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난이도 최상급

수술실 나이트 근무에 처음보는 이식술까지

by 간호사K

나이트 때 카데바 기증자로부터 폐 이식수술이 있어서 나이트 차지 선생님은 스크럽을 하시고, 나와 중간연차 선생님은 써큐를 보게 되었다. 수술 예정시간 9시간이었는데 우리 출근 시간 1시간 전에 수술을 시작했단다. 흉부외과 차지 선생님과 oncall 간호사도 있었지만, 결국 마지막까지는 우리가 지원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TPL 수술 써큐 자체를 처음 하는데 심지어 나이트라 도움을 구하고 물어볼 곳도 없다. 처음에 우리가 나이트 출근했을 때 선생님이 보았다는 모습 - 한 환자에게 흉부외과와 심장혈관외과 교수진 총 4명이 매달려 있고 분주하게 오가는 마취과 인력들 - 이란. 보통은 교수와 전문의, 전공의 어시스트의 오픈 수술도 긴박하게 돌아가는 편인데 자기 분야의 교수 4명이라니. 게임에서 파티로 보스몹을 사냥하러 왔는데, 갑자기 에러가 떠서 보스몹이 4마리가 된 기분이지 않았을까. 그 세계는 힐링도 가능하고 재도전할 기회라도 있지.. 아이고. 참 험난한 나이트였다. 나이트 출근길의 기도는 통하지 않았다.



오늘도 제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하게 해주시고,
할 수 있는 일에는 최선을 다해 노력하게 해주세요.
못 하는 것에 주눅들지 않고 더 배우면서 나아가도록 해주세요.
제가 용기를 잃지 않도록 도와주세요.



무서울 때가 많다. 감당하지 못할 상황과 수술.. 남들이 보기에는 감정 변화도 적고 태연해보인다 하지만 긴장한 나의 심장박동과 손떨림은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실수하고 교수에게 혼났을 때도 얼굴 붉히며 눈물 흘리는 것도 내가 아닌가. 비교적 원만한 성격의 교수님들과 만나고 있다고 생각은 하지만 길지 않은 근무 시간동안 '내가 수술실에 맞지 않는 걸까.' 고민하게 되는 상황이 왕왕 온다.



모든 상황에 대비할 수 없으며, 모든 경우의 수와 수술 도구와 프로시져를 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도 안다. 현실적인 기대와 함께 현실적인 목표를 수립하여 걱정과 불안을 줄여나가고자 출근 전에 공부를 하고, 틈틈히 평일 근무에도 타과 써큐를 하며 배우고 견문을 넓혀나가는 것이다. 강하게 배워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내적인 에너지를 잘 보듬고 채워주어야 한다. 나는 할 수 있을 거라고, 남들도 하는데 나도 잘 해낼 거라고, 다만 배우는 속도가 다를 뿐이라고. 생각과 배움 없이 일하는 간호사는 내 모습이 아니라고. 통하지 않는 기도는 계속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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