습니다. 

일상 글과 창작한 글 구분 없이 블로그에 써서 올린 것이 시작이었지요. 

순전히 나의 재미를 위한 것이었는데 사람들의 꽤 반응이 좋았습니다. 

(현재는 폐쇄한 블로그입니다.)

몇 달 지나자, 방문자 수도 폭발할 정도로 늘고 댓글도 많이 달렸으니까요. 



이십 평생 이런 기분은 처음이었습니다. 행복이란 단어를 실감할 수 있었지요. 

생애 최초로 느낀 즐거움, 뿌듯함, 보람, 성취감이랄까요? 

이때 다짐했습니다. ‘평생 글을 써야겠다.’ 


하지만 그 다짐이 무색할 정도로, 한 글자도 쓰지 못했습니다.

언젠가부터, 아무리 오래 앉아 있어도 글이 한 페이지도 안 나오는 것이었죠.

손가락이 굳은 느낌이었습니다. 

억지로 어떻게 해서든 글을 쓴 날에는, 제 글이 그렇게 형편없어 보이더라는 겁니다. 


그때의 저는 ‘완벽한 글을 써야 한다’는 부담이 꽉 들어찬 상태였습니다.

적어도, 과거의 글보다는 완성도가 높아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지요. 

누가 그러라고 한 것도 아닌데, 혼자 스스로를 압박한 겁니다. 


순전히 재미를 위해 자유로이 쓰던 글이었지만, 그 일이 더 이상 즐겁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괴로웠습니다.

어쩐지 이전에 쓴 글 보다 상태가 나빠진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고요.


이게 나의 한계인가 보다.

그동안 운 좋게 쓰인 것인가 보다.

그래 니가 무슨 글을 쓰겠다고…


스스로를 할퀴었지요.


나에 대한 믿음이 바닥을 보이자, 글쓰기는 더 어려워졌습니다.

결국, 말 한마디 없이 블로그 문을 닫고 잠수 타는 짓(!)을 해버렸습니다. 


몇 년이 지난 시점까지도 종종 저의 안부를 묻는 독자들을 보며 

죄책감이 들었지만, 회피형 인간은 그 마음을 깊은 곳에 묻고 눈을 감아버렸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괘씸한 작가에게, 과분한 독자들이었습니다..)


절망적인 상황이었음에도

쓰는 일이 아니라면,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도저히 모르겠더라고요. 


다시 한번 글쓰기가 내게 마음 열기를 바라며 

쓰는 일을 업으로 삼았습니다. 


그와 함께, 이런 질문을 했죠. “글을 쓴 이유가 무엇이었어?”


순수한 즐거움, 독자가 건넨 말, 누군가에게 기쁨을 주었다는 보람, 다정한 마음들이 떠올랐습니다. 

이유를 상기하고 나니, 쓰지 않을 도리가 없었지요.



극복할 수 있었던 두 가지 힘


1. 혼자의 힘

완벽한 글에 대한 부담을 버리기 위해 비공개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완성도는 신경 쓰지 않고, 한다는 것에 초점을 맞춰 자주 글을 쓰는 것이었지요.

부담감은 그렇게 내려놓을 수 있었습니다.

간혹 압박감이 치고 올라올 때가 여전히 있지만, 그럴 때마다 가벼운 비공개 글을 쓰면서 가라앉히려 합니다.


일단 뭐라도 쓰다 보면, 꽤 괜찮은 결과물이 나오기도 합니다. 

그 힘으로 내일도, 모레도 쓰게 되는 것이지요. 


2. 함께의 힘

다른 분의 글이 도움이 되는 때가 자주 있습니다. 보통 이런 경우입니다.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나 말고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때이죠.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위안과 힘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현재 겪는 어려움에 과한 의미부여를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이런 거죠.

‘난 왜 이렇게 못 쓰지?’, ‘왜 나만 이렇게 어려워하는 거지?’가 아니라

‘모두에게 글 쓰는 일은 어렵다’, ‘글쓰기가 어려운 건 당연하다’라는 겁니다.


글쓰기는 원래 그런 것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더 이상 부정적인 생각을 하지 않고, 쓰는 일에 집중하도록 합니다. 




그렇게 두려움을 하나씩 밟고 넘어가다 보니, 어느덧 쓰는 일이 삶에 녹아들어 있더군요. 

완벽한 글을 쓰려하지 않고, 글쓰기는 어려운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가능해진 부분입니다. 


한 글자도 쓸 수 없던 시절부터, 쓰는 일이 업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들려드림으로써 

이런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저 역시 글쓰기가 쉽지 않았고, 여전히 그렇다는 것,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

그러므로 글쓰기가 어렵고 두려운 건 당연한 것이라는 사실을요. 


그러니 재능이 없다 풀 죽지 말고, 어렵다 포기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제약 없이 글 쓰던 때의 즐거움을 떠올리면서 쓰면 좋겠습니다.

함께 쓰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도 더하면 좋겠지요. 쓰는데 힘을 보태줄겁니다. 

같은 어려움을 겪는 우리는 모두 동지이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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