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시절의 일기 : 나만의 성장 곡선

대학병원 수술실 신규 간호사로 일을 시작하다

by 간호사K

졸업하자마자 대학병원에 바로 들어왔다. 1월 국가고시를 치르고 2월 1일에 입사했으니 여유도 없었다. 인턴 기간 동안 간호사 면허증이 나왔고, 인턴이 끝날 때는 내 이름으로 간호를 수행하고 기록할 수 있었다. 단짝과 가기로 했던 제주도 여행도 미룬 채, 가족과 친구들과 충분한 여유도 갖지 못한 채 덜컥 입사를 결정했던 탓일까. 수술장 간호사로서 지속적으로 요구되는 집중력과 긴장감에 쉽게 지쳤다. 꼼꼼한 성격은 득이 되었으나 사람을 상대로 사람들끼리 하는 수술은 크고 작게 변동이 있었고 이에 적응하지 못하는 스스로에게 완벽하지 못하다 실망했다.



다행히 프리셉터 선생님도, 같은 과 선생님도 태움과는 거리가 먼 분이셨다. 원칙에 준수하여 지도하고 스스로 해낼 기회를 주며 훈련시켰다. 때때로 실수할 때는 진심어린 걱정이 앞서서 나를 혼내시는 게 느껴졌다. 그러나 일을 하다보면 예민해진 의사들과 간호사 선생님들을 많이 만났다. 바쁘고 중요한 상황이기에 그렇겠지, 원래 생각은 다르겠지, 이해하려해도 상처를 많이 받았다. 무시 당하고 오해와 뒷담화의 대상이 되었다. 퇴근하고 나서 혼자 있는 시간에는 늘상 울음이 가득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심리상담을 했다. 선생님께서는 내 생각과 감정을 말하고 표현하도록 도움을 주셨다. 첫 타지 생활에, 직장살이까지 겹쳐져 힘듦이 배가 되었다. 자아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보듬어주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차차 일하는 표정이 밝아졌다. 피곤하더라도 아침에 일어나기가 쉬웠고, 빠졌던 살도 다시 돌아왔다. 예민하게 구시는 선생님을 만나더라도 성장에 도움이 되도록 취해야할 부분만 반응하고, 흘려보낸다. 씩씩하게 하다보니 일도 익숙해지고, 실수도 줄어드니 참 다행스럽다.



생각보다 나의 의지가 약한 게 아니었다. 처음 겪는 환경변화와 사람들에 대해 정보를 수집하고 그에 대한 대응을 다듬어나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을 뿐이다. 수영하기 전에 준비 운동도 든든히 하고, 수온에 몸을 적응시켜 탈이 나지 않도록 하듯이 나도 준비운동이 필요했을 뿐이다. 하나하나 듣고 배우고 해나가면서 정보를 습득하는 과정이었고, 지금은 이해를 채워가며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다. 각자의 성장곡선은 다양하게 나타날 수 밖에 없다. 지쳐있더라도 포기하지 않는다면 이 순간이 전부가 아님을 곧 깨닫게 될 것이다. 나를 믿고 사랑하면서, 나에게 시간과 여유를 주면서 앞으로도 나의 성장을 지켜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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