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 스크럽 : 수술을 직접 배우는 방법

by 간호사K

이브닝 때 안과 응급 수술을 대비하여 교육을 받았다. 이브닝 근무 중 정규수술, 응급수술이 끝나고 어느 정도 시간 여유가 되면 교육자를 정해 특정 응급 수술 교육을 시행하곤 한다. 틈틈이 접해보지 못한 수술에 대해 배워두면 주말 근무 때 아주 유용하게 적응할 수 있기 때문에 근무 중 실제 기구와 장비를 보면서 하는 교육이 반갑다.


이번에 배운 수술은 vitrectomy 유리체 절제술이었다. 열공성 망막 박리, 황반 주름, 당뇨 망막 병증 등의 원인으로 인해 혼탁해진 유리체를 제거하고 망막의 이상 혈관 및 막을 제거하는 수술하고 인공 액체로 채워주는 수술이다. constallation이라는 백내장-유리체절제술 안과 수술용 특수 장비와 현미경을 이용해야 하고, 섬세하고 낯선 안과 기구와 약물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교육이 없이는 응급 상황에서 지원이 힘들다.

인력 여유가 될 때 ‘더블 스크럽’이 되어 교육과 수술 진행을 동시에 따라간다. 2명의 소독간호사와 1명의 순회간호사가 수술을 지원하는 것이다. 교육자 선생님은 기구 특성 및 조립법, 교수님 수술 특징, 전반적인 수술 흐름 및 주의사항을 알려주신다. 학습자는 선생님의 아바타가 되어 수술상을 차리고 수술을 직접 지원한다. 바깥에서 순회간호사를 하며 가르쳐주는 것보다, 함께 소독간호사가 되어 기구를 직접 만지고 조립하고 분해하며 특정한 약물 사용법까지 다루어보니 사건이나 실수가 발생할 확률이 거의 없다. 또한 수술 중 응급상황이 발생하거나 환자의 상태가 악화되어 신규 학습자로는 수술 지원이 불가능할 때, 빠르게 수술을 지원하는 간호사를 바꿀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교육자 선생님이 바로 옆에 계시기 때문에, 긴장하며 집중되는 한편 실수가 일어나게 내버려 두지 않으리라는 안심도 된다. 교육자료에 있는 사진과 글로는 반복하여 보아도 이해하기 힘들었던 기구들이 선생님과 함께 있으니 그렇게 두렵지 않다. S 선생님은 본인이 수술을 이해한 방식으로 - 이해하기 쉽게 아는 수술에 대한 비유를 해가며 - 전반적인 수술에 대한 이해도 도와주셨다.


나는 학습 속도가 느린 편이다. 새로운 수술을 배울 때 해부학이며 수술 과정에 대해 공부를 해가며 수술을 따라 가기는 하지만, ‘왜 이 과정에서 이렇게 행동하는가’ 근본적인 이해는 부족함을 느낀다. 겉으로 보아서는 수술지원을 할 수 있지만, 제대로 알고 행동하지 못한다 느꼈기에 호기심 어린 눈으로 집중해서 필드에 귀를 기울인다. 그러다 보면, 반복의 순간 ‘아하 모먼트’가 찾아온다. 왜 이런 과정이 필요한지, 작은 통찰의 순간으로 일련의 전후 과정과 맥락이 보이는 것이다. 전공 분야에 대해 깊게 반복적으로 공부한 의사들과의 의사소통은 이해에 큰 도움이 된다. 우리는 OO과 수술방 간호사로 속하지만, 항상 그곳에 있는 것도 아니고 다른 과의 수술도 지원해야하기 때문에 의사들만큼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확립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반복적으로 동류의 수술만 지원하는 전담 간호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번 안과 수술은 선생님의 따스한 가르침 아래 무사히 마쳤다. 귀찮거나 답답해하는 기색없이 담담히 자신이 가진 지식과 경험을 나누어주셔서 너무나 감사하다. 주말 근무의 응급 수술에 대비하여, 이브닝 때 다른 과 순회간호사 지원을 원활하게 하기 위하여 공부하고 정리한 시간들이 가끔 빛을 발한다. 나도 로테이션한 선생님들에게 교육자 역할을 하면서 가르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안다. 먼저 관심을 가지고 공부해 온 학습자와, 교육자가 알아서 가르쳐주겠지 혹은 아무 준비나 생각 없이 온 학습자가 당장은 별 차이가 없어 보일 수는 있다는 것을. 처음 보는 수술과 기구들이면 공부를 해왔든 하지 않았든 당연히 버벅거리고 이해에 시간이 걸리고 반응이 느려지기 마련이다. 학습자의 사전 준비와 태도가 가르치는 입장에서 느껴지지만 비난하거나 탓하지는 않으려고 노력한다. 당장은 비슷하게 보여도 추후에 수술을 이해하고 따라가는 데는 달라진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본인이 가장 잘 느끼길 바란다. 내가 공부가 부족했구나, 내가 더 관심을 가져야겠구나. 부끄러움과 앎에 대한 욕구가 행동으로 이어져서 다같이 전문성을 확립해가는 문화가 되기를 바란다.

keyword
이전 07화수술실 간호사의 인계장 : 수술 정리 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