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간호사의 인계장 : 수술 정리 노트

기록과 정리만이 우리를 살리리

by 간호사K

수첩에 수술별로 정리된 노트든, 머릿속에 기록된 기억의 창고든 수술실 간호사는 수술을 위한 자기만의 수술 노트를 가지게 된다. 지금 함께하는 의사의 멸균 장갑 종류와 사이즈, 기구 및 장비 세팅의 차이점, 전반적인 수술 과정, 교수님별 특별히 찾는 소모품 및 기구 인계, 최근 달라진 인계사항 등을 차곡차곡 쌓는 수술 노트.


1. 수술을 배우는 법

수술의 적응증 및 관련 해부학을 이해한다

수술 프로시져를 공부한다;

해당 진료과가 주로 보는 책 / 구글과 유튜브에 수술명 검색

- 주로 영미권 자료가 최신이고 양질이다,

의학 용어가 더 편해서 영어로 검색하게 되는 것 같다

잘 써보지 못한 기구/ 특정 제품은 사용법도 익힌다

TLC, signia, I drive 같은.... 자동봉합기나 각종 에너지 디바이스 사용법, 셋팅법

기구 조립 및 사용법, 수술과 관련된 약물 오더 수행(급여, 비급여, 처치법, 종류와 특성 등), 멸균 기구 멸균 방법 및 관리 특성, CCR 케이스 카트 전송 시 주의사항 등.



2. 수술 노트

수술명/ 해당 진료과(장갑 사이즈) / 장비 셋팅 및 파워

수술 준비사항

- 소모품

- 멸균 기구 및 부속

- 장비 및 약물 / 방 셋팅 환경

수술 과정

- instrument 상차림 / mayo 상차림

- 전반적인 수술 과정 + 진료과별 특이사항 (디테일하게 손이 맞도록)

특이 사항/ 참고 자료



3. 나의 수술 노트 관리법

신규 때랑 적응이 된 시기랑 새로운 진료과/수술 배울 때 유동적으로 바뀌는 것 같다. 그리고 각자의 성향과 학습법은 다르고 수술 종류와 난이도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 처음 배울 때는 모든 것이 낯설고 새롭기 때문에, 학습의 정석으로 손으로 필기하고 핵심은 강조하고 외우면서 노트 정리를 했다. 그리고 지금처럼 다양한 과, 다양한 수술을 번갈아가며 하게 된 상황에서는 노트앱에 실시간 동기화해서 사용한다. 기억해야 할 상차림, 특이사항, 셋팅을 바로 볼 수 있게 맨 위에 당겨 적어두고, 최근 인계사항을 계속해서 반영해서 수정한다. 기억력의 한계를 알기 때문에 전반적인 수술 프로시져/ 사진 자료도 아래에 첨부해 놓는다.





4. 이를 공유한다는 건

존경하고, 삶의 가치관을 존중하는 어떤 수술실 간호사님은 다양한 과의 수술 자료와 수술 프로시져, 본인의 사진 자료를 핵심적으로 정리하여 업로드하신다. 나 또한 초반에 이러한 네이버 블로거들을 통해 많이 배웠고, 두려움을 떨쳐갈 수 있어서 많이 감사했다. 수술법은 어느 정도는 교과서적이고 디테일만 다르기도 하니까. 해당 수술의 용어와 특징에 익숙해지기 전에는 한글 설명이 정말 감사하고 고맙다.


그래서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수술노트를 계속해서 업로드하고 싶은데, 이게 쉽지가 않았다. 먼저 고민되었던 것은 이것이 속한 병원의 원내 지적 자산인가, 저작권 관련 문제의 소지가 있는가 하는 것. 몇 년이 지난 surgical operation procedure 자료를 바탕으로 내용을 수정, 보완해서 수술 노트를 만드는 경우도 있으니 지식의 경계와 출처를 명확히 밝히기가 어려웠다. 어느 정도는, 원내 사정을 아는 사람이라면 나를 특정할 수 있겠구나 하는 특수성도 있다. 또 대략적인 수술 프로시져는 동일하지만 변화하는 교수의 요구와 인계 사항 때문에 계속해서 디테일이 변한다는 것. 지식의 공유를 통해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목표인데 잘못된 정보를 전달한다는 걱정도 생기게 된다. 그래서 지금은 정체 상황..


처음 신규 때, 동기들 사이에는 수술이 넘어가면 나의 수술 노트를 사진 찍어 보내주고 또 따로 인계를 주며 알려주었다. 서로가 그랬으니, 수술 노트는 '공동의 자산'이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그렇지 않게 생각하는 선생님도 계신 것 같다. 개인의 노력이 덧붙여져서 정리된 노트라 개인의 자산으로 생각하는 건지, 수술을 위해서 필요한 부분을 구두 인계로 원하는 선생님도 많다. 아예 해당 분야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경우에도, 상세히 정리된 노트보다도 구두로 인계를 받아간다.


나는 기억력이 약한 편이라, 노트를 보여드리면서 설명하는게 편하고 정확하다 생각하기에 처음에는 이런 문화가 낯설었다. 이것도 학습법에 따른 세대차이인지(이전에 선임에게 이렇게 배웠으니 지금도 이렇게 한다든지 하는), 아니면 개인의 노력에 대한 존중의 의미인지, 경험에 따른 숙련에 의한 건지(그것으로 충분하실 수도 있으니까) 잘 모르겠다. 궁금하지만 어떤 의미로 여쭤봐야할지 몰라서 잘 못 물어봤다. 그래서 신규 선생님과 함께 하게 되면 이런 부분은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도 고민이다. 내가 집중하고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익힌 부분을 쉽게 전달받으면, 그만큼의 성장의 시간은 단축할 수 있지만 텅 빈 지식이 될 수도 있으니까. 수술 필드를 덜 살피고, 왜 이런 프로시져가 따르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기계적으로 일만 하는.. 글을 적으며 생각하게 되었는데, 어쩌면 이 이유 때문이었을까?

keyword
이전 06화갑자기 난이도 최상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