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스럽지 못한 제로 시대

어떻게 살고 계세요?

by 김서니

신라면 건면이 나온 지 꽤 지났지만, 이번에 처음 먹어봤습니다.

꽤 괜찮더라고요.

사실 신라면더레드가 취향이긴 합니다만,

라면이 먹고는 싶은데 칼로리와 내장(?)이 신경 쓰일 때 건면을 먹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후추의 얼큰함과 오래 두어도 불지 않는 면에 높은 점수를....

굳이 칼로리 높고 기름에 튀긴 기존 라면으로 돌아갈 필요가 없겠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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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칼로리 제로의 시대 아니겠습니까.

그 시조새 격인 제로콜라는 처음 나올 때부터 즐겨 마셨습니다.

한국에서는 2006년도부터 판매되었다고 하네요.

오리지널 콜라에 비하면, 햇빛에 빛바랜 맛이 나는 제로 콜라였습니다.

어렸을 때 소아과 약국에서 타준 시럽 약 맛이 나기도 했고요.

하지만 이미 자극적인 맛으로 무뎌진 혀를 가진 제게 이깟 거 문제도 아니었습니다.

오리지널 콜라와의 차이가 크다든지, 맛이 거슬린다든지 하는 일은 없었지요. 둔감한 미각이 이럴 때 진가를 발휘합니다.

어차피 어떤 콜라가 어떤 콜라인지 모르니, 낮은 칼로리를 챙기고자 제로를 먹기 시작했는데요.

결과적으로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습니다.

꽤 오랜 시간 콜라와 공생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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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꽂힌 음식은 저칼로리 모밀국수와 비빔국수입니다.

열량이 낮은 이유는 면을 양파와 호박으로 만들었기 때문이죠. 면 1인분에 무려 18~30칼로리입니다.

이런 면 칼로리.. 보신 적 있나요? 당연히 맛, 포기하지 않아도 됩니다.


다이어트하면서도 면을 포기할 수가 없어 천사채, 미역국수, 곤약면 다 먹어봤는데요.

도무지 용납할 수 없는 식감과 향, 맛에.. 그들은 모두 첫 만남이 마지막 만남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양파채 호박채는 식감, 향, 맛 모두 만족스럽습니다.

소스도 아주 맛있어서 지금 스무 개째 먹는 중이고요.

얘네들도 저와 오래 함께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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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많습니다. 닭가슴살 소시지, 단백질 매콤칩 과자, 제로 술, 제로 아이스크림..


사실 이렇게 골라 먹는 건, 꼭 다이어트 때문만은 아닙니다.

아무거나 입맛 가는 대로 삼키느라 힘겨워하고 있을 몸에 대한 죄책감을 덜기 위해서죠. (여기서 말하는 ‘입맛’은 보통 맵고 짜고 단 것들입니다.)

컨디션 회복에 대한 기원(?)도 있고, 건강 부채에 대한 마음의 부담을 줄이려는 것도 있습니다.


‘그럴 거면 차라리 그냥 건강식을 먹는 게 낫지 않나’라고 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쉽게 되는 일이었으면 굳이 일부러 찾아 먹지도 않았을 거고, 제로 산업이 이렇게 흥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제로 음료 시장 규모:
- 2020년 924억 원 ➡️ 2022년 3683억 원 / 4배가량 성장
- GS25의 탄산음료 매출 중 제로 음료 구성비는 2022년 32.0% ➡️ 2024년 50% 이상

먹는 일뿐만 아니라 사는 모든 일들이 그렇지 않나요.

인생사 과유불급이라 생각하는데, 이 삶에서는 덜어내야 할 것이 왜 이리 많은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과소비, 인간관계, 과잉 감정, 욕심, 겉치레 등 가볍게 만들어야 할 게 너무 많지요.

온라인 접속 시간은 또 어떻게요. 디지털 디톡스를 버킷리스트에 넣어둔 지 2년째입니다. 썩어가는 중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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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어내야 할 것? 또 있습니다.

멀리 갈 것도 없고, 당장 글을 쓸 때만 봐도 그렇지요.


감정적인 단어를 쏟아낸다거나, 만족 없는 완벽을 위해 욕심을 부린다거나, 꾸밈말이라든가, 설명을 길게 늘어놓는다거나 등등 자고 일어나서 전날 쓴 글을 보면 아주 가관입니다.

이래서 초고는 쓰레기라 하나 봅니다. 퇴고 과정이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요..

내 글에 두드려 맞은 후에야 정신을 차리고 글을 고칩니다.

과한 낱말을 덜어내고, 담백하게 문장을 다이어트하는 식으로요.

글은 삶과 다를 바 없기에, 여기에도 절제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알면서도 매번 같은 일은 되풀이하는데.. 왜 그러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줄이자 해놓고 또 이만큼 써버렸습니다.

그러니 오늘 글은 여기서 마무리해야겠습니다.


글도 단순하게 쓰고, 삶도 단순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일상 에세이, 또 다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